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돌 올해 100번째 대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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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프로기사는 대국이 많아야 좋은 건 사실이지만 한해 100판을 넘긴다는 것은 거의 살인적이다. 이창호 9단이 89년에 111국, 93년에 109국 등 10대 시절에 100국을 딱 두 번 넘어선 적이 있는데 그때 "기사 생명을 오래 유지하기 위해서는 대국 수를 줄이는 게 요망된다"는 충고가 사방에서 터져나왔던 것도 그 명암을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세돌(사진) 9단이 12월 7일 맥심배에서 연간 대국 수 100국을 채웠다. 100전 중 72승을 거둬 압도적 차이로 다승 1위를 달리고 있으니 대국이 별로 없는 프로들에겐 그의 화려한 질주가 부러울 것이다. 그는 올해 남은 대국이 더 있고 중국리그에서의 활동을 포함하면 이창호 9단의 기록(111국)과 비슷해진다. 잦은 해외 나들이 탓에 피로도는 좀 더 심했으리라는 것도 쉽게 상상할 수 있다. 이 바람에 과거 이창호 때 그랬던 것처럼 팬들이 이세돌의 건강을 걱정하기 시작했다(이세돌은 천원전 3국에서도 심한 몸살에 걸려 있었다).

최근 이세돌 9단이 "내년엔 중국리그와 한국리그 중 한 쪽만 나가고 싶다"고 말한 이유도 올 한해가 너무 힘들었기 때문인데 그 선택도 쉬운 게 아니다. 중국리그는 힘은 몇 배 더 들지만 대국료 등 대우가 좋다. 그렇다고 중국리그를 선택한다면 한국 바둑을 외면했다는 일부의 비난을 감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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