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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 상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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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스타는 유사 이래 가장 독특한 상품이다. 자신과 관련된 모든 것을 판다. 1인 상품에 1인 기업이다. 입던 옷, 씹던 껌까지 돈이 된다. 날로 새로운 파생상품이 출현한다.

최근 제주도에서 열린 한류 행사에는 수천 명의 해외 팬이 모였다. 배용준 소속사 등이 주최하고 엑스포라는 이름을 달았지만 팬미팅에 가까운 행사로 빈축도 샀다. 물론 팬들은 근 160만원짜리 패키지 티켓 값이 아깝지 않다는 듯 욘사마를 연호했다.

이처럼 해외 원정 팬들을 만나는 팬미팅은 한류 스타들의 새로운 비즈니스로 각광받고 있다. 국내로 해외팬들을 불러오거나 반대로 일본.홍콩.중국 등에서 대형 이벤트를 벌인다. 팬클럽과 스타가 만나는 소규모 친목 행사에서 출발한 팬미팅이 어느덧 고가의 티켓이 사고팔리는 수익모델로 변모한 것이다. 스타를 육안으로 보고, 그와 사적인 시간을 보냈다는 환상을 파는 체험 상품이다.

스타의 가족도 인기상품이다. 스타의 가족사진 코너는 인터넷의 인기 아이템이다. 얼짱 동생, 얼짱 아기가 속속 탄생한다. 해외에서는 좀 더 적극적인 비즈니스다. 톱스타들이 결혼하고 출산해서 가족애를 과시하는 것이 유행처럼 번지면서 각각의 계기들이 돈으로 연결된다. 앤젤리나 졸리와 브래드 피트가 친딸 샤일로 누벨 졸리 피트의 사진을 400만 달러에 팔아 아프리카 구호단체에 기부한 것은 널리 알려진 일이다. 지난해 영화 출연 중 로맨스가 싹튼 두 사람은 당시에도 밀회 사진을 독점 공개해 거액을 챙겼다.

배우 마이클 더글러스와 캐서린 제타 존스는 결혼식 사진 독점 게재의 대가로 100만 달러를 받았다. 스타의 사생활을 카메라에 공개하는 TV 리얼리티 쇼는 절정이다. 톱가수 브리트니 스피어스, 제시카 심슨 등은 자신들의 신혼생활을 공개한 리얼리티 쇼를 제작해 큰돈을 벌어들였다. 한물간 스타가 누드 촬영을 하거나 파파라치에게 덜미 잡혀 어쩔 수 없이 사생활을 포기해야 했던 이전과는 전혀 다른 양상이다.

프랑스의 사회학자 에드가 모랭은 '스타'에서 "스타는 완전한 상품이다. 1㎝의 신체도, 혼의 한 줄의 섬유도, 생활 한 조각의 추억도 모두 시장에 내놓아지기 때문"이라고 썼다. 그는 또 "스타를 엿보는 대중은 모든 점에서 스타를 박해한다"고 했다. 그러나 오늘날의 스타들은 그 '박해'를 기꺼이 받아들이는 듯하다. 자신을 무한 부가가치 상품으로 전환하고 돈방석 위에 올라타는 길을 흔쾌히 택하고 있는 것이다.

양성희 문화스포츠부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