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내 터졌구나”… 앞날 걱정/불안… 긴장속 사태추이 촉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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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확인전화 빗발/“빨리 끝나야” 모두 한마음/미,이라크 공습하던 날
한가닥 기대도 보람없이 예정됐던 「전쟁」의 폭음이 터지고만 17일 서울을 비롯한 전국에서 국민들의 눈과 귀는 온통 TV·라디오에 쏠렸다.
국민들은 불안과 긴장에 휩싸인 모습으로 전쟁의 추이와 전쟁이 몰고올 파급영향에 비상한 관심을 나타냈으며 『기왕 터진바엔 단기전으로 끝나 피해가 최소화됐으면 좋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와 함께 사우디아라비아등 현지에 남아 있는 근로자·교민 등의 안전을 걱정하며 정부의 기민한 대처를 바랐다.
이날 증권시장·주유소 등에는 전쟁의 여파가 금방 나타나 증권 가격이 단기차익을 노리는 원매자들로 폭등하고 기름을 사려는 인파가 몰렸으나 일반 상가·시장은 철시하지 않고 정상적인 영업을 계속했으며 대부분의 시민들은 흥분과 긴장속에서도 비교적 냉정을 잃지않고 사태를 주시하는 표정이었다.
서울대 정영일교수(경제학)는 『이번 전쟁은 세계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 분명하며 특히 해외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의 경우 그 파급효과가 더욱 심각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이미 전쟁이 시작된 만큼 단기전으로 끝나 피해가 극소화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주부 이영자씨(40·서울 개포동 주공아파트 1단지 26동402호)는 『우려하던 페만전쟁이 발발해 물가가 오르고 국민들의 심리적 동요가 있는 등 여러가지 어려움이 따르겠으나 오일쇼크를 슬기롭게 넘겼듯이 이번에도 국민들이 사재기등을 자제하는 등 현명하게 위기를 극복해 나가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동대문시장·평화시장 등 밀집상가 지역에서는 상인들이 TV가 있는 가게마다 삼삼오오 모여 뉴스를 시청하며 걱정스런 표정으로 『전쟁이 얼마나 계속될 것 같으냐』고 묻는 모습이었으나 철시등은 하지 않았다.
동대문시장 만복상회 강창수씨(45)는 『전쟁 발발 가능성이 보도된 이후부터 상인들의 발길이 뜸해져 불황이 계속되고 있었다. 상가에도 돈이 전혀 안돌아 페르시아만 사태의 여파가 심각했는데 전쟁까지 일어났으니 더 걱정이 된다. 전쟁이 빨리 끝나기만을 바랄뿐』이라고 말했다.
또 아파트단지의 슈퍼마킷등에는 뒤늦게 라면등을 사려는 가정주부들이 몰려들어 혼잡을 빚기도 했다.
◇주유소=서울시내 각 주유소에는 석유를 사기위해 몰려든 시민들로 장사진을 이루었다.
한남주유소의 경우 오전 9시부터 기름을 넣기위한 승용차 행렬이 꼬리를 물었고 『지금 당장 석유를 배급해달라』며 빌딩관리소·가정집에서 걸려온 주문전화가 잇따랐다.
그러나 주유소측은 『3∼4일전부터 미리 석유를 사놓으려는 사람들이 크게 늘어나 제때 배달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버스터미널=서울 반포동 강남고속버스터미널 경부선 대합실에는 1백여명의 승객들이 승차도 잊은채 13대의 TV앞에 모여 걱정하는 모습들이었다.
터미널 영업소직원들도 전쟁발발 소식을 듣고 놀라는 표정속에 일손이 잡히지 않는듯 끼리끼리 모여 앞으로 전쟁추이에 큰 관심을 나타냈다.
또 구의동 시외버스터미널에도 승객 50여명이 대합실에 설치된 5대의 TV를 지켜보며 불안과 초조한 빛을 감추지 못했다.
강남고속버스터미널 직원 장현규씨(51)는 『도대체 일손이 잡히지 않는다』며 『에너지절약을 위해 엘리베이터 격층운행과 승객이 없을 때는 감차운행 등 대책을 마련중』이라고 밝혔다.
◇김포공항=17일 오전 9시20분쯤 김포공항에 나와 있던 2천여명의 승객 및 송·출영객들은 청사내 TV방송을 통해 페만 개전소식을 접하고 불안한 모습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나 이날 오전 출발예정인 항공편이 모두 전쟁발발 지역과 떨어진 한일·미주노선이어서 예약 취소사태 등 큰 동요는 보이지 않았다.
한편 김포공항 경찰대는 16일 오후 8시를 기해 비상경계령을 내리고 민간항공기 테러등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공항입구 5개 검문소에 경비인원을 두배로 늘려 증강배치,검문검색을 강화하고 있다.
또 대한항공측은 『유일한 중동지역 취항노선인 KE801·802편 운항중단 이외의 모든 국제선 노선은 정상 가동된다』고 밝혔다.
◇건설회사=바그다드 현지 현대건설 대책본부장인 김종훈 이사의 부인 오정옥씨(44·서울 상도1동)는 『오늘 아침 TV뉴스를 통해 전쟁발발 소식을 듣고 바그다드 현지 남편과 통화하려 했으나 모든 교신이 끊겨 통화하지 못했다』며 불안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대학가=개전소식이 전해진 대학가에는 방학중인데도 학교에 나와있던 교수·학생들이 삼삼오오 모여 이번 전쟁이 대학가에 미칠 영향과 전쟁성격 등에 대해 얘기를 나누었다.
각 대학 총학생회는 17일 오전 긴급회의를 갖고 이번 사태가 학생운동에 미칠 영향에 대해 논의한 뒤 파병반대·반전시위 등을 갖기로 결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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