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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조합제 허점 손질하라(사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사회가 큰 파문을 일으키고 있는 수서사건은 현행 주택조합제도의 대폭적인 손질이 불가피함을 일깨워 주고 있다. 주택조합제도는 무주택자들이 힘을 모아 내 집을 마련하게 하는 좋은 취지에서 출발했지만 제도상·운용상의 허다한 허점으로 인해 이번 사건에서 보는 것처럼 오히려 돈 있는 사람들의 투기나 재산증식의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그런 제도상·운용상의 허점을 그대로 방치한다면 이번 수서사건을 아무리 철저히 파헤치고 엄정히 뒤처리를 한다 해도 제2,제3의 수서사건이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게 되어 있다. 이미 대구 등지에서는 수서의 경우와 거의 같은 성격의 사건이 드러나고 있기도 하다.
현행 제도상·운용상의 가장 큰 허점은 주택조합 가입자격인 무주택의 확인이 너무도 형식적이어서 집있는 사람도 얼마든지 가입할 수 있게 되어 있는 점이다. 집있는 사람도 주민등록만 남의 집으로 옮겨 주택이 없는양 꾸며 놓으면 무주택 증명이 발급되고 그것의 실질적인 심사는 조합 스스로가 하고 있으니 무주택이 정확히 입증될 수가 없다.
이제는 부동산전산망 구성도 거의 완료되었으니 당국이 조합을 인가할 때 최근 10년내 아파트분양 사실여부,재산세납부 여부등을 가려 조합원의 자격을 엄격히 심사해야 한다.
다음으로는 조합이 매입한 땅이 과연 건축이 가능한 지역인가 또는 조합설립 신청서류상의 땅과 실제 건축지가 같은가를 사전에 심사해 그 조건에 맞을 때만 설립을 인가하도록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
수서지구 주택조합들은 아파트를 지을 수 없는 땅을 샀는데도 아파트 건설을 위한 조합설립 인가를 받았거나 설립인가 당시는 다른 곳을 건축지로 해놓고 뒤늦게 수서지구로 건축지를 변경했다.
말썽 많은 땅을 사놓고 다중의 압력으로 민원문제를 일으키는 것을 억제하기 위해서는 일정한 기한내에 사업승인을 얻지 못하면 조합설립이 자동으로 취소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조합주택의 규모도 축소해야 한다. 아파트의 경우 전용면적 25.7평(분양면적 31∼35평)이 무주택자용이라는 것은 상식적으로도 납득이 안된다. 그것은 서울 강남지역의 경우는 시가가 2억∼3억원에 이르는 것이다. 규모가 축소되면 투기나 재산증식의 가능성도 그만큼 줄어들 것이다.
전매행위를 막기 위한 실사와 단속도 강화되어야 한다. 일정기간에 주택조합원은 주민등록등본의 제출을 의무화하고 전매의 수단으로 흔히 이용되는 가등기에 대한 조사도 벌여야 한다.
주택조합제도 자체는 좋은 기능을 가지고 있으므로 폐지보다는 원래의 취지가 살려질 수 있게 개선,보완되어야 한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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