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게이머 '코드'에 맞춰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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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게임업체 웹젠은 삼국지를 토대로 온라인게임 '일기당천'을 개발할 당시 중국인 기획자를 채용했다. 한국인과 삼국지를 바라보는 시각에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게임에 나오는 모든 중국어에 대한 감수도 받았다. 그 덕분에 일기당천은 지난 7월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게임전시회 '차이나조이'에서 10대 기대 게임에 뽑혔다.

해외 진출이 늘면서 게임업계에 현지화가 화두다. 각국 소비자의 입맛과 정서에 얼마나 맞아떨어지는지가 성공의 관건이 되기 때문이다. 웹젠의 김남주 대표는 "각 지역 문화 코드와 현지 정서, 거래 방식 등을 파악하는 데 기울인 노력과 현지 매출이 정비례한다"고 말했다. 외국은 한국과 게이머 성향이나 게임 환경이 많이 다르다. 우선 캐릭터를 움직이는 도구의 선호도에서 차이가 난다. 한국 게이머들은 주로 마우스를 이용하지만, 서양 게이머들은 키보드 자판을 많이 쓴다. 그래서 엔씨소프트는 전세계 시장을 목표로 만든 게임 '길드워'에 두 가지 이동방법을 모두 쓸 수 있도록 했다.

또 한국 게이머들은 대부분 웹에서 직접 게임을 내려받거나 무료 CD를 배포받아 자신의 컴퓨터에 설치하는 반면, 유럽과 미국 게이머들은 온라인 게임도 게임스토어에 가서 박스 형태의 패키지를 구입하는 데 익숙하다. 그런 만큼 각국 게이머 구미에 맞게 패키지 디자인도 바꿔줘야 한다. 엔씨소프트 '리니지2'의 경우 북미에선 한달 이용권이 포함된 게임 패키지를 판다. 한 달이 지난 뒤에도 이 게임을 즐기려면 월정액을 내야 한다. 무료로 웹에서 내려받은 뒤 월정액 등을 물리는 국내와는 차이가 있다. 선호하는 결제수단도 각국마다 다르다. 북미나 유럽에선 대부분 신용카드로 결제한다. 대만.중국.태국 게이머들은 어디서나 쉽게 찾을 수 있는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게임카드'를 선호한다.

일본에선 이미 국내에서 한물 간 아바타 서비스가 인기다. NHN재팬 모리카와 아키라 부사장은 "일본 게이머들은 자신의 모습과 다른 새로운 모습의 아바타를 생성해 온라인에서 쓰려는 경향이 강하다"면서 "한국 게이머에 비해 매니아적이고 수집욕이 많기 때문에 아바타의 희소가치가 클수록 인기를 모은다"고 설명했다. NHN재팬의 게임 사이트인 한게임은 전체 매출의 80% 정도를 아바타 서비스로 올리고 있다. 일본 게이머들의 하루 평균 게임 시간은 1시간 미만으로 짧은 편이지만 콘텐트 사용료 지불에 대한 거부감이 없어 게임에 투자하는 금액이 비교적 높은 수준인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장시간 게임을 즐기기 힘든 직장인 게이머의 비중이 32.6%로 많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심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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