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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버금가는"영향력 행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0면

90년12월28일. 박세직 시장의 취임 첫날.
오전8시20분에 출근한 박 시장은 8시30분·취임식에 이어 오전9시 기자회견을 가졌다.
오전10시. 오늘의 일정을 보고받은 뒤 간략한 참모회의를 주재한 뒤 낮12시10분 점심식사를 겸한 간담회.
오후1시30분. 시청직원들의 정년 퇴임 식에 참석한 뒤 오후3시로 예정된 국무회의를 부시장에게 맡기고 환경미화원 복지회관 기공식장으로 달려가 삽을 들었다.
이어 오후4시30분에는 지하철7호선 강북구간기공식에 참석한 뒤 모처에 들렀다가 곧바로 퇴근.
취임 첫날임에도 불구, 업무 브리핑을 받을 시간조차 없었다.
서울시장은 직제상 국무총리실 산하 일선 집행기관의 장에 불과하다.
그러나 행사할 수 있는 영향력이나 자리의 막중함은 곧 대통령에 버금가는 것으로 주어진다.
전 국민의 4분의1을 차지하는 인구 1천58만 명, 경제 면이서 국내 제조업체의 25%,금융대출56%의 집중률을 보이는 수도 서울의 수장이기 때문이다.
연간 요리하는 예산은 국가예산의 15%선인 4조1천7백64억 원.
하루 1백14억4천만 원으로 8시간 근무기준 1분에 2천3백83만원을 지출하는 큰손중의 큰손이다.
거느리는 식솔만도 본 청과 구청·3개 사업본부·지하철공사 등 산하 공사·공단직원까지 합하면 7만여 명에 이른다.
시장의 하루는 산더미 같은 결재서류에 사인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연간 3천3백50여건, 하루11건 꼴이다.
내용은 일반업무는 물론 지하철건설·시민생활·도시계획을 비롯, 각종 집단민원에서부터 선행시민 표창에 이르기까지 각양각색.
일반부처의 장관이 주로 큰 줄기의 정책을 결정하는 반면시장은 시민들이 피부로 느끼는 지하철·도로·지방세·택지개발·재개발등 이해관계를 다루기 때문에 시민들과의 마찰도 잦다.
이 때문에 만나는 사람도 집단민원대표, 달동네 주민에서부터 법안관련 로비를 위한 국회의원에 이르기까지 연간 2만9천 여명.
또 각종 회의·행사 등에도 약방 감초 격으로 참석해야 한다.
국무회의·당정협의회는 물론시정자문회의·공청회에서부터 청소년회관·사회복지시설 등 어지간한 규모의 기공식, 소년소녀가장·불우이웃·수해주민 위문에 이르기까지 연간 8백50여 회.
움직이는 거리만도 1만7천1백55km로 하루 47km를 움직이는 셈이다. 봉급은 장관과 같은 월1백23만9천 원.
각종 수당을 합하면 1백57만원 선이다.
그러나 판공비는 엄청나 장관들과는 견줄 수가 없다.
시내 4백94개 동에 10만원씩의 하사금만 내러보내도 5천만원대.
각 국과의 의전행사비·시책추진비로 충당되는 판공비는 이 때문에 선거철만 되면 선거지원비로 시비를 빚기도 한다.
한편 서울시장은 1395년6으 13일(조선조 대조4연)성석린이 판 한성부사로 보임 된 이래 현 박세직 시장이 1천4백15대.
시장의 명칭도 판 한성부사에서 한성부사→판윤→부사→관찰사→판윤→경성부사→서울자유시장→서울시장→특별시장으로 바뀌어 왔다.
특별시장은 49년8월15일 관제개편과 함께 이기붕씨가 첫 취임했다.
대학자인 변계량(21대)서거정(84대)과 대 정치가 맹사성(37대)등을 비롯, 현대에 와서는 대통령(윤보선·1394대)까지 배출한 서울시장의 평균 재직기간은 1백54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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