AI, 23번 국도 타고 번지나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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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역요원들이 11일 고병원성 AI가 발생한 전북 김제시 공덕면 송정리 최모씨의 메추리 농장에서 방역 활동을 하고 있다. [김제=연합뉴스]

전북 익산시 함열읍 석매리(지난달 19일)→익산시 황등면 죽촌리(지난달 26일)→전북 김제시 공덕면 동계리(11일).

AI가 차례로 발생한 곳이다. 이들 지역의 공통점은 모두 23번 국도변에 있다는 것이다. 축산 당국과 농가에서는 "23번 국도를 따라 AI가 번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23번 국도와 맞닿아 있는 충남 논산 연무읍과 전북 부안.군산 지역 등도 방역에 비상이 걸렸다.

◆ 23번 국도 주변에 양계농 밀집=전남 강진에서 시작하는 23번 국도는 충남 천안까지 연결되며 총 길이는 394.1㎞로 익산시에서 26, 27번 국도와 연결되고 충남 공주시에서는 32, 36번 국도와 맞닿는다.

처음 AI가 발병한 함열읍 석매리는 23번 국도변에 위치하고 있다. 일주일 뒤 2차로 발병한 익산시 황등면은 23번 국도를 따라 석매리와 3㎞ 남짓 떨어져 있다. 이번에 발생한 김제시 공덕면의 메추리 농장은 1차 발생지와는 18㎞, 2차 발생지와는 15㎞ 떨어져 있다.

국내 최대 양계 집산지인 익산에는 함열.황등.낭산 지역에 양계 농가가 밀집해 있다. 총 440여 농가에서 520여만 마리의 닭을 키우고 있는 이 지역 양계 농가는 23번 국도로부터 대부분 10㎞ 이내에 위치하고 있다. 김제 지역의 경우 11일 AI가 발생한 공덕면에서 4~5㎞쯤 떨어진 용지면의 220여 농가에서 270여만 마리의 닭을 사육하고 있다.

23번 국도를 따라 이처럼 양계 농가들이 밀집한 까닭은 주변에 국내 최대 닭고기 업체인 ㈜하림과 사료 공장들이 가까이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일부에서는 23번 국도를 이용한 사료 차량 등을 통해 AI가 번졌을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제기하고 있다.

◆ 인근 지자체 방역 비상=23번 국도의 AI 통로 가능성이 제기되자 국도와 맞닿아 있는 충남 논산과 전북 군산 등 주변 지자체에도 방역 비상이 걸렸다.

군산시는 3차 발생지가 23번 국도를 빠져나와 전주~군산 자동차전용도로의 공덕 나들목에 위치, 김제와 약 3㎞밖에 떨어져 있지 않아 공무원들을 긴급 동원해 방역을 강화하고 있다. 또 23번 국도에서 빠져나오는 대야와 나포.서수 등에 차량 통제소를 설치할 계획이다.

익산시와 접한 충남 논산시는 도계(道界) 지역인 연무읍 마전리(국도 1번)와 강경읍 채산리(국도 23번) 등 두 곳에 방역 통제소를 설치, 이곳을 지나는 모든 축산 관련 차량에 대해 24시간 소독 작업을 벌이고 있다.

김제시도 지난달 익산시의 AI 발생 이후 유지해 오던 통제 초소 7개를 두 배 이상 늘렸다. 또 지역 내 양계 농가가 많은 용지면으로 통하는 모든 길목을 차단하고 지역 주민 외에는 일반인 출입을 통제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경찰과 군에 통제 초소 인력 지원도 요청할 방침이다.

전주=장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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