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충청권 유학 문의 급증…‘의대입학 삼천지교’ 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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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에 반발한 의대생들의 갈등이 장기화되고 있는 가운데 26일 대전의 한 의과대학 강의실이 텅 비어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에 반발한 의대생들의 갈등이 장기화되고 있는 가운데 26일 대전의 한 의과대학 강의실이 텅 비어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오는 31일 전국 39개 의과대학(차의과대 제외)의 대입 모집요강 발표를 앞두고, 입시 판도에 큰 영향을 미칠 지역인재전형 선발 규모에 관심이 쏠린다. 정부는 지역별 의료 격차를 줄이고 지방 인재 유출을 막기 위해, 증원 이후 지역인재전형 선발 비율을 60%까지 확대할 것을 권고했다.

지역인재전형은 의대가 위치한 권역 소재 고교를 3년간 다닌 학생만 지원할 수 있다. 이를 시행하는 비수도권 의대 26곳의 2025학년도 지역인재 정원은 전체 모집정원 3111명의 절반 이상인 1966명으로 추산된다. 2024학년도 1071명의 두 배 수준이다. 이는 지난달 발표된 2026학년도 대입 전형 시행계획상 지역인재 선발 비율(63.2%)을 적용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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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민 기자

박경민 기자

31일 발표될 대학별 모집요강에도 지역인재 선발 비율을 확대하는 내용이 다수 포함될 전망이다. 경북대는 지난해 발표한 2025학년도 대입 전형 계획에서 110명 중 58명(53%)으로 잡았던 지역인재 정원을 95명(61%)으로 확대했다. 경북대 관계자는 “지역인재 선발 비율을 70~80%까지 늘리자는 얘기도 나왔지만, 합격자의 질적 수준이 떨어질 수도 있어 일단 정부 권고인 60%까지 맞추고 추후 확대를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강원대도 전체 49명 중 15명(31%)만 뽑던 지역인재 정원을 91명 중 55명(60%)으로 늘렸다. 강원대 관계자는 “이 중 일부는 대학수학능력시험 최저가 없는 전형으로도 선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전남대는 지역인재 비율을 80%까지 끌어올려 전체 모집정원 163명 중 130명을 선발할 계획이다.

김주원 기자

김주원 기자

사립대도 이런 흐름에 동참하고 있다. 건국대는 18명에서 66명(45%→66%), 동국대는 23명에서 74명(47%→62%), 순천향대는 41명에서 96명(44%→64%)으로 올리는 등 대다수 대학이 지역인재 선발 비율을 60%대로 확대했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지역인재 인원이 늘면서 입시 판도도 크게 달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비수도권 수험생들은 당장 올해부터 수혜를 볼 것으로 보인다. 일반적으로 지역인재전형 경쟁률은 입학 성적이 일반전형보다 상대적으로 낮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종로학원에 따르면 2024학년도 의대 전국 선발 전형의 정시 경쟁률은 9.1대 1이었지만, 지역인재 전형의 정시 경쟁률은 4.9대 1로 절반 수준이었다. 특히 강원·충청권의 경우 지역 고3 학생 수 대비 의대 정원(1211명) 비율이 각각 2.9%, 1.3% 수준으로 1% 미만인 타 지역에 비해 높은 편이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전략적으로 의대 입시를 노린 조기 지방 유학 현상이 나타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2028학년도 대입부턴 지역 중·고교 6년을 다녀야 지역인재 전형에 지원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이미 초등생부터 비수도권 지역으로 내려가 의대 입시를 준비하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지방에 거주할수록 지역인재전형을 통한 의대 합격에 유리한 구도가 형성되고 있다”며 “이미 서울 강남 지역에서 강원이나 충청으로 이사하는 것이 좋은지 문의하는 학부모들이 있다”고 말했다. 최영득 대치명인 고입컨설팅 총괄소장 “강원도 등은 학원가가 없다는 단점이 있지만, GTX 개통 등으로 교통 여건이 좋아지면 충분히 전학지로 추천할 만한 곳”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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