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한 미국 인건비·집값…금리인하 9→12월 또 밀리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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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물가 반등 우려 커지는 미국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에 영향이 큰 인건비와 집값이 예상보다 높게 나오면서, 물가 재반등 우려가 현실이 되고 있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 예상 시점도 기존 9월에서 연말로 또다시 밀리는 분위기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미국 노동통계국이 발표한 올해 1분기 미국 고용비용지수(ECI)는 전 분기와 비교해 1.2% 상승(전년 같은 분기 대비 4.2%)했다. 이는 시장 예상치(1%)를 소폭 넘어 섰을 뿐 아니라, 2022년 3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지난해 4분기 ECI는 전 분기 대비 0.9% 상승했는데, 이번에는 상승 폭이 더 커졌다.

ECI는 기업이나 정부 및 공공기관 등에서 실제 사람을 고용할 때 지출하는 비용을 합산한 지표다. 임금뿐 아니라 수당과 보험 같은 복리 후생비도 함께 집계하기 때문에 실질적인 인건비에 해당한다.

전 분기 대비 1분기 ECI 상승률은 특히 민간(1.1%)보다 정부(1.3%) 부문에서 더 높게 나타났다. 항목으로 나누면 임금·급여보다는 수당(benefits)이 ECI 상승을 이끌었다. 실제 전 분기 대비 임금·급여는 지난해 4분기와 올해 1분기 모두 1.1% 늘어나며 차이가 없었다. 하지만 같은 기간 수당은 0.7→1.1%로 상승 폭이 커졌다.

인건비는 물가 중에서도 서비스 물가에 직접적 영향을 미친다. 로버크 소킨 씨티그룹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블룸버그TV와 인터뷰에서 “ECI 상승률 1.2%라는 숫자는 물가 상승률과 임금 상승 데이터가 Fed의 목표와 다른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증거”라고 진단했다.

인건비뿐만이 아니라 미국 주택 가격도 예상 밖 오름세를 보였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미국 연방주택금융청(FHFA)이 발표한 2월 주택가격 지수는 전월 대비 1.2% 오르면서 시장 예상치(0.2%)를 큰 폭으로 상회했다. 이 같은 상승률은 2022년 4월 이후 1년 10개월 만에 최대다. 전년 동기 대비로는 7% 올랐는데 2022년 11월 이후 가장 높다. 안주 바자 FHFA 부국장은 “미국 주택 가격은 1월에 약간 하락한 후 2월에 상승하면서 반등했다”며 “조사 대상 9개 지역에서 모두 지난 12개월 동안 가격 상승이 나타났고, 뉴잉글랜드와 중부 대서양 연안 지역은 두 자릿수 상승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미국 CPI에서 주거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34% 달할 정도로 높기 때문에 주택 가격 상승은 물가 안정에 부정적인 뉴스다.

물가가 다시 튀어오를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그간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은 “1·2월 물가 지표가 갑자기 크게 오른 것처럼 보이지만 이는 계절적 요인”이라고 일축했다. 하지만 미국 자산운용사 뱅가드는 “최근 물가 상승률 반등이 일시적 현상이라고 보기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고 짚었다.

물가 재반등을 뒷받침하는 지표가 발표된 후 금리 인하 전망도 크게 후퇴했다. 이날 지표 발표 직후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는 9월에도 Fed가 기준금리를 현재 수준에서 동결할 가능성(53.9%)이 가장 높다고 예상했다. 지표 발표 전만 해도 9월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44.2%)이 동결(42.5%)보다 소폭 높았지만, 뒤집힌 것이다. 페드워치는 12월이 돼야 Fed가 첫 번째 기준금리 인하를 시작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금리 인하 전망이 후퇴하면서 금융 시장도 요동을 쳤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미국의 3대 지수인 다우존스30 산업평균(-1.49%)·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1.57%)·나스닥(-2.04%) 지수 모두 전 거래일 대비 큰 폭 하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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