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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성역은 없다 크로스오버 바람

중앙일보

입력


크로스오버(Cross-Over). 영어사전에는 '교차로·육교'라고 나와 있다. '장르간 경계를 넘나듦'을 뜻하는 이 말은 '열린 시대'의 자연스런 문화현상이다. 원래 퓨전 재즈에서 비롯됐으나 최근엔 우리 일상 전반에 깊숙히 뿌리내리고 있다.

예술계도 성역(聖域)을 고집하지 않는다. 분야간 빗장을 풀고 '저들의 새로움'을 흡수, 또다른 세계를 창조한다. 젊은 작가 5명이 세오갤러리에서 뭉쳤다. 각기 사진·홀로그램·비디오 작업을 들고나와 함께 '시간'을 다룬다. 과거·현재·미래·상상의 세계를 동일선상에서 표현한 'CROSS-OVER展 2006'. 회화·조각·건축·설치 분야가 뒤범벅된 듯 통일성을 보여주는 복합예술 전시다.

예술 '넘나들기'의 정점은 생활과의 접목이다. 이 시대 최고의 산업 디자이너 중 한사람인 필립 스탁은 제품 디자이너로 출발해, 가구와 인테리어 디자인까지 그 영역을 넓혔다. 알레시·카르텔·플로스 등 세계 유명 회사들의 주방용품·가구·조명기구는 이렇게 탄생했다.
뉴욕 디자인계를 이끄는 카림 라시드 역시 소니의 전자제품부터 승용차·화장품·의류·생활용품까지 자신의 역량을 한껏 과시하고 있다. 뉴욕현대미술박물관·런던디자인박물관·비트라디자인박물관이 작품을 소장할 만큼 인정받은 마크 뉴슨은 가구·자전거를 비롯해 레스토랑·스튜디오·제트기 인테리어 디자인까지 섭렵했다. 또 조명회사 플로스와 가구회사 카펠리니 등 유럽 최고업체들과 손을 잡았고, 포드자동차의 컨셉트카 디자인에도 참여했다.
국내기업도 세계적인 디자이너들을 영입하느라 바쁘다. 행남자기는 이스라엘 출신 산업 디자이너 아리크 레비에게 인테리어 소품으로 활용 가능한 최고급 생활자기를 주문했다. 이는 해외시장에서의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기 위한 것. 이 프로젝트에는 사진작가 김중만도 참여했다.

행남자기는 지난 2001년 처음으로 국내 정상급 패션 디자이너 6인과 디자이너스 컬렉션을 진행한 바 있다. 홍보부 이병권 팀장은 "도자기 업계의 도식적 틀을 깨고, 신선한 아이디어를 제시할 인물을 찾다 보니 해외로까지 눈을 돌리게 됐다. 그 첫 번째 주자로 아리크 레비를 선정, 2년간 준비해 온 작품이다. 타분야 인재들과의 교류를 통해 트렌드를 제시하는 브랜드로 거듭날 것"이라고 밝혔다.
산업 디자인 못지 않게 패션 감각도 생활 속으로 파고 들었다. 작년 샤넬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이자 펜디의 기성복 수석 디자이너인 칼 라거펠트가 '돔 페리뇽 빈티지 1998'을 디자인했다. 그레이스 켈리·오드리 헵번·알프레드 히치콕·앤디 워홀·마릴린 먼로 등 당대 유명인사들이 즐겨 마시던 샴페인이 현존하는 최고의 패션 디자이너와 만난 것이다.
그리고 바로 오늘 그의 두 번째 비주얼 '돔 페리뇽 로제 빈티지 1996'이 공개된다. 최상의 맛과 최고의 멋의 만남. 애호가들의 마음은 이미 그 자리에 가 있을 듯하다.
크로스오버는 끊임없는 도전과 응전이다. 결과물은 진화(進化). 따라서 예술과 생활의 크로스오버는 '삶의 아름다운 진화'다.

프리미엄 김혜영 기자
사진 제공= 모엣샹동·포드·한룩스·행남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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