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 분양가 폭리 규제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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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억4천만원이었던 아파트 분양가가 어떻게 1억8천만원대로 올랐는지 이해가 안간다."

충남 천안시 홈페이지는 요즘 치솟는 아파트 분양가를 걱정하는 글들로 가득찬다. 용곡동에서 지난달 29일 분양을 한 세광종합건설과 10일 분양을 앞두고 있는 동일토건 등이 평당 가격을 지난해 인근지역에서 분양했을 때보다 1백만원 이상 오른 5백20만~6백만원으로 책정한 데 따른 것이다.

건설사들은 "택지 조성비가 오른 데다 학교 등 공공용지 확보 부담 등이 커져 건설 원가가 높아졌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댄다. 하지만 시민들은 "용곡동 부지 매입비가 지난해 평당 1백20만원을 넘었던 불당지구보다 더 비싸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분양가 과다 인상은 업체들이 천안지역 부동산 열기에 편승해 이익을 챙기려는 얄팍한 상술"이라고 비난했다.

◇ 높아만 가는 분양가=동일토건의 경우 58평형의 평당 분양가를 5백97만원으로 책정하는 등 지난해 5월 분양한 불당동 아파트보다 평당 가격을 평균 1백20여만원 올렸다.

이는 최근 웃돈이 많이 붙은 불당동 분양권 시세를 고스란히 반영했다는 지적이다. 대전만 해도 LG건설이 지난달 삼성동 옛 한밭대부지에 분양한 아파트의 평당 분양가가 4백60만원에 불과했다.

양도세 중과 등 부동산 대책이 잇따라 나오면서 아파트값 상승이 주춤해진 가운데 신규 분양에 나서는 건설사들이 경쟁하듯 분양가를 높게 책정하는 것과 관련, 천안 시민들의 성토가 이어지고 있다.

한 네티즌은 "며칠 전 동일토건 모델하우스의 직원에게 분양가를 물어보니 '불당동 프리미엄을 감안해 책정할 것'이라고 했다"며 "분양을 받느니 아예 웃돈을 주고 입주를 앞둔 아파트의 분양권을 사는 게 낫겠다"고 말했다.

이길순씨는 "금리는 바닥이고 땅값도 불당동보다 싼 데 평당 분양가를 1백만원 넘게 올린 것은 이해가 안간다"며 "외부 투기자만 안오면 분명히 미분양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시 건축과 관계자는 외환위기 이후 분양가가 자율화돼 규제할 방법이 없다는 대답만 되풀이 할 뿐이다.

◇ 아파트 곧 넘친다=건설사들은 높은 분양가를 정해 놓고도 분양 성공을 자신한다.

내년에 고속철도가 개통되고 수도권 전철이 연장되는 등 호재(好材)가 많아 이른바 '천안 불패(不敗)'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회의적 시각도 많다.

한 부동산 컨설턴트는 "인구 45만명인 천안에 최근 2년새 너무 많은 아파트가 분양됐다"며 "고속철도가 개통되고 수도권 전철이 연장되더라도 수도권 이주 인구는 얼마 안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2005년 아산신도시의 대규모 공급이 예정돼 있어 공급 초과 현상이 곧 나타날 것"이라고 에상했다.

이에 따라 업계 일각에선 내년 초 아파트값이 급락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불당동 등 천안 지역에서 분양한 물량을 대거 사들인 수도권 주민들이 더 많은 웃돈을 기대하면서 아직 팔고 있지 않지만 내년 입주를 앞두고 일시에 내놓을 가능성이 큰 데다 새 아파트로 이사갈 천안시민들이 기존에 살던 집을 대거 내놓을 수밖에 없어 집값 급락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천안=조한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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