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네트워크 체제' 도입에…의료계 "싼값 돌려막기" 반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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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오후 서울 한 대형병원에 붙여진 전공의 모집 안내문. 연합뉴스

10일 오후 서울 한 대형병원에 붙여진 전공의 모집 안내문. 연합뉴스

정부가 10일 동네 병·의원에서도 전공의(인턴·레지던트) 수련을 허용하겠다고 밝히자 의료계는 “값싼 전공의를 돌려막겠다는 처사”라며 반발했다. 또 이날 전국 의대 교수들이 휴진에 나섰지만, 의료 대란은 발생하지 않았다. 또 의료계는 정부의 외국 의사 투입 방침에도 계속 반발했다.

동네 의원에서도 전공의 수련 

정부는 이날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제2차 의료개혁특별위원회 회의를 열고 전공의 수련 방안(네트워크 수련체계) 등을 논의했다. 의료개혁특위는 정부가 필수·지역 의료 붕괴를 막기 위해 필요한 개혁 과제를 다루고자 설치한 사회적 논의 기구로, 보건복지부·기획재정부 등 6개 부처 정부위원과 의료계·환자 단체 등 민간위원 16명이 참여한다.

노연홍 특위 위원장은 회의 뒤 브리핑을 열고 “현재 대학병원에서 수련을 거친 전문의 중 과반수가 지역 중소병원이나 의원에서 근무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상급병원이나 중소병원·의원 환자군과 진료 내용이 달라 현재 수련체계로는 다양한 역량을 키우는 데 어려움이 있는 게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노 위원장은 “1~3차 의료기관 등에서 수련을 거쳐 전공의가 중증 진료만 배우는 것이 아니라 실제 현장에서 필요한 의료 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정경실 복지부 의료개혁추진단장은 “예컨대 지역 중소병원이나 보건소와 같은 기관에서도 수련을 다양하게 할 기회가 주어지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특위는 앞으로 산하 전문위원회를 통해 전체 수련체계 개편 방식 등을 구체화하기로 했다.

의정갈등이 이어지고 있는 9일 오전 서울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의정갈등이 이어지고 있는 9일 오전 서울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와 관련, 의사 인력이 부족한 지역 의료계에서는 체제 개편을 환영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조승연 인천의료원장(전국지방의료원연합회장)은 “그간 전공의가 병원 소유물처럼 활용돼왔는데 네트워크 수련 체계를 통하면 전공의 중심 병원 구조를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며 “수련을 마친 뒤 그들이 지역 2차 병원 등에 일하기 좋게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반면 의사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전공의를 지방에서도 헐값에 부리겠다는 의도” “의사를 간호조무사 취급한다” 등과 같은 반박이 쏟아졌다. 성혜영 대한의사협회(의협) 대변인은 “의료 당사자인 의협과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가 빠진 특위에서 비전문가 집단이 논의한 사안”이라며 “여러 곳에서 전공의를 돌려막겠다는 불순한 의도다. 의료 정책은 당사자 논의와 소통을 거쳐 신중하게 결정돼야 한다”고 비판했다.

전국 휴진에도 대란 없었다

의대 교수들은 이날 전국에서 휴진에 나섰지만, 앞선 휴진 때처럼 큰 의료 차질은 발생하지 않았다. 특정 병원 중심이었던 지난달 30일과 지난 3일 휴진과 달리 이날은 전국 19개 의대 50여개 이상 병원이 휴진에 참여했다.

휴진을 주도한 전국의과대학교수 비상대책위원회 측은 이날 “전국적으로 큰 혼란은 없던 것으로 파악했다”고 말했다. 전국의대교수 비대위에 소속된 서울 ‘빅5’ 병원은 4곳(서울대·서울아산·세브란스·서울성모)이다. 이들 병원 관계자는 각각 “문제없이 병원이 정상 진료 중”이라고 설명했다. 교수 이탈률이 다른 곳보다 높다고 알려진 분당서울대병원 측도 “교수님 휴진 참여율은 0%”라고 말했다.

반면 일부 병원에서는 수술 감소 등이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안석균 연세대 의대 교수 비대위원장은 “지난주 금요일(3일) 대비 수술 건수가 44% 줄었다”고 밝혔다.

환자들은 불안감을 호소했다. 이날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병원에서 만난 박보람(40·여)씨는 “11세 아들이 혈뇨 증상을 보여 입원했는데, 의사가 없어 초음파 검사를 다음 주 월요일에 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걱정했다. 간염으로 입원 중인 신모(37)씨는 “전공의 없이 교수가 환자를 거의 혼자 돌보다 보니 업무 처리 속도가 느리다. 무작정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지고 있다”며 답답해했다.

8일 오후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서 해외 의대 준비반을 운영하는 학원. 연합뉴스

8일 오후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서 해외 의대 준비반을 운영하는 학원. 연합뉴스

3개월째 대치 중인 의정은 이날도 공방을 이어갔다. 이날은 정부가 법원에 ‘의대 2000명 증원’ 결정 자료를 내야 하는 마감시한이다. 박민수 복지부 2차관은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 후 브리핑에서 “법에 따라 속기록이 있으면 속기록을 제출하고 그렇지 않으면 회의 관련 모든 자료를 다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서울고등법원은 의대생과 교수·전공의 등이 의대 정원 2000명 증원·배분 결정의 효력을 멈춰달라며 정부를 상대로 낸 집행정지 신청의 항고심에 대해 이달 중순까지 결정을 내릴 계획이다.

의료계는 “밀실 합의”라며 공세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의협은 의사 2만730명, 의대생 1407명, 국민 및 의대생 학부모 2만69명 등 총 4만2206명의 서명을 받아 탄원서를 법원에 냈다. 의협은 “정부의 의대 증원 정책은 의료계와 원활한 소통과 올바른 협의를 거치지 않은 잘못된 정책”이라고 주장했다.

외국 의사 투입 방침에 대한 공세도 이어갔다. 임현택 의협 회장은 이날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한덕수 국무총리를 향해 “아무 문제도 없을 거라는 태도”라며 “국민 생명을 하찮게 보는 것 같다. 오늘 당장 사퇴하라”고 요구했다. 이는 “어떤 경우에도 실력이 검증되지 않은 의사가 우리 국민을 진료하는 일은 없도록 철저한 안전장치를 갖출 예정”이라는 한 총리의 중대본 회의 발언을 겨냥한 것이다. 정부가 외국 의사를 바로 도입할 예정이 아니라고 밝힌 것이지만, 의협 측은 “돈은 있고 지적 능력은 안 되는 사람들이 올 것(임 회장)” “역사에 남을 막말(최안나 의협 총무이사)”이라고 맹비난했다.

임 회장은 “평행선을 달리는 상태를 언제까지 두고 봐야 하냐”라며 “의료 현장을 잘 아는 의사들로 구성된 협의체를 만들어 원점부터 진정으로 필수의료를 살리는 논의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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