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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AI 강국 오점 "최다 특허 보유에도 인재 유출 속도 가팔라"

중앙일보

입력

미국 스탠퍼드대 '인간 중심 AI 연구소'(HAI)가 지난 15일(현지시간) 발간한 'AI 인덱스 2024'. 사진 스탠포드대

미국 스탠퍼드대 '인간 중심 AI 연구소'(HAI)가 지난 15일(현지시간) 발간한 'AI 인덱스 2024'. 사진 스탠포드대

한국이 세계에서 인구 10만명당 가장 많은 AI(인공지능) 특허를 가지고 있지만, 경쟁력을 갖춘 인재들이 가파르게 나라 밖으로 빠져나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스탠퍼드대 인간 중심 AI 연구소(HAI)가 지난 15일(현지시간) 발간한 'AI 인덱스 2024'에 따르면 한국은 2022년 기준 인구 10만명당 AI 특허 수가 10.26으로 조사 대상국 중 가장 많았다. 룩셈부르크(8.73), 미국(4.23), 일본(2.53), 중국(2.51)이 뒤를 이었다. 특허 증가율로만 보면 한국은 10년 전인 2012년에 비해 38배나 늘었다.

이처럼 특허 증가율은 높았지만, AI의 인재 유출은 심각했다. HAI가 글로벌 채용 인맥 사이트 링크드인 데이터를 통해 분석한 결과 지난해 기준 1만명당 'AI 인재 이동'에서 한국은 -0.3을 기록했다. 마이너스(-)는 특정 지역의 AI 인재가 외부 유출 등으로 순감했다는 의미다. 한국은 2020년엔 0.3으로 AI 인재가 유입된 것으로 나타났지만, 2021년 이후 지속해서 하락했다. 인도(-0.76)와 이스라엘(-0.57)도 인재 유출이 심각한 나라로 조사됐다.

각국에서 유출된 AI인재는 싱가포르 등으로 향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싱가포르 정부는 고급 기술자용 취업비자 제도를 신설하고 아시아계 석박사 과정 학생들에게 거액의 장학금과 정착지원금을 주는 등 최근 AI 인재 유치에 노력하고 있다. AI 인재가 해당 국가에 얼마나 몰려 있는지 판단하는 척도인 'AI 인재 집중도'를 보면 싱가포르(0.88%)는 이스라엘(1.13%)에 이어 2위를 기록하고 있다.

신재민 기자

신재민 기자

AI 인재 유출의 가속화엔 한국의 투자 규모 축소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한국의 AI 민간 투자 규모는 13억9000만 달러(약 1조9200억원)로 조사 대상국 중 9번째이다. 2022년(31억 달러·4조 2800억원, 6위)에 비해 투자 규모가 크게 줄었다. 선두 국가와의 격차도 상당했다. 지난해 AI 민간 투자 규모 672억 달러(92조 9800억원)를 달성하며 1위를 기록한 미국은 2위인 중국(77억 달러)을 크게 따돌렸다.

한편 이 보고서에는 AI 기술의 기초가 되는 '파운데이션 모델' 국가별 개발 건수가 포함됐는데, 지난해 기준 한국은 '0개'를 기록했다. 미국이 109개로 가장 많았고, 중국(20개) 영국(8개) 아랍에미리트(4개)가 뒤를 이었다. 다만 보고서는 한국과 중국 등 특정 국가의 모델이 누락됐을 가능성을 인정했다.

이와 관련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17일 설명자료를 내고 "스탠퍼드대에서 자체적으로 조사한 전 세계 AI 파운데이션 모델 출시 사례에 우리나라의 모델 개발 건수가 명시되지 않았다"며 "우리나라의 경우 네이버의 하이퍼 클로바 X, LG AI 연구원의 엑사원 2.0, 삼성전자의 가우스, 코난테크놀로지의 코난LLM, 엔씨소프트의 바르코 등 다수의 독자 파운데이션 모델을 보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한국 사례가 AI 인덱스에 포함될 수 있도록 스탠퍼드대와 협력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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