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근로자등 301명 귀국/애태우던 가족들과 재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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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잔류 23명 신변안전 걱정/“이라크인들 한국인에 우호적
중동지역에서 철수하는 한국 근로자·교민 등 1진 3백1명이 16일 오전 7시15분 대한항공 특별기편으로 김포공항에 도착했다.
20여시간의 비행에도 불구,밝고 건강한 모습으로 보세구역을 빠져나온 근로자등은 1층 입국장에서 기다리던 가족들과 만나 전장을 탈출해 무사히 귀국한 기쁨을 나누었다.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요르단 암만 및 바레인 등 3개국에서 나누어 탑승한 이들은 현지 공관원 가족 57명과 삼성종합건설·현대건설 등 현지 진출업체 종사자 1백39명,교민 및 기타 1백5명 등이다.
14일 요르단 입국이 거절됐던 삼성종합건설 직원 15명과 교민 등 23명은 관계당국의 긴밀한 협조로 입국비자를 발부받아 15일 오후 11시40분(이하 한국시간) 요르단 암만에 도착,비행기편을 기다리고 있으며 최봉름 주이라크대사등 공관직원일행 15명은 15일 밤 요르단 항공편으로 암만을 떠나 귀국중이다.
이로써 이라크지역 교민등 철수는 사실상 완료되고 현대건설 직원중 잔류요원 23명,대사관의 현지인 직원 1명,문화방송 취재진 4명만 이라크에 남았다.
◇입국장 표정=김포공항에는 특별기 도착을 1시간 가량 앞둔 오전 6시10분쯤부터 근로자가족,친지 등 3백여명이 나와 입국장에서 기다리다 오전 8시쯤 귀국자들이 보세구역을 빠져나오기 시작하자 반갑게 얼싸안으며 재회의 기쁨을 나눴다.
이라크 바그다드에서 귀국한 현대건설 중기계 엔진기사 정병권씨(39)는 부인 김명자씨(34)의 마중을 받고 『무사히 돌아오게 돼 기쁘다』며 『우리나라 군의료진 투입 보도에도 불구하고 이라크 현지의 대 한국 분위기가 우호적이어서 무사히 귀국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라크 바그다드에 잔류한 현대건설 근로자의 짐을 동료를 통해 전달받은 잔류근로자 가족들은 불안한 모습을 감추지 못했으며 현지에 재산등 생활기반을 두고 몸만 빠져나온 교민들은 『당장 생활이 걱정』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바스라 항만 공사현장에서 일하다 12일 오후 이라크 고속버스 1대를 전세내 2천㎞의 육로를 40여시간 동안 달린끝에 14일 밤 요르단에 도착했다는 현대건설 근로자 김봉준씨(47)는 『철수도중 대부분의 식당·식료품점이 철시,생라면과 삶은 달걀로 허기를 달랬다며 『그러나 이라크 라마리검문소와 국경통과때 큰 어려움은 겪지 않았다』고 했다.
◇현지표정=근로자들은 이라크 국민들이 철수시한 한달전쯤부터 전쟁이 터지는 것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소개훈련·등화관제훈련을 거듭하고 있으며 당국의 통제를 피해 생필품 사재기현상도 나타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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