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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 아버지의 조언 “친구 같은 부모? 직무유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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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신간 『나는 읽고 쓰고 버린다』 출간 간담회에서 질문에 답하는 손웅정 감독. [연합뉴스]

신간 『나는 읽고 쓰고 버린다』 출간 간담회에서 질문에 답하는 손웅정 감독. [연합뉴스]

“지금도 미래를 여는 열쇠는 책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세계적 축구 스타 손흥민(토트넘) 선수의 아버지 손웅정(62) 손축구아카데미 감독은 신간 『나는 읽고 쓰고 버린다』(난다) 출간과 함께 17일 열린 간담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세상은 지식이 아니라 지혜로 사는 것이고, 그런 공부의 기본은 독서라고 생각했다”고 강조했다.

다독가인 그가 최근 15년간 쓴 독서노트만 6권. 이번 책은 노트를 본 출판사 대표 김민정 시인과 지난 1년간 여러 차례 만나 나눈 대화가 바탕이다. 손 감독의 말과 생각을 기본·가정·리더·부모·청소·독서·행복 등 13개의 키워드로 나눠 인터뷰 형태로 실었다. 이에 따르면, 그는 좋은 책은 세 번 읽는다. 매번 다른 색으로 밑줄을 긋고, 별표를 치고, 생각 거리를 메모한다. 그리고는 책을 버린다.

왜 버릴까. 신간에 담긴 문답에서 그는 “책을 산 건 난데 어느 순간 책이 나를 소유하고 있더라”라고 답했다. 또 “첫째는 제가 이런 책들을 읽었다고 자랑하는 거 같은 게 싫어서, 둘째는 수많은 책에 끼는 먼지를 감당할 수 없어서” 등을 구체적 이유로 꼽았다.

그는 손흥민 선수의 유소년 시절에 함께 처음 독일에 갔을 때는 독일 역사책을, 다시 영국으로 가서는 영국 역사책을 읽었단다. 정작 두 아들에겐 책 읽으란 말을 하지 않았단다. “가난만 대물림되는 게 아니라 부지런함이나 게으름도 대물림된다고 봐요. 아버지가 책을 읽는 모습, 선을 넘지 않고 사는 모습을 보면 알아서 읽겠지 했죠.” 다만 눈에 띈 내용을 메모해 책과 함께 머리맡에 둔 적은 있단다.

그는 “요즘 부모들이 아이들을 성공이나 부(富) 쪽으로 유도하는 ‘앞바라지’ 경향이 많다”며 그보다 “아이들의 재능과 개성을 찾아내고 살려내는 ‘뒷바라지’”를 강조했다. 두 아들 성장기에 여행 등을 경험했던 것도 이런 이유에서였단다. 그는 신간에서 “흔히들 자식에게 친구 같은 부모가 되어줘야 한다고들 하는데 저는 그거 직무유기라고 본다”고 말했다. 습관적인 잘못을 고치는 것을 비롯해 “안 되는 건 안 된다고 끝끝내 말해줄 수 있는 건 부모뿐”이라면서다.

바쁜 그는 책 읽을 시간을 어떻게 낼까. “송나라 사람 구양수가 마상, 침상, 측상의 삼상을 얘기한 것처럼, 이동할 때, 화장실에서, 자기 전에죠.” ‘인생 책’을 추천해달라는 요청에는 “사람마다 책마다 ‘타격감’이 다르다”며 답을 피하다가 『사기』를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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