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랜드는 그렇게 돈 벌었다…중국 '중저속 성장' 시대 키워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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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통상자원부와 KOTRA가 지난 13~18일 중국 하이난성에서 열린 ‘중국 국제 소비재박람회’에서 한국관을 운영하며 한국 프리미엄 소비재의 우수성을 알렸다. 사진 KOTRA

산업통상자원부와 KOTRA가 지난 13~18일 중국 하이난성에서 열린 ‘중국 국제 소비재박람회’에서 한국관을 운영하며 한국 프리미엄 소비재의 우수성을 알렸다. 사진 KOTRA

올 1분기 대중국 수출액이 대미국 수출액에 역전 당한 가운데 한국 기업들의 대중 수출 전략이 달라져야 한다는 진단이 나온다. 중국 경제가 고도성장할 땐 수출 특수를 누렸으나, 이제 중국이 중저속 성장 시대에 접어들어서다. 고급소비와 설비투자·고령화를 키워드로 새로운 수요를 찾아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다.

29일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올 1분기 대미 수출액은 310억 달러(42조 7000억원)로 대중 수출액(309억 달러)보다 1억달러 가량 많았다. 대미 수출액이 대중 수출액을 웃돈 것은 2003년 2분기 이후 처음이다. 지난해 대중 수출액(1248억 달러, 172조원)은 전년보다 19.9% 감소한 가운데, 올해 1분기부터는 미국 수출액보다 적어지는 추세에 접어든 것이다.

김경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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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기업들은 중국을 여전히 매력적인 시장으로 보고 성장 기회를 찾고 있다. 무역협회가 지난 1월 대중 수출기업 570곳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해보니, 응답 기업의 86.2%는 향후 중국 시장의 수요 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바탕으로 중국 사업을 유지하거나 확대하겠다고 답했다. 필요한 지원을 묻자 중국 수출 시장에 적극적인 소비재 기업들은 변화한 중국 소비자 연구가 필요하다는 응답이 많았다고 한다.

김경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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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계는 대중 수출 확대를 위해서는 중국 정부의 정책 변화, 인구구조 및 구매력 변화 추세를 좀더 깊이 분석해야 한다고 본다. 우선 중국 정부의 소비 진작책에 주목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리오프닝 이후 경제회복 지연 원인을 내수부진으로 진단하며, 자동차·가전 등을 대상으로 ‘이구환신’(새 제품으로 교체 시 보조금 제공) 정책을 펴고 있다.

지만수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정부 정책에 따라 중국 사람들이 소비를 늘릴 테니 고급 소비재 등 새로운 수요가 생길 가능성이 있다”며 “한국의 패션·뷰티 기업들은 이제 중국에서 과거와 같은 획일적인 산업 전략이 아니라 브랜드별 접근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중국 내 여성복 이랜드 매장. 중국 전역에 400여 개점이 있다. 사진 이랜드

중국 내 여성복 이랜드 매장. 중국 전역에 400여 개점이 있다. 사진 이랜드

이랜드그룹은 중국에서 고급화 브랜딩에 성공한 사례다. 국내에선 미쏘·로엠 등 가성비를 내세우지만, 중국에선 백화점 수준의 여성복 브랜드 ‘이랜드’로 연 매출 2000억원을 달성했다. 중국 내 여성복 이랜드 매장은 400개가 넘는다. 이랜드그룹 관계자는 “고가 의류 브랜드에서 주로 쓰는 고급 원단과 디자인, 봉제 방식을 택해 중국 내 주요 백화점을 중심으로 영업한 전략이 주효했다”고 말했다.

중국이 대대적인 설비 투자에 나서는 것도 기회다. 중국 정부는 연간 설비투자 시장 규모가 5조 위안(약 950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인공지능(AI)을 제조업에 접목한 스마트공장 투자 규모도 커지는 중이다. 중국의 스마트공장 시장은 2020년부터 매년 10%대 성장률을 기록했다. 김문선 스마트제조혁신협회 사무국장은 “투자 규모가 커 중국 내 기업만으론 소화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에 진출해 있는 한국의 로봇·스마트팩토리 기업들이 눈여겨볼 만하다”고 말했다.

김경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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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내 고령화에 따른 인구구조 변화 역시 새로운 수요를 만들 수 있다.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의 60세 이상 인구는 2억9700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21.1%이며, 2035년엔 30%에 달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지난해 약 7조 위안(약 1330조원)인 중국 실버 산업 규모는 2035년 30조 위안(약 5700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 전체 경제는 중저속 성장 중이지만, 실버산업은 고성장 중이란 뜻이다.

이를 눈여겨본 국내 의료기기 업체들은 중국 시장 진출을 확대하고 있다.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에 따르면 대중국 의료기기 수출 1위 품목은 치과용 임플란트 고정체다. 이 협회 관계자는 “오스템 등 한국 기업들이 중국 현지 의사들을 상대로 임플란트 시술을 교육하며 마케팅 효과를 봤고, 요즘은 K콘텐트 영향으로 필러·레이저 치료기나 콘택트렌즈도 뜨고 있다”며 “성장세를 보면 중국은 여전히 쉽게 포기할 수 없는 매력적인 시장”이라고 말했다. 중국 내 의료기기 시장은 최근 5년간 연평균 성장률 약 12%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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