꽉 막힌 도로… 수출화물 체증(경제 먹구름 이것이 문제다:3)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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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납기대기 힘들고 운송비 증가/80년이래 철도등 투자 “제자리”
고속도로는 말 그대로 차들이 빨리 달리는 길이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나라에는 고속도로가 없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언제 어디를 가봐도 고속도로는 만원이다. 70년대의 일반국도 만큼도 달릴 수 없다.
그나마 주말이나 휴가철이면 고속도로는 아예 주차장이다.
대도시의 러시아워에는 주행속도가 핸들을 놓고 차에서 내리고 싶어진다는 이른바 운행포기속도(시속 14㎞) 가까이 떨어지고 있다.
도로에 비해 자동차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서울·부산주변 도로는 수송수요가 시설능력을 2∼3배,경인·경수고속도로는 60%이상 초과하고 있다.
이에 따라 납기에 대려면 더 서둘러야하고 야간작업 등으로 맞추다보니 제품의 불량률이 높아지고 일손 구하기도 힘들어진다. 교통체증으로 운송비가 더 먹혀 원가는 오르고 수출경쟁력은 약화된다.
○연 1조2천억 손실
자동차에 비해 좁은 길이 병목처럼 우리 경제의 앞을 가로막고 있는 것이다.
국토개발연구원 추정에 따르면 도로혼잡으로 인한 기름·시간 등의 손실이 연간 1조2천억원에 이른다.
80년대 중반이후 연평균 10% 이상의 경제성장으로 물동량이 크게 늘었는데 수송부문의 대 GNP(국민총생산) 투자비율은 80년대 전반보다 오히려 감소했다. 5차 5개년계획기간(82∼86년)중 주요 사회간접시설에 대한 GNP 투자비는 2.4%(연평균)였으나 87∼89년에는 2.1%로 줄었다. 안정시책에 밀려 재정의 역할이 투자기능 보다 통화조절기능에 더 중점을 둔 때문이다.
89년도의 도로연장(5만6천4백81㎞)은 80년(4만6천9백51㎞)에 비해 1.2배로 늘었으나 자동차수는 이 기간중 52만8천대에서 2백66만대(90년 10월 3백26만대)로 5배나 급증했다. 또 이기간중 화물은 1.8배,여객은 1.3배가 증가했다.
기획원조사에 따르면 89년말 현재 고속도로를 포함한 국도 및 지방도의 4.8%가 정상소통이 불가능해 경제활동 및 일상생활에 불편을 주고 있다.
고속도로의 경우 신월∼부평,금정∼구포,한남∼양재,신갈∼원주,대구∼마산,진주∼순천,수원∼남이 등 7개구간 2백20㎞가 특히 심한 체증을 빚고 있다. 이 구간은 적정교통량보다 자동차가 1.6배나 많다.
이에 따라 경부고속도로에서 화물차가 서울∼부산을 왕복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80년의 14시간에서 89년에는 28시간으로 두배가 늘었다.
휴가철에 영동고속도로로 강릉을 가본 사람이면 체증이 얼마나 심한지를 실제로 느끼게 된다. 평소 4시간 거리가 9시간 이상이나 걸린다.
기간산업도로인 국도의 경우 89년말 현재 64개구간 7백90㎞가 심한 정체현상을 빚고 있다. 또 현재 추세대로 자동차가 늘어날 때 당장 내년에는 94개구간 1천3백50㎞가 심한 체증을 빚게돼 있다.
가장 교통체증이 심한 곳은 반월∼군포간(6.5㎞) 산업도로다. 교통량이 적정량의 4.4배나 된다. 이 때문에 반월공단 입주 중소기업체 1천80개가 연간 교통체증으로 입는 경제적 손실은 1천1백80억원에 이르고 있다(국토개발연구원 추산).
수원의 경우 이지역 공단에서 톨게이트까지 빠져나가는데 1년반전까지 5∼10분 걸렸으나 지금은 무려 50여분이 소요된다.
○경부 왕복에 28시간
부산∼울산간 국도(27㎞)의 운행시간은 3년전의 30분에서 현재는 1시간 40분으로 늘었다.
동아그룹 김두영이사는 『심한 교통체증으로 수송전문회사인 대한통운의 운송단가가 오르고 있다. 그러나 화물 운송비를 이에 맞춰 올릴 수 없어 고민』이라고 밝혔다.
교통이 혼잡한 것은 고속도로와 국도만이 아니다. 시가지 교통은 더 엉망이다.
출퇴근시간의 주행속도가 서울은 80년의 시속 30.8㎞에서 작년에는 16.5㎞로,부산은 25㎞에서 14.2㎞로 떨어졌다.
부산은 이제 러시아워의 주행속도가 운행포기속도인 시속 14㎞에 거의 다다른 셈이다.
철도사정이 괜찮으면 도로대신 철도를 이용할 수도 있겠지만 철도쪽 사정도 마찬가지다.
89년도의 철도연장은 80년에 비해 7% 늘었고 객차는 12%가 증가했다. 그러나 화차는 오히려 8%가 감소했다. 반면 이 기간중 철도여객은 27%,화물은 26%가 늘었다.
심한 체증을 빚고 있는 도로·철도의 근본적인 해결책은 투자를 늘리는 길밖에 없다. 그러나 재정을 확대,투자를 늘리는게 간단치 않다.
경제기획원 당국자는 『도로를 확장해야 한다는 총론에는 찬성하면서 이를 위해 세금을 더 거두거나 예산을 늘리려면 반대하는 사회여론의 2중성을 어떻게 설득,극복하느냐가 과제』라고 고충을 토로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우선 급한대로 공채발행·민자유치 등의 방법을 통해 도로·항만 등 사회간접시설을 늘리는 길을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국방·인건비 등 경직성 경비와 재정의 소모성 지출을 억제해 이를 도로·항만건설 등에 돌려쓰는 노력도 병행해야 한다는게 재정관계 전문가들의 지적이다.<이석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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