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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미술문화재단 제전 제20회「도의문화저작 상」수상작 발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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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삼성미술문화재단이 역량있는 작가를 발굴, 창작활동을 뒷받침함으로써 사회의 건실한 기품을 조성하고자 제정한「도의문화저작 상」제20회(1990년도)수상작품이 결정됐다. 예심을 통과한 중편소설 2편과 장막희곡 3편을 최종심사한 결과 소설부문에서는 김경자씨의『회복의 장』이 최우수작으로, 희곡부문에서는 우봉규씨의『남태강곡』이 가작으로 선정됐다. 시상식은 30일 오전11시 삼성생명 국제회의실에서 열린다. 영예의 수상자 소감과 심사평을 싣는다. <편집자주>

<소설『회복의 장』문장 짜임새 있고 현실통찰 탁월>
본번에서 마지막 논의의 대상이 된 작품은『사랑하고 죽으며…』와『회복의 장』두 편이었다. 그리고 이 두 작품 중 『회복의 장』이 별 이견 없이 최우수작으로 선고되었다.
『사랑하고 죽으며…』는 초창기 한국 가톨릭 교회의 수난과 지하교인들의 순 교사를 다룬 작품으로, 그 종교적인 열정과 신념이 퍽 장엄하고 뜨겁게 느껴진다.
그러나 그 주인공의 열정과 신념이 이 작품을 소설적 평가의 대상으로 삼는 것을 거부하고 있다.
맞춤법이나 어법에 대한 주의가 모자란 점, 작중인물들이 독자적 인격체로서의 자율성을 잃고 작자에게 일방적으로 이끌리기만 하고 있는 듯한 부자연스런 느낌을 주는 점들은 그런 이유에서 일 것이다.
이에 비하여『회복의 장』은 타의에 의해 상실된 인간성 혹은 자아의 회복과 화해의 과정을 그린 소설로, 그 작품성 전반에서 일정한 깊이와 성숙도가 엿보이는 데다 예년의 입선작들이나 여타문예전문지들의 현상 당선작들의 수준에 비해서도 일장을 더 해볼만한 대목이 평가되어 올해의 최우수작으로 상찬키로 합의하였다.
차분하고 꼼꼼한 문장, 절제 있고 생략과 균형을 잃지 않은 짜임새 이외에 우리 삶과 세계에 대한 만만찮은 통찰력, 분단조국의 현실을 비교적 넓게 통합적으로 바라볼 수도 있음직한 주인공의입지나 시선선정의 적절성 등이 그 같은 평가의 근거들이다.
여기에 소도구와 반어법의 활용능력 또한 이 작가의 다음작품을 빛내줄 귀중한 덕목으로 읽혀진다.
끝으로 명혜의 전력에 관한 서술 중 북녘의 아버지를 만나는 장면이나 미군 남편에 대한 불가피한 배신과정에서처럼 세목의 묘사가 많이 부족하거나 낡고 안이하고 어색한 대목들이 흠으로 지적되었음도 함께 밝혀둔다.
심사위원: 최종률 유종호 이청준

<희곡 『남태강곡』예년수준 밑돌지만 내용 참신>
많은 사람들이 재곡 창작에 대한 꿈과 열정을 지닌 것 같다. 왜냐하면 해마다 전국 곳곳에서 장막희곡을 써서 꾸준히 응모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금년에도 여러작품 가운데서 예심을 거쳐 본심에 오른 작품은『이강토 서울 상 경기』(김혁수)『이승의 죄』(강월로) 『남태강곡』(우봉규)등 3편이었다. 그러나 이상스럽게도 금년의 작품수준은 예년에 못 미쳤다. 가령 『이강토 서울 상 경기』의 경우만 보더라도 작품을 만드는 기교는 말할 것도 없고 희곡을 쓸 수 있는 바탕에 문제가 있었다.
즉 인생을 보는 눈이라든가 현상을 포착하는 감수성, 문학적 바탕 등이 제대로 갖추어져 있지 못했던 것이다. 따라서 작품은 극히 상식적이다 못해 통속적일 만큼 윤기가 배어있지 못했다. 그러나 시공간을 초월한 무대활용과 세태풍자는 어느정도가능성을 지니기도 했다.
강월로의『이승의 죄』는 전자와는 비교도 될 수 없을 만큼 구성에서부터 성격구축·주제 등에서 돋보인 작품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을 제외시킨 이유는 세 가지가 있었다.
첫째, 이 작품은 일단 발표되었다는 점에서 새로운 작가를 발굴하려는 본래의 취지에서 벗어났다. 물론 발표장소가 외국이긴 하지만 그것이 최근작이 아닌 것만은 확실하다.
두 번째로는 주인공이 비록 동양계(한국인)라고는 하지만 대부분의 등장인물이 외국인들이고 무대도 미국이어서 마치 번역극 같은 인상을 주었다는 사실이다. 세 번째로는 너무 번다 장황한 것이 문제였다. 좀더 짜임새 있는 희곡답게 언어의 조탁·압축이 필요했다. 결국 심사위원들은 아쉬운 대로『남태강곡』을 가작으로 뽑기에 이르렀다.
그런데『남태강곡』을 가작으로 정하는데는 상당한 고심이 뒤따랐다. 왜냐하면 이 작품이 분위기만 잡혀있을 뿐 구성·인물창조·주제 등에서 너무나 미진했기 때문이다.
우선 이 작품은 주제가 불분명했다. 즉 사찰을 무대로 삼고 있으면서도 불교적 주제가 제대로 드러나지 않았는데 그것은 일차적으로 주인공(현사)이 왜 아버지를 바다에 밀어 넣고 출가했는지의 동기가 매매한데서 비롯된 것이다. 다음으로는 성격창조의 부실을 지적 할 수 있다.
등장인물 모두가 관념 속에서 나온 인물들이기 때문에 구체성이 약했다. 그런 인물이 왜 있어야하며 그들이 궁극적으로 추구하려는 것이 무엇인지가 불분명하다. 등장인물간에 첨예한 갈등이 없는 것도 그 때문이다. 그러나 세 작품 중에서는 그래도 가장 참신하고 가능성이 보여서 가작이 될 수 있었다.
심사위원: 이근삼 손기상 유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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