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확실한 소련장래|미·일·불 전문가가 진단한 새해 국세정세 지상 좌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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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참석자 약력>
◇헬무트 소넨펠트=▲1926년 독일에서 출생 ▲제2차 세계대전 후 미 존스홉킨스대 석사학위 획득 ▲존스홉킨스대 이사·동 대학 국제관계대학원 자문위원·영국국제전략 문제연구소 연구위원 ▲1952∼69년 미국무부 대소분과전문연구원 ▲현재 미 브루킹스연구소 객원연구원
◇이즈미 하지메=▲1950년 동경에서 출생 ▲상지대대학원 졸업 ▲평화·안전보장연구소 주임연구원 역임 ▲1987년부터 시즈오카(정강)현립대 국제관계학부 조교수, 전공은「북동아시아 국제 관계」 ▲저서=『기로에 선 북조선』(공저),『전후 일본의 대외정책』(공저)외 논문다수
◇도미니크 모이지=▲1943년 생 ▲프랑스파리1대학 정치학박사 ▲미 하버드대 연구원 ▲현직-파리 1대학 교수,프랑스 국제관계연구소(IFRl)부원장, IFRI발행 이간『대외정책』주간, 렉스프레스·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 등 고정 칼럼니스트 ▲저서=『20세기의 위기와 전쟁』『역사학: 인종학과 미래학 사이』
그렇다고 미국이 지배적(hegemonic)위치를 추구하지는 않을 것이며 그럴수도 없다고 본다. 미래의 국제질서는 다양한 요소들에 의해 유지 될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페르시아만 사태가 어떻게 끝나느냐에 따라 영향은 받겠지만 어떤 상황이 되든 미국은 계속 세계의 지도적인 위치로 남아 있을 것이다.
다만 이러한 미국의 위치가 각 국의 합의와 책임분담을 바탕으로 유지되고 지원되는 것이 중요하다.
▲모이지=전후 45년간 계속된 소련과의 냉전에서 승리, 미국은 세계유일의 초강대국으로 남게 됐다.
그러나 비록 미국이 소련과의 이데올로기전쟁에서 이기긴 했으나 냉전의 전쟁터를 빠져나온 미국은 숱한 경제적·사회적·도덕적 문제를 안고 매우 피곤한 모습을 하고있다.
미국은 더 이상 세계의 경찰역할을 하고싶지 않다. 그러나 대부분 유럽인들은 미국이 그대로 유럽에 남아있기를 원하고 있다. 그것은 세 가지 이유에서다.
첫째 안보상 이유로 아직도 유럽 내에서 위협적인 존재로 남아있는 소련의 군사력과 균형을 이루기 위함이며, 둘째는 정치적으로 독일을 견제하기 위해서, 그리고 셋째는 미래의 막연한 불안에 대한 일종의 보장장치라는 심리적 이유로 미국의 유럽잔류를 바라고 있는 것이다.
페르시아만 사태 이후의 국제사회에 있어서 미국의 역할은1월15일 이후의 전쟁발발 여부에 크게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만일 전쟁이 일어난다면 대부분 미국인들은 앞으로 국제문제에 미국이 덜 개입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도록 정부에 요구할 것이다.
그럴 경우 유럽으로서는 미국의 역할을 대신할 수 있는 대안이 없다는 문제에 직면하게될 것이다.
▲이두견=확실히 미국의 힘 또는 영향력은 줄어들고 있다고 해도 좋다. 그러나 소련이 몰락, 유럽이 앞에서 말한 것과 같은 문제를 안고 있고 일본은 그러한 야심이 희박해지고있으며 중국은 의연하게 사회주의 노선을 고집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으로 볼 때 세계문체에 대응한 「조정자 역할」을 할 수 있는 유일한 나라가 미국이라는 것에 근본적인 변화가 생겨날 가능성은 없다.
문제는 미국이 금후에도 적극적으로 세계정세에 관여, 새 국제질서구축에 노력을 경주할지, 안 할 지에 있다. 그 점에서 주목되는 것은 이번 페르시아만 위기를 미국이 어떻게 종결지을 것인가 주목된다.
만일 미국에 있어 좋지 않은 결과로 끝날 경우 일거에 미국무드가「내향적」으로 되어 세계정세에 관여를 줄여야한다는 압력이 높아질 것으로 생각된다. 특히 안전보장 면에서 관여에 소극적으로 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의 아시아·태평양지역에 대한 관여가 급격히 줄어들 수는 없으리라 생각된다.
다만 그때도 미국의 아시아·태평양지역에서 유지한 군사적 존재는 안전보장 면에서의 「비용분담」을 보다 과중하게 요구하리라 예상된다.
-유럽에선 냉전이 종식되고 새로운 국제질서가 태동 중이나 아시아지역은 별다른 구조변화 없이 구질서가 계속중이다.
아시아에서는 유럽식 안보협력회의가 가능하다고 보는가.
특히 냉전의 마지막 유산인 남북분단의 극복이 가능하리라고 보는가.
남북한 관계개선 및 통일전망을 부탁한다.
▲소넨펠트=아시아는 태평양 지역은 물론 극동에서 근동까지를 포함한 광범한 지역특성 때문에 유럽식의 안보협력회의가 생겨나기 어렵다고 본다.
다만 현재의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과 같이 정치 또는 경제분야에서 상호 협조하는 길은 모색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안보분야의 경우는 다르다고 본다.
이 지역에서는 유럽과 같이 다 자간의 협약보다는 한미방위조약이나 미일방위조약과 같이 양자간의 안보협약으로 유지되리라 본다.
나는 한반도의 통일이 아직은 먼 곳에 있다고 본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북한의 정치적 변화가 일어날 때 통일의 가능성을 엿볼 수 있다고 본다.
현재는 그 같은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 따라서 작년의 남북대화와 같이 금년에도 한 걸음 한 걸음씩 나아갈 수밖에 없을 것 같다.
통일을 외해서는 엄청난 인내와 기술이 요구된다.
▲모이지=과거와 비교할 때 현재의 한국분단은 훨씬 더 부자연스런 것으로 여겨진다. 결국 북한도 동유럽과 같은 운명을 밟게 되리라는 것이 개인적 믿음이지만 그게 과연 언제쯤일지는 잘 모르겠다. 그러나 독일의 통일이 예상보다 훨씬 빨리 이루어졌듯이 어느 시점에 가면 한반도 통일도 불가피하게 이뤄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본다.
아시아에서 CSCE(유럽안보협력회의)식 국제회의를 어렵게 하는 가장 큰 이유는 유럽 국들 사이에서 볼 수 있는 동질성이 아시아국가들간에는 결여돼 있다는 점이다.
아시아지역의 중심 국인 일본은 자기들 스스로를 아시아인으로 느끼지 않고 있다. 이는 한국인들이 일본인을 그냥 일본인으로 여기지 아시아인으로 여기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다.
또한 중국이 아시아에서 보다 개방적이고 활력있는 역할을 수행할 필요성을 별로 느끼지 않고 있다는 것도 이러한 국제회의를 어렵게 하는 이유가 되고 있다. 아시아보다는 유럽을 우선으로 생각하고있는 소련도 마찬가지다.
▲이두견=아시아 지역에서 유럽식 CSCE를 구성하는 것은 당분간 어렵다고 생각한다. 아시아는 유럽과 달리 「동서 양 블록」이 완전히 구분되지 않으며 미소 양국이 군비 관리 면에서 이해가 일치하는 부분도 적기 때문이다.
한반도 통일문제도 마찬가지다. 조금 긴 눈으로 보면 한반도가 통일로 향해 갈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그 형태가 독일식으로 「흡수합병형통일」이 될 것으로는 보지 않는다. 북한이 구 동독과 마찬가지로「스스로의 체제를 포기한다」고 생각하기 힘들며, 또 만일 그렇게 된다고 해도 한국이 구 서독처럼 경제적으로 북한을 지탱해 갈 수 없으리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대부분의 예상을 깨고 시작, 지금도 계속중인 남북총리회담은 금년에도 회를 거듭해 개최될 것이다. 그 과정에서 한국 측이 크게 양보한다면 노태우 대통령이 바라는 남북정상회담 개최도 현실성을 Elf 것이라고 본다.
결국 한국이 북한에 대해 어디까지 양보할 수 있는가가 정상회담실현의 키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 현재 남북이 주장하고있는 통일방안을 비교하면 실은 양자간에 큰 공통점이 존재한다.
하나의 국가에 두개의 체제가 존재하는 형태로의 통일을 남북쌍방이 허용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북한이 이를 통일의 최종단계로 생각하는데 대해 한국은「중간단계」로 위치를 설정하고 있다. 만일 한국이 양보해 당분간「1국가 2체제」를 통일의「최종단계」로 설정한다면 남북 간의 합의는 충분히 이루어질 것이다.
-우루과이 라운드의 작년 연내협상이 결렬됐다. 합 후 협상도 실패한다면 국제무역 면에서는 보호무역주의가 다시 거세게 일어 무역전쟁확대로 이어질 것으로 우려된다. 아울러 무역마찰은 지역분쟁해결, 제3세계지원, 환경 등 정치·사회의 모든 국제문제협력에도 부정적 영향을 초래할 것으로 전망되는데….
▲소넨펠트=우루과이라운드협상은 일단 좌절을 겪었다.
그러나 재회 합을 가질 경우 어느 정도의 진전이 이루어지리라 본다.
독일이 선거를 치렀고 영국도 새 총리가 취임했으므로 농업분야에 대한 구주공동체(EC)의 입장에 변화가 있으리라 본다.
한국이나 일본도 역시 나름의 어려움을 안고 있다고 본다.
그러나 미국을 포함하여 참여하는 국가들이 좀더 유연한 자세를 가지지 않는다면 이 협상의 성공은 기대하기 힘들 것이다.
▲모이지=지난해 실패는 어느 정도까진 불가피했다고 본다.
그러나 미국과 EC 양쪽 모두 더 이상의 실패를 허용할 수는 없는 입장에 있다. 유럽은 미국을 필요로 하고 있고, 미국 또한 정치적으로 유럽을 필요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곧 회담이 재개되면 미국과 EC는 모종의 타협점을 찾게될 것으로 본다. 물론 타협의 내용은 정치적 성격을 강하게 띨 것이다.
▲이두견=우루과이라운드(UR)최종각료회의가 농업문제를 두고 대립, 해결을 보지 못한 것은 예상대로의 전개였다.
아마 최종단계에서 무언가 타협이 이루어질 것으로 생각하지만 미국과 EC의 대립이 완전히 해소되리라고는 볼 수 없다.
또 미국과 일본·한국사이의마찰도 보다 강해지리라 예상된다. 그 결과 무역 면에서도 자유무역 적인 세계 단일의 보편원칙이 적용될 수 없다고 미국이 판단, 캐나다·멕시코·남미제국과의 사이에「관리무역체제」를 형성하는 방향으로 향해갈 가능성이 있다.
그것은 아시아·태평양지역에서의「블록경제체제화」를 촉진하는 것이며 결코 바람직하지 않지만 역시 우리는 그 같은 시나리오도 상정해야한다고 생각한다.
-경제적으로 세계는 이미 많은 문제에 봉착해있다. 미국경제가 경기후퇴에 들어서고 있다는 지적들이 나오고 있다. 페르시아만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유가전망이 불투명하고 인플레 우려를 해소시키지 않고 있다. 소련경제는 붕괴상태이며 동구도 나을게 없다.
미국경제를 비롯해 국제경제는 지금 어떤 국면에 와있고 세계경제 전망은 어떤가.
▲소넨펠트=페르시아만 사대로 유가가 한때 배럴당 40달러까지 올랐었는데 만일 전쟁이 일어난다면 단숨에 이 이상 뛸 것이 명백하다.
이러한 유가인상 파동은 저개발국은 물론, 미국의 경기후퇴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미국의 경기침체가 어느 기간동안 어느 정도 심각하게 오느냐에 따라 세계정제에 대한 파급효과가 다르게 나타나리라본다.
따라서 세계경제 전체에 대한충격을 따지자면 어느 정도 부정적인 측면이 없지 않겠으나 그렇게 심각하거나 극적인 악영향을 주리라고는 보지 않는다.
▲모이지=경제학자가 아닌 이상 일반적인 얘기밖에 할 수 없을 것 같다. 우선 미국경제는 여기저기서 경기후퇴 징후를 보이는 등 어려운 국면을 맞고있다. 이와 관련, 미국이 해야할 첫 번째 과제는 경제의 신뢰성을 회복하는 일이다. 이를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부담증가를 기꺼이 받아들인다는 공감대가 미국국민들 사이에 형성돼야할 것이다.
유가는 페르시아만 사태 이전부터 이미 인상될 조짐을 보여왔다. 앞으로 페르시아만 사태가 평화적으로 해결된다해도 어느 정도의 유가상승은 불가피 할 것으로 본다.
소련을 포함한 동유럽전체의 개혁추진을 위해 서방이 현재 부담하고 있고 또 앞으로 부담해야 할 대가가 엄청나다는 점은 앞으로 세계경제전망을 어둡게 하는 또 다른 요인이 되고있다.
서방 국들 가운데 89년 동유럽대변혁에 따라 경제적 측면에서 가장 큰 영향을 받을 나라는 독일일 것이다.
50년대 독일국민들은 자유를 위해 분단을 택했다. 그러나 오늘날 그들은 적어도 예측 가능한 미래에 있어서의 경제적 번영보다 통일을 택했다.
이렇게 볼 때 경제적으로 일본은 더욱 크고 강력한 나라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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