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정상회담 내년 3 ~ 4월이 적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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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영(사진) 열린우리당 전 의장이 "이제 대북 특사 파견과 남북 평화 정상회담의 적기가 도래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내년 3~4월'이란 구체적인 시기도 거론했다. 5일 베이징 한국 특파원들과의 간담회에서다.

정 전 의장이 공개적으로 남북 정상회담 성사를 주장하고 나서자 정치권에는 파장이 일었다. 특히 내년 대선을 앞두고 정상회담의 성사 여부가 변수로 작용하지 않을까 촉각을 곤두세웠다.

정 전 의장은 이날 "(정상회담 문제는) 중국에 미뤄두거나 미국만 쳐다보고 있을 수는 없다"며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결단만 있으면 되기 때문에 지금이야말로 결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번 시기를 놓치면 정상회담을 열 시간이 없다"며 "그 다음은 (한국이) 대선 정국으로 접어들기 때문에 내년 3~4월이 적기"라고 강조했다. 정 의장은 "김 위원장으로서도 이 시기를 놓치면 고립구도 속에 놓이게 되는 등 역풍을 맞을 수 있다"고 했다.

정 전 의장 측 관계자는 "정 전 의장은 통일부 장관을 맡은 이후 한반도 평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상회담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라며 "그 의지를 아는 이들은 정 전 의장에게 '직접 특사로 나서보라'는 말까지 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대선용 발언은 결코 아니다"고 주장했다. 정 전 의장은 2005년 6월, 대통령 특사로 방북해 김정일 위원장을 만난 적이 있다.

여권 내부에선 은근히 정상회담에 대한 기대감이 나왔다. 북핵 위험이 고조돼 있는 데다 햇볕정책의 값이 떨어지고 있어 상황 반전의 카드가 되지 않겠느냐는 생각이다. 여권 중진 인사는 "햇볕정책과 포용정책에 대한 한나라당과 우리 당의 평가가 대조적이어서 성사만 된다면 국민 여론에 큰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회 통일외교통상위 소속의 한 의원도 "내년 대선의 이슈는 경제와 남북문제가 될 것"이라며 "정상회담이 성사된다면 유리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했다.

한나라당은 정 전 의장의 발언을 혹평했다. 유기준 대변인은 "열린우리당이 재집권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 남북 정상회담이라고 결론을 낸 모양"이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내부적으론 정상회담이 이뤄질 경우 대선에 미칠 파괴력을 저울질하고 있다.

국회 통외통위 간사인 진영 의원은 "핵문제 해결 등 남북관계를 획기적으로 진전시킨다면 대선 분위기에 변화가 올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엔 '이벤트성 정치쇼'란 국민의 혹독한 비판을 받을 것"이라고 했다.

신용호.서승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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