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차로 무용계 난맥상 드러낸 이사장 선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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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한국무용협회 제15대 이사장선거(26일·한양대 백남홀)는 무용계의 수준과 난맥상을 드러낸 「졸작드라마」였다는 평.
선거에 앞선 무더기 회원가입 소동 등 과열조짐을 보였던 이번 선거에서 조흥동씨(50·국립무용단 상임안무자)가 새 이사장으로 선출됐으나 사실상 무효라는 소리가 높아 무용협회의 양분 가능성까지 대두. 일부 입후보자들의 금품공세가 지나쳤다는 소문과 조씨가 총회 참석자 8백74명의 과반수미달인 4백26표만을 득표하고도 기권 40표를 뺀 8백34표의 과반수를 넘어섰다는 협회사무국의 「상식을 무시한」판단으로 당선 선포된 것이 불씨.
조씨와 김문숙(전 무용협회이사장 직무대행)·육완순(이대교수)씨 등의 치열한 3파전으로 2차투표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예측과 무용과 대학입시와 관련된 상대후보의 부정사실폭로 등이 있으리라는 소문이 파다했으나 개표결과는 조씨 4백26표, 육씨 2백65표, 김씨 1백42표,기권 40표, 무효 1표. 육·김씨가 예상 밖의 커다란 득표차에 놀라 조씨가 전체참가자의 과반수를 넘지 못한 사실을 미처 눈치채지 못한 사이에 무용협회측은 조씨의 당선을 발표.
무용계 일각에선 『정당한 선거로 다시 이사장을 뽑지 않는 한 뜻있는 무용인들끼리 새 협회를 만들어 일할 수 밖에 없다』고 나와 상당한 파문을 예고.
「연극·영화의 해」 행사에 불참하겠다던 연극협회(21일 본지 11면 보도)가 최근 문화부의 새 제안을 수용, 참여키로 결정.
협회는 24일 문화부의 「협조요청공문」을 받고 25일 집행위원회를 소집, 검토한 결과 『요구사항이 대체로 반영되었다』고 평가.
문화부는 공문에서 자율원칙(관주도행사 탈피), 내실화·활성화(일과성행사 지양), 중장기계획의 분리 추진(첫 단계로 연구용역 착수) 등 3대원칙을 제안, 원칙면에서 연극인들의 요구를 수용.
연극인들은 이에 대해 『흡족하지는 않지만 「민간주도」를 인정하고 「연극·영화의 해 선포식」등 곁치레행사를 없앴다는 점에서 우리의 항의정신을 수용한 안』이라며「명분」을 얻어낸 것으로 자평.
연극인들은 특히 문화부가 교과과정에 연극분야 반영, 연극인 회관 건립, 연극제 자금 조성 등 중장기계획안에 대해 『연구해보자』고 자세를 바꾼 것과, 인선문제로 원성의 대상이었던 「운영위원회」기구 자체를 없앤 것에 크게 만족.
한편 연극인들의 갑작스런 방향선회는 예상치 못했던 연극인들의 비토선언에 놀란 문화부의 다각적인 설득 노력이 주효했다는 후문. 불참을 공식 선언한 18일 기자회견 후 연극협회와 집행위원들에게 문화부 관련인사들의 항의성 설득전화가 빗발쳤으며, 특히 연극평론가로 연극계 원로인 여석기 문예진홍원장이 『문화부는 지원만하고 총대는 내가 메겠다』며 후배연극인들의 협조를 강력히 요청하는 바람에 협회의 강성 분위기가 풀리기 시작했다고.
한국무용협회 제15대 이사장을 선출하는 투표현장. 이 선거를 둘러싼 정당성 시비로 조흥동 후보의 당선은 무효라는 등의 논란이 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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