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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Story] 내년엔 1700 … 맞으면 좋을텐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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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증권사들은 "내년에는 환율과 유가가 안정되고, 연기금 자금이 대거 들어와 안정적인 주가 상승이 가능할 것"이라며 강세장을 자신한다.

하지만 '주가는 신도 못 맞힌다'는 말도 있듯 틀리기 일쑤인 게 증시 전망이다. 연말 무렵 주요 증권사들이 제시하는 내년 지수 전망치는 그해 말이 되면 과녁을 한참 벗어나곤 했다.

◆ 내년도 장밋빛 전망 일색=4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2007년 지수 전망치를 내놓은 증권사 15곳 가운데 14곳이 내년도 고점을 1650 이상으로 내다봤다. 1700 이상을 점친 곳도 6곳이나 된다. 내년엔 기업 이익이 증가하고 경기회복이 가시화되는 등 경제 여건이 호전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외국인 매도세가 둔화하고 연기금.기관 자금의 증시 유입이 이어져 수급이 개선될 것이라는 점도 긍정적이다. 증권사들은 또 우리 증시가 세계 증시의 상승세를 뒤늦게 쫓아가기 시작한 점도 거론했다.

우리투자증권 황창중 투자전략팀장은 "내년에는 단기 경기 사이클과 10년 내외의 중기 경기 사이클이 모두 상승 전환하는 시기"라며 "소비가 확장 국면에 진입할 가능성이 높고 환율 등 대외변수의 변동성이 줄어 최고 1710까지 상승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증권사들이 꼽는 내년도 유망업종 1순위는 반도체.정보기술(IT)주다. 내수 회복 덕분에 은행.건설업종 등도 유망주에 올랐다.

한화증권 이종우 리서치센터장은 "IT.조선.건설업종의 강세가 예상되지만 과거처럼 몇 배씩 오르는 주도주는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며 "안정적인 이익이 기대되는 업종 대표주 위주로 투자하라"고 조언했다.

◆ 이번에도 '공수표' 되나=증권사들이 제시하는 전망치의 적중도는 그리 높지 않다. 2002년 증권사들은 900선 돌파를 내다봤으나 그해 말 주가는 600선까지 급락했다. 2003~2004년엔 1000선 돌파를 기대했으나 주가는 800선에 머물렀다.

반면 950~1100 정도를 예상한 2005년에는 지수가 1379.37까지 급등하기도 했다. 당초 예측치와 200포인트 정도 차이가 났다.

지난해 이맘때도 상승 무드에 젖어 있던 증권사들은 "코스피 지수가 최고 1600선에 오르는 신천지를 개척할 것"이라며 "지금이 투자할 때"라고 입을 모았다. 당시 증권사들이 내놓은 분석자료는 제목부터 화끈했다. '대세상승 이상 없다' '코스닥 최종 착륙지 1000' '가치와 성장의 양날개로 비상'….

하지만 코스피 지수는 지난해보다 하락하지는 않았지만 1200선까지 내려갔다가 1400선을 회복한 수준이다. 또 1000까지 간다던 코스닥 지수는 4일 현재 618.13에 불과하다.

한 증권사 투자전략팀장은 "덕담을 건네는 연말연시 분위기에 휩쓸려 내년 전망을 다소 낙관적으로 보는 경향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그러나 증시가 원자재 가격, 환율, 북한 문제 등 예측하지 못했던 변수에 영향받은 점이 더 크다"고 말했다.

내년에는 과거와 같은 '공수표'는 없을 것이라는 게 증권사들의 주장이다. 각종 불확실성에 대한 면역력이 강화돼 예전처럼 돌발 변수에 흔들리지는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실제로 올해의 경우 "2~3분기 조정을 받다가 4분기부터 상승세로 돌아설 것"이라는 지난해 말의 대략적인 추세 전망은 비교적 맞아떨어진 셈이다. 한국증권연구원 김형태 부원장은 "올해 조정 국면을 마무리하고 내년에는 재도약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전망"이라며 "그러나 개인투자자는 증권사의 말만 믿을 게 아니라 스스로 원칙과 기간을 정해 투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손해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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