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주민증 발급 때 열 손가락 지문 채취…과도한 침해 아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이종석 헌법재판소장과 재판관들이 25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 앉아있는 모습. 연합뉴스

이종석 헌법재판소장과 재판관들이 25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 앉아있는 모습. 연합뉴스

지문으로 휴대전화 잠금을 풀고 결제시스템·금융서비스를 이용하며 주거 등 잠금장치로도 지문인식 기능을 사용한다. 지문정보의 악용 가능성이 높아졌다. (헌법소원 청구인)

그것은 해당 기술을 이용하기 위해 지문정보를 사용하는 데 따라 발생하는 위험이지, 주민등록증에 지문을 수록하도록 한 것에서 기인한 위험이 아니다. (헌법재판소)

달라진 시대를 반영해 주민등록법상 지문날인 제도에 대한 위헌 판단을 다시 해 달라는 요구가 있었지만 헌법재판소는 “오늘날에도 문제 없는 제도”라며 9년 전과 같은 판단을 내렸다.

지난달 25일 헌법재판소는 김모 씨 등이 주민등록증 발급을 위해 열 손가락 지문(십지문)을 찍도록 하는 것이 기본권 침해라며 낸 헌법소원 청구를 기각했다. 해당 주민등록법 시행령에 대해 위헌 소송이 잇따랐지만, 헌재는 2005년과 2015년에 이어 이날 세 번째로 합헌 판단을 내렸다.

지문은 개인정보에 해당하고, 지문 정보를 나라에 제공하는 것은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제한한다. 하지만 기본권도 필요한 경우 제한될 수 있기에 필요한 수준을 넘는 과도한 침해인가가 쟁점이다. 헌재는 2015년 판단 이후 9년이 흘렀지만 그 때 판단을 바꿀 이유가 없다고 봤다. ▶효율적인 신원확인이라는 목적이 정당하고 ▶방법이 적절하며 ▶얼굴·홍재 등 다른 수단과 비교해도 지문이 가장 정확·간편하며 ▶개인이 현실적으로 입게 되는 불이익이 그다지 심대하지 않으므로 과잉금지원칙 위반이 아니란 것이다.

전국민에게 일제히 주민번호를 부여한 1968년 당시 중앙일보에는 '번호갖는 대한민국'이란 기사가 실렸다.

전국민에게 일제히 주민번호를 부여한 1968년 당시 중앙일보에는 '번호갖는 대한민국'이란 기사가 실렸다.

기술의 발달로 지문인식 서비스 활용 범위가 넓어졌단 점은 2015년과 달라진 점이다. 청구인들은 지문정보의 복사도 가능하기 때문에 이제 지문정보를 수집함으로써 생기는 위험이 더 커졌단 점을 감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헌재는 “이는 지문인식을 활용한 서비스의 문제지 주민등록증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2020년부터는 주민증에 지문복제방지 기술도 도입됐다”고도 했다.

다만 이렇게 수집한 지문 정보를 경찰에도 전부 보내주는 것이 기본권 침해가 아닌가에 대해서는 과거보다 더 많은 재판관들이 침해라고 봤으나 위헌 정족수(6명)에는 못 미쳐 마찬가지로 청구가 기각됐다. 4명의 재판관(김기영·문형배·이미선·정형식)은 “지자체에서 개인정보를 경찰로 보내는 것은 정보주체의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제한하는 새로운 행위”인데 “구체적인 범죄수사나 신원확인의 필요성과 상관없이 모든 국민의 지문을 송부받아 보관할 수 있는 근거는 없다”고 했다. 필요한 경우 제공하는 것도 아니고 사전에 일괄해서 보내주는 건 문제란 것이다.

반면에 2명의 재판관(이영진·정정미)은 경찰이 사전에 지문을 다 갖고 있어야 할 필요가 크다고 봤다. “경찰이 범죄수사나 사고피해자의 신원확인 등을 위하여 지문정보를 이용하는 경우 그 방법은 구체적 사건에서 채취한 지문과 경찰이 미리 수집하여 보관 중인 지문정보를 대조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질 것이므로 사전에 광범위한 지문정보를 보관하고 있지 않다면 이러한 방식이 효율적으로 이루어지기 어렵다”고 했다.

이종석 헌재소장을 비롯한 3명의 재판관은 어차피 청구인이 지문날인을 거부했기 때문에 따져 볼 필요 없이 각하해야 한다는 의견이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