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현장에서 관중 공동작업 돋보인 바깥미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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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화랑포가 절절 끓었다. 매스컴과 복덕방·투자가·호사가들이 몰러 들었다」고 서두를 때면 마치 전국을 휩쓰는 부동산 열풍이 대성리 화랑포 강변에 밀어닥쳤나 보다 할지 모르지만 사실인즉, 올해로 11년째를 맞은 「겨울대성리전」이 월동기 미술계에 신선한 뉴스감을 제공하며 설치와 환경·야외작업에 대한 작가 및 관중의 비상한 관심이 하나로 뭉치는 계기가 되어 화랑포 강변이 들끓었음을 비유하는 표현이다.
젊은 작가들이 스스로 모여 자연과 미술과의 합일을 추구해온 야외미술제 「제11회 91겨울 대성리 115인전」이 지난 26일부터 30일까지 경기도 가평군 외서면 대성리 기차역 뒤 북한강변에서 열렸다.
운영위원회가 주축이 되고 풍물패가 바람을 잡는 열림굿과 뒤풀이, 그리고 작가들의 개인작업, 관중이 참여하는 공동작업으로 이루어졌다.
비유해 운영위원회는 복덕방, 풍물패는 바람잡이, 작가들은 투자가, 관중은 호사가로 한판 투기마당이 만들어지고 매스컴이 짐중포화를 퍼뭇고 있는 형국이라 하면 어느정도 겨울 대성리전의 면모가 전달된 것 같다.
대성리전 주최측에 의해 「바깥미술」이라고 명명된 이 전시는 야외·설치·환경미술의 성격을 고루 보여주는 바 자연 속에서 자연의 일부분으로 자연을 호홉한다는 한국인의 자연관을 바탕으로 자생적이며 체험적이고 자발적인 미술을 표방했다.
맹목적인 외래사조 모방이나 관념적 유희, 그리고 답습과 반복을 지양하거나 배척한다는 작품상의 성격에서 이러한 자생적·체험적·자발적인 범주를 설정할 수도 있을 것이다.
개막식날의 열림굿은 풍물패를 거느린 제관이 지신에 고축문을 낭독하면서 미술의 해방이라는 메시지를 던졌다.
작가 이현욱에 의한 공동작업은 풍어제 깃발처럼 장식된 배 주변의 강변에 빨간 천을 원형으로 깔고 빨간 천 위의 국화꽃을 관중이 떠온 물위에 띄운 후 큰절을 하는 의식이고 배 운영의 공동작업은 색천을 나눠 가진 관중이 추를 달아맨 천들을 나뭇가지에 걸치는 행위가 결과로서의 조형이 되는 작업이다.
많은 작가들이 「바깥미술」의 취지와 걸맞지 않게 십년 내리 비슷한 양상이라고 지적되는바 고식적이고 관념화된 작업을 보여주었지만, 한편 관중의 참여를 적극적으로 유도하려 의도된 공동작업과 몇몇 기념비적인 구조·공간을 보여준 작가들의 작업이 돋보였던 것이 이번 대성리전의 성과라면 성과일 것이다.
대성리 작업을 지켜본 많은 사람들의 공통된 지적은 무엇보다도 규모가 작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규모의 문제는 사실상 대성리전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한국의 젊은 작가들의 공통된 문제점이면서 생각에 따라서는 매우 간단할 수 있는 일이기도 하다.
규모의 문제는 경제적인 지원에 의해 쉽게 해결될 수도 있기 때문이며 작가들의 발상규모도 확장될 수 있으며 나아가서는 미술사상의 평가까지 격상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말 미술계의 화제였던 옥포조선소의 「야외설치미술제」와 포철의 「야외 철조각전」은 대성리전을 염두에 둘 때 더욱 고무적인 업적이었다.
영구설치가 가능한 장소를 택해 기업이 자재와 제작비를 지원한다면 기업은 홍보와 문화적 이미지제고 및 한국미술사의 기념비적 업적이라는 실적을 가지게 되며 동시에 순수한 예술에의 열정으로 뭉친 작가들을 통한 한국미술의 세계화라는 명제에 한 걸음 접근할 수 있으리라고 믿기 때문이다.
「91 겨울 대성리전」이 열렸던 북한강변 1백15명의 젊은 작가들이 나무·돌·풀밭·강물 등을 이용해 이색적인 설치작업을 벌였다. <김상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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