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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중견기업] 찧고 다지고 썰고…'웰빙 가전'으로 돌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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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대구에 있는 엔유씨전자는 주부 사이엔 꽤 알려진 주방용 소형 가전업체다. 1978년 설립된 이 회사가 유명세를 타게 된 것은 2003년 1월 TV 홈쇼핑을 통해 '요구르트.청국장 발효기' 판매에 나서면서부터다. 우유에 액상 요구르트를 섞어 넣어두면 8시간 만에 요구르트를, 삶은 콩을 넣으면 청국장을 만들 수 있는 이 제품은 한 홈쇼핑업체에서 전파를 탄 지 1시간 만에 2200개가 팔렸다. 때 마침 웰빙 바람이 불면서 대박 상품이 된 것. 지금까지 338만 개가 팔렸으니 서너 집 건너 한 개씩 엔유씨 발효기를 가지고 있는 셈이다. 덕분에 엔유씨는 올해 380억원대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

이 회사 김종부(54.사진) 사장은 "간편하게, 다기능으로"를 입에 달고 다닌다. 두 가지 이상 기능을 지닌 복합 기능 가전제품을 만드는 게 엔유씨의 장기다. 녹즙기,참기름 짜기,다지기 기능이 있는 'NUC 녹즙기'와 주스 만들기,분쇄기,채 썰기가 척척 되는 '쓰리 콤보'가 대표 상품이다. 이런 제품이 탄생할 수 있는 것은 연구개발 투자를 아끼지 않는 김 사장의 경영방침 덕분이다. 발효기 대박으로 2004년 매출이 전년의 배로 늘고, 25억원의 순익이 났지만 번 돈의 대부분을 연구개발에 투자했다. 엔유씨 연구소는 신소재.바이오.기술 등 세 개로 나뉘어져 있다. 세 연구소에서 근무하는 인력은 27명. 전체 임직원(87명)의 꼭 3분의 1이다. 여기에 대학과 다양한 산학 협동 프로젝트 계약을 해 외부 인력 41명을 연구개발에 참여시키고 있다. 김 사장은 "꼭 필요한 생활 기술에 디자인과 상상력을 합쳐 '똑똑한 가전제품'을 만드는 데 주력하고 있다"며 "올해 20억원, 내년엔 30억원을 연구개발에 투자할 계획이며, 돈이 모자라면 빌려서라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사장은 사업 경험이 풍부하다. 사업을 시작한 지 올해로 29년째다. 그 사이에 우여곡절도 많이 겪었다. 대학 1학년 때부터 주방용 가전제품 영업 아르바이트를 하던 김 사장은 졸업과 동시에 창업을 했다. 78년 7월 한일내쇼날을 세워 가전 가전 유통업에 뛰어든 것. 유통의 생리를 터득하자 81년 제조업을 시작했다. 서울 대방동과 영등포시장 근처 공장에서 녹즙기.분쇄기.안면미용기 등 생활가전제품을 만들었다. 사업 규모가 커지면서 86년엔 대구 침산동 현 공장에 둥지를 틀었다. 히트 상품을 수 차례 만들었지만 돈이 되지 않았다. 유통 구조가 문제였다. 거래처로부터 결제받은 어음이 부도나기 일쑤였던 것.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했다. 96년 김 사장은 "외상으론 제품 한 개도 줄 수 없다"고 선언했다. 현금 거래만 한다고 하자 200여 곳에 이르던 거래처가 하루 아침에 빠져나갔다. 대기업 빼고는 상품을 팔 곳이 없어진 것이다. 타격이 컸다. 100억원대에 이르던 매출이 이듬해엔 25억원까지 줄었다. 하지만 미리 구조조정을 한 덕분에 그해 11월 닥친 외환위기를 무사히 넘길 수 있었고, 부실채권이 전혀 없는 회사가 됐다. 유통 구조를 바꾸자 회사는 완전히 투명해졌다. 엔유씨엔 접대비가 따로 없다. 거래처 술 대접은 물론, 그 흔한 명절 선물도 없다.

김 사장은 자신의 재산은 회사 주식이 전부라고 했다. 제조업에 인생을 걸겠다고 작정한 것이다. 요즘 김 사장의 머리 속엔 온통 '발효기 다음 제품' 생각뿐이다. 그는 "내년에만 32개의 신제품을 쏟아낼 것"이라며 "그동안 연구개발 투자의 결실이 하나둘 맺어지고 있는 만큼 발효기를 이을 히트 상품이 머잖아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엔유씨전자는

-창립:1978년(당시 한일내쇼날)

-본사 : 대구 침산동

-임직원 : 87명

-주요 제품 : 발효기.녹즙기.믹서 등 소형 가전

글=이상재 이코노미스트 기자 <sangjai@joongang.co.kr>

사진=김현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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