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나노 세탁기' 국외선 환경영향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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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 살균 효능 문제로 논란을 빚었던 '은나노 세탁기'가 국외에서 새로운 시빗거리에 휩싸이고 있다.

최근 미국을 비롯해 유럽 일부 나라에서 은나노의 환경 유해성 여부를 문제 삼고 나서고 있다고 한겨레신문이 8일 보도했다. 이들이 제기하는 문제는 "미세하게 부서진 은 입자가 공기나 하천으로 방출되면서 화학 반응을 일으켜 생태계에 이로운 박테리아나 미생물을 죽일 수 있는데, 굳이 소비자 제품에 은나노를 사용할 필요가 있는가" 하는 것으로 요약된다. 신문은 은나노 기술로 세탁기를 만들어온 삼성전자 쪽은 "결국 살균 능력을 인정 받은 것 아니냐"고 반기면서도 환경 유해성 시비가 번져 수출에 지장을 받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전했다.

지난달 9일 스웨덴 라디오방송의 한 시사프로그램은 한국산 은나노 세탁기의 환경 영향 문제와 스톡홀롬의 은함유 제품에 대한 구매중단 움직임을 상세하게 다뤘다. 세탁 과정에서 은나노가 방출되면 환경에 악영향을 끼칠 뿐더러 불필요하게 박테리아에 대한 내성을 키울 수 있다는 게 주요 내용이다. 앞서 독일에서는 은나노 세탁기의 유해성을 경고하는 칼럼이 한 소비자 전문지에 실리는 등 논란은 계속 커져가는 양상이다. 올 들어 삼성전자는 유럽 각 나라에서 은나노 세탁기가 박테리아를 제거하고 증식을 억제하는 제품인 점을 부각시키며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쳐왔다.

그러나 삼성전자 쪽은 새로운 논란이 생기자 곤혹스러운 표정이다. 삼성전자는 최근 논란이 국외 시장에서 보이지 않는 견제와 텃세에다 경쟁사의 음해가 작용한 결과로 보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환경 영향 문제는 국내.외 나라 4곳에서 시험을 통해 무해성 인증을 받았기 때문에 문제될 게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미국 정부도 은나노의 유해성을 문제 삼아 제품 기준을 강화할 태세다. 지난달 미국 환경보호청은 각종 소비자 제품에 살균을 위해 사용하는 은 함유량을 제한하는 것이 필요하는 결정을 내렸다. 은나노를 '살충제'의 일종으로 보고, 살균과 항균의 목적으로 은나노를 사용하는 소비자 제품에 함유량 기준인 가이드라인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미국 미생물 전문연구기관(ATS)에 의뢰에 미 정부가 요구하는 무해성 입증 자료를 만들고 있는 중"이라며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적용하기까지는 1년 이상 걸리기 때문에 충분히 대응할 수 있다"고 말했다.

디지털뉴스 [digita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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