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엔 국시 연기·추가 시험…집단행동 의대생 이번에도 구제될까

중앙일보

입력

13일 오전 서울 시내 한 의과대학 도서관에 의사국가시험 교재가 놓여 있다. 연합뉴스

13일 오전 서울 시내 한 의과대학 도서관에 의사국가시험 교재가 놓여 있다. 연합뉴스

의대생들의 집단 수업 거부가 이어지는 가운데 정부가 오는 9월 시작하는 의사 국가시험(국시) 연기를 검토해보겠다고 밝혔다. 학사 운영에 차질이 생긴 일부 대학의 요청에 따라서다.

복지부 “국시 연기 추가 검토해야”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13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브리핑에서 “일부 대학에서 국시 연기 요청을 받은 것은 사실”이라며 “시험이 9월부터 내년 1월까지 진행되는데 이걸 미루면 전체 일정을 다 미뤄야하기 때문에 추가 검토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박 차관은 “(국시 연기에 대해) 어떠한 입장도 없다”며 유보적인 태도를 보였다.

유관 부처인 교육부의 구연희 대변인도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몇개 대학이 국시 연기를 요청했고, 필요하다면 복지부와 협의해보겠다”라고 밝혔다. 구 대변인은 “(의대증원 집행정지 항고심 판단이 나오는) 이번 주가 고비”라며 “의대생 유급 방지책과 관련해 시험 일정 변경 등을 내부적으로 먼저 검토해보겠다”고 설명했다.

교육부는 의대가 있는 전국 40개 대학에 이달 초 공문을 보내 의정 갈등과 관련한 학사 운영 방안을 제출하라고 요청했다. 이에 따라 유급 방지책을 내놓은 대학은 37곳(92.5%)인데, 경북대 등은 “본과 4학년 학생들이 임상실습 시수를 못 채울 것”이라며 국시 연기를 교육부에 건의했다. 의대 졸업을 앞둔 본과 4학년은 임상실습(총 52주, 주당 36시간 이상)을 마친 뒤 시험을 봐야하는데, 수업 거부로 임상실습이 제때 이뤄지지 않으면서 시수 채우기가 빠듯해진 상황이라서다.

국시 일정이 임박하면서 대학가에서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의사 국시는 실기 시험과 필기 시험 순으로 치뤄지는데, 먼저 시작하는 실기같은 경우 7~8월 원서를 접수해 9~11월 시험이 진행된다. 한 지방국립대 의대 관계자는 “학사 일정이 세 달은 밀렸기 때문에 이달 중 수업을 재개한다 해도 최소 8~9월까지는 지연된 수업을 진행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7~8월부터 시험 준비를 시작해야하는 학생 입장에선 국시 준비에 차질이 생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13일 오전 서울 시내 한 의과대학. 연합뉴스

13일 오전 서울 시내 한 의과대학. 연합뉴스

의정 갈등 국면 때마다 정부는 의대생을 구제해왔다. 2000년 의약분업 사태 때는 2001년 1월 예정된 국시를 의대생들이 거부했다. 당시 대상자 3120명 가운데 265명이 원서를 내 약 90%가 시험을 못 치르는 상황이었지만, 2000년 12월 의약분업 사태가 일단락되면서 정부는 그 다음해 국시 일정을 1월에서 2월로 미루고 원서를 추가로 접수했다.

의대 증원이 문제가 됐던 2000년 의료계 파업 때도 마찬가지다. 2021년 실기를 앞두고 2020년 8월 정부는 시험을 일주일 연기했고, 사태가 좀처럼 진정되지 않자 2021년 1월 말에는 추가 시험 기회를 줬다. 당시 정부는 ‘국민적 공감대가 우선 갖춰져야 한다’며 의료계와 날을 세우다 코로나19 유행에 따라 의료 공백이 심화하면서 백기를 들었다.

의대 국시 관련 한 관계자(전문의)는 “이전 학습 경험으로 의대생들이 믿는 구석이 있는 것”이라며 “지난해 떨어졌던 이들이 시험을 준비하고 있기 때문에 국시 연기는 공정하지 못 하다”라고 지적했다. 신찬수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 이사장은 “의정 갈등 국면에서 국시만 연기한다고 달라질 게 없다”라면서 사태 해결을 촉구했다. 다만 “사태 해결이 된다면 당장 9월에 실기를 시작하기 때문에 실기 연기를 고려해볼 수 있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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