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oking&Food] “미쉐린 레스토랑서도 찾는 ‘육우’ … 믿을 수 있고 가성비 탁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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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소 ‘육우’에 대한 편견을 깨다 조재성 육우자조금관리위원장 인터뷰


저지방 고단백, 연한 육질과 감칠맛까지 갖춰  
안전하게 키우고 수입산보다 신선하게 유통

한우 사육환경서 자라, 맛 차이는 종 달라서  
사육기간이 24개월로 짧아 가격도 저렴해

“틀을 깨는 활동으로 일상에서 부담 없는 가격에 즐길 수 있는 대중적인 소고기라는 타이틀, 육우가 가져올 겁니다.” 늙은 젖소 고기, 맛없고 질긴 소고기, 그래서 싼 고기. 그동안 육우가 받았던 서러운 오해들이다. 2007년 임의자조금 공식 출범 이래, 올해로 17년을 맞이한 육우자조금관리위원회는 그동안 이 문제를 집중해 홍보 활동을 펼쳐왔다. 그리고 최근에야 소비자들의 인식이 달라졌다.

육우자조금관리위원회 조재성 위원장은 “소비자가 직접 육우를 찾을 수 있도록 소비자 중심의 홍보 활동을 펼칠 것”이라고 말했다.

육우자조금관리위원회 조재성 위원장은 “소비자가 직접 육우를 찾을 수 있도록 소비자 중심의 홍보 활동을 펼칠 것”이라고 말했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인기가 많은 육우 시식행사. 전국적으로 사람이 몰리는 큰 행사면 어디든 찾아가 육우를 알리는 행사를 하고 있다. 정우성 사진작가, [사진 육우자조금관리위원회]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인기가 많은 육우 시식행사. 전국적으로 사람이 몰리는 큰 행사면 어디든 찾아가 육우를 알리는 행사를 하고 있다. 정우성 사진작가, [사진 육우자조금관리위원회]

미쉐린 가이드에서 별을 받은 유명 레스토랑에서도 육우를 소개하고, 믿을 수 있는 유통, 합리적 가격, 저지방 고단백 트렌드에 맞는 육질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소비자 인지도도 상승했다. 이 기세를 모아 “자조금스럽지 않은 활동으로 소비자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가겠다”는 조재성 육우자조금관리위원장을 대구에서 만났다.

-올해 위원장을 연임했다. 어떤 각오인지.

“지난 2년 위원장을 하면서 힘이 들었다. 규모가 작아, 예산도 넉넉하지 않고 내가 직접 나서야 해결되는 일도 많았다. 그래서 올해는 연임할 생각이 없었는데, 상황이 심상치 않아 보였고 시간이 별로 없었다. 코로나19 이후 국내 소고기 소비가 크게 늘었다. 2013년 1인당 연간 소비가 처음 10kg를 넘고는 코로나19 직후까지 7년 동안 2kg 정도가 증가했는데, 코로나19 이후부터는 연간 1kg씩 증가하고 있다. 빠르고 가파르게 늘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 같은 기간 국내산 소고기인 한우와 육우는 그만큼 늘지 않았다. 모두 수입산 소고기 몫으로 돌아갔다. 특히 미국산 소고기의 경우 한국이 3년 연속 세계 최대 수입국이다.”

“왜 더 신선하고, 맛도 좋은 국내산 소고기가 늘지 않았을까. 생각해보니 우리에게는 중간이 없었다. 한우는 맛있지만 비싸고 특별한 날을 기념하는 날 먹는 소고기라는 이미지가 있고, 육우는 더는 우유를 생산하지 않는 젖소 고기라는 오해가 깊었다. 가정에서 부담 없이 자주 사 먹을 수 있는 일상적인 소고기가 없었다. 이 중간 역할을 육우가 해야한다. 육우는 한우보다 사육기간이 짧아 가격이 저렴하고 요즘 트렌드에 맞는 저지방 고단백 육질을 가지고 있다. 이점을 소비자들에게 잘 알려 중간 시장을 탄탄하게 잡아줘야, 국내산 소고기가 수입산에 밀려 무너지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시간이 별로 없다는 뜻은 무엇인가.

“26년이면 미국산 소고기가, 28년에는 호주산 소고기가 무관세로 바뀐다. 이미 소비자들은 다양한 프로모션으로 수입산 소고기를 접하면서 거부감이 사라진 상태다. 여기에 가격까지 더 경쟁력 있어진다면, 국내산 소고기의 입지는 더 작아질 것이 불 보듯 뻔하다. 농가를 살려달라, 신토불이를 외쳐야 하는 소비가 되는 지경에 이르면 국내산 소고기는 시장 경쟁력이 없다고 봐야 한다.”

-그렇다면, 위원장이 생각하는 경쟁력은 무엇인가.

“같은 종류의 채소도 자란 땅에 따라 맛이 다르다. 하물며 고기는 어떻겠는가. 품종, 사육방식, 유통, 도축 시기에 따라 맛이 천차만별이다. 지금의 한우 특유의 감칠맛도 숱한 연구를 통해 만들어졌다. 한우 이야기를 꺼내는 이유는 대부분 한우 농가에서 육우를 함께 키우기 때문이다. 육우는 한우의 오랜 연구로 만들어진 사육환경 그대로를 적용받아 키워진다. 종 때문에 맛의 차이가 날 뿐이다. 최근에는 육우에 대한 인기가 높아지고 있어 농가에서도 육우 특유의 연한 육질을 살리면서 감칠맛을 올리는 방법을 찾고 있다. 원래는 빠르게 자라 24개월이면 도축이 가능한데, 1~2개월을 더 키워 감칠맛을 오르게 하는 방법도 고민 중이다. 이렇게 육우만의 특별한 맛을 찾아 소개하면 수입산 소고기에 경쟁력이 있을 것으로 본다.”

-최근 조사를 보면 육우에 대한 소비자 인식의 변화가 보인다.

“건강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면서, 육우 소비에도 변화가 생겼다. 특히 2030대 여성 소비자들의 수가 늘었는데, 가구에서의 일상 소비를 늘리고자 하는 육우 입장에서는 아주 중요한 분들이다. 또 가구 소비자들 조사에서 소고기를 선택할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1위가 가격, 2위가 원산지다. 가격 측면에서는 수입산 소고기와 큰 차이 없지만, 원산지 선호도에서는 육우가 더 인기가 있다. 이들에게 더 적극적인 홍보 마케팅을 한다면, 국내 소고기 시장에서 육우가 크게 성장할 것으로 본다. 또, 지방을 적게 먹고 단백질을 챙겨 먹어야하는 노년층에서도 인기가 있다.”

-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홍보 마케팅 계획이 있는지.

“지글지글클럽이라는 식문화 소셜네트워크에 육우가 처음 국내에 소개된 연도를 상징해 만든 1902 미트클럽이라는 육우 클럽을 열고 일반인 대상 레시피 공모전부터 쿠킹 클래스까지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특히 이번 캠페인의 주제가 ‘셰프의 초이스 우리 육우’인데, 트렌디한 건강식을 선보이는 셰프부터 미쉐린에서 별을 받은 레스토랑 셰프까지 참여해 육우를 새롭게 해석했다. 또, 지역의 인기 행사들을 찾아다니며 시식회도 열고 있다. 최근 남원 춘향제에 참석해 시식회를 열었는데, 유치원 아이부터 어르신들까지 사람들의 엄청나게 몰렸다. 육우자조금 인스타그램도 젊게 바꿨다. 요즘 유행하는 숏폼영상을 올리고 상시 이벤트를 진행해 많은 분이 육우를 경험하게 하고 있다.”

-육우(홀스타인종 소)가 국내에 들어온 해가 1902년이라면, 100년이 넘었다. 그런데도, 생소하다.

“곳곳에서 육우를 만날 수 있다. 다만, 소비자들이 인식하기 어려울 뿐이다. 유통회사는 육우라는 이름을 빼고, 국내산 소고기라고 표시해 납품하고, 식당에서도 국내산이라고만 표기하는 곳이 많다. 또 합리적인 가격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소고기 브랜드 중에서도 육우가 많지만, 육우라고 홍보하지 않는다. 과거에, 늙어서 더는 우유 생산이 어려운 젖소 고기라는 오해가 있었기 때문이고, 국내산 소고기만 표시하면 한우처럼 보일 수도 있어 그렇게 한다. 일일이 업체를 찾아다니며 설득할 수도 없으니, 자조금에서는 소비자들의 먼저 육우를 찾을 수 있게 소비자 캠페인을 중심으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육우 농가를 위해 정부가 나서줬으면 하는 문제가 있나.

“곡물값 폭등, 폭염, 전염병 등 요즘 농가들은 정신이 없다. 어렵게 키워도, 수입산 소고기 때문에 가격도 좋지 않다. 더욱이 수입산 소고기의 50%가 넘는 미국산이 26년부터 무관세가 적용되면 시장 경쟁력도 잃을까 염려된다. 육우가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농가 안정을 위한 금융 지원, 소비 촉진을 위한 활동 지원에 적극적으로 도움을 줬으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소비자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믿을 수 있고 안전하게 키운 우리소. 육우로 건강한 식탁을 차릴 수 있도록 잘 키우겠다. 또 즐길 수 있는 다양한 방법도 만들어 소개하겠다. 편견 없이 맛보고 괜찮다면 수입산 소고기보다 신선하게 유통되는 우리 육우를 아주 많이 사랑해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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