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북 학생 강남고교 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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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초등학교 6학년 학생이 고교에 진학하는 2010학년도부터 서울 강북에 거주하는 학생도 강남에 있는 고교에 진학하는 길이 열릴 전망이다. 학생들은 거주지에 상관없이 서울 전역의 고교 중에서 자신이 희망하는 학교를 골라 지원할 수 있게 된다. <본지 11월 13일자 14면>

서울시교육청은 2010학년도부터 서울시내 217개 고교 전체에 대해 '선지원.후추첨제'를 적용하는 내용의 '서울시 후기 일반계 고교 학교선택권 확대 방안'을 7일 발표했다.

1974학년도에 서울 고교가 평준화된 이후 10여 차례 학군 추가 조정이 있었다.

하지만 교육청에 의한 강제 추첨배정 방식이 '선지원.후추첨'방식으로 바뀌는 것은 처음이다. 서울시교육청은 내년 2월까지 최종 안을 확정할 예정이다.

연구 용역을 맡은 동국대 박부권 교수팀은 이날 공청회에서 3단계 선발 방식을 제시했다. 1단계에서는 서울 전역에 있는 학교 중 두 곳을 골라 1, 2지망을 한다.

학교별로 정원의 30%를 1지망 지원자 중에서 추첨 배정한 뒤 30%를 채우지 못하는 학교는 2지망으로 채운다.

1단계 탈락 학생들은 거주지가 있는 학군(현재 학군) 내 1, 2지망 학교에 지원하는 2단계로 넘어간다. 해당 학교는 정원의 40%를 뽑는다.

1, 2단계에서 배정받지 못하면 인접 2개 학군을 묶은 통합학군에서 통학거리 등을 고려해 추첨배정된다. 강서 학군에 사는 학생이라면 마지막 단계에 강서 학군을 포함해 서부와 남부 학군의 학교로 배정될 수도 있다.

박 교수는 강남 쏠림 현상이 심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박 교수는 "5개월 동안 현재 중3 학생 11만3225명을 대상으로 모의실험을 한 결과 전체 학생의 90% 이상이 거주지 내 일반 학교를 지원해 강남 학군 등 특정 학군에 학생들이 몰리는 현상이 나타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 증거로 "타 학군 거주자가 강남 학군에 지원한 비율은 남녀 각각 36.4%, 36.9%로 예상보다 적었다"며 "모의실험 결과 강남 학군의 고교가 정원의 30%를 타 학군에 배정할 경우 비강남권 학생의 비중은 전체 신입생의 10~11%에 달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새 제도가 시행되면 학교 간 경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모의 실험 결과 학생들이 현재 사는 곳의 학교에 진학을 희망하는 지역은 강남(98.4%), 강서(88.5%), 중부(86.3%)학군 순이었다. 특히 강남과 중부의 일부 학교는 경쟁률이 3대 1까지 치솟았다.

반면 성북구의 한 학교는 정원의 50%를 채우지 못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동부.성북 학군에 사는 학생 40% 이상은 강남 등 다른 학군 진학을 희망했다.

공정택 교육감은 "기피 학교에 대한 행정.재정적 지원책을 마련하겠다"며 "배정 비율은 2010년에 달라질 수도 있지만 골격은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학부모와 전문가들의 반응도 엇갈리고 있다.

강북지역 학부모들은 "학교 선택권 확대"를 반기는 반면 강남지역에선 "좋은 학교에 배정 받지 못하는 불이익을 받을 수도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학교 선택권 확대는 평준화 정책을 보완하는 새로운 시도지만 학교 서열화 방지 등의 대책이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원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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