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거리인 자유형 100m에서 한국신기록을 세우며 은메달을 따낸 박태환이 혀를 내밀고 있다.도하=변선구 기자
◆ 세계 경영에서도 드문 일
노민상 경영대표팀 총감독은 "단거리와 장거리를 동시에 석권하는 것은 세계 수영에서도 매우 드문 일"이라며 "러시아의 영웅 알렉산드르 포포프가 초기엔 1500m에서 두각을 나타내다가 점점 단거리로 옮겨서 세계 정상에 오른 것이 거의 유일하다"고 말했다. 2m의 장신에 파워가 뛰어난 포포프는 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과 96년 애틀랜타 올림픽 자유형 50m와 100m를 2연패한 스프린터다. 중장거리 전문인 박태환과 스타일이 다르다. 박태환은 스타트와 초반 속도가 다소 느린 데다 1m81㎝.72㎏의 호리호리한 체격은 단거리에 어울리지 않는다. 그런데 이날 100m에서 아시아기록 보유자인 천쭤(중국)와 끝까지 경합을 벌인 끝에 은메달을 따냈다. 중장거리에서 세계 수준으로 발돋움하더니 단거리에서도 아시아 정상권이 됐다. '괴물'이라는 표현이 어울릴 법한 상승세다. 수영계는 "박태환이 빠르게 진화하고 있는 증거"라고 말한다.
◆ 단거리도 정상 문턱까지
박태환이 단거리에서도 좋은 성적을 내는 것은 약점을 보완하다가 나온 것이다. 박태환은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약점인 초반 스피드를 끌어올리는 것과 스타트 및 턴 동작을 집중적으로 훈련했다. 스타트가 몰라보게 좋아졌다. 출발 반응속도가 자유형 200m에서 0.67초, 100m에서는 0.66초였다. 결선에 참가한 8명 중 1, 2위권이다. 초반 스피드를 끌어올리기 위해 25m, 50m 등 단거리 훈련에도 치중했다. 100m 경기에서 노 감독은 박태환이 입수한 후 "초반"이라고 외쳤는데, 이는 박태환의 약점인 초반 스피드를 최대한 끌어올리라는 지시였다. 노 감독은 "세계적인 선수가 되려면 순발력까지 갖춰야 한다. 그래서 단거리 종목에도 중점을 두고 훈련시켰다"고 말했다. 박태환의 기술 습득 속도가 빨라 기대하지 않았던 메달을 건져냈다는 설명이다. 이는 박태환의 천부적인 좌우 밸런스와 지구력 덕분이다. 단거리 선수들은 75m 지점부터 지치지만 박태환은 이때부터 폭발적인 힘을 낼 수 있다.
도하=신동재 기자<djshin@joongang.co.kr>
사진=변선구 기자 <sunnin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