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00원 턱밑’ 원화값에 유학생 한숨…원자재 수입 기업도 타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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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이 장중 1400원 선까지 올랐다가 전일보다 10.5원 급등한 1394.50원에 마감했다. 사진은 이날 서울 명동의 한 환전소 모습. [연합뉴스]

16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이 장중 1400원 선까지 올랐다가 전일보다 10.5원 급등한 1394.50원에 마감했다. 사진은 이날 서울 명동의 한 환전소 모습. [연합뉴스]

“요즘 고금리·고물가에 힘든데 환율까지 요동쳐 매출이 (지난해 대비) 반 토막 날까 봐 눈앞이 캄캄하다.”

경기도 안산 단원구 시화벤처로에서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박모(50) 대표의 얘기다. 그는 해외에서 모니터 패널 등 부품을 수입해 무인민원발급기를 만든다. 박 대표는 “(패널 등) 수입 부품 가격이 지난해 하반기 (원화로) 약 20만원에서 최근 24만원으로 뛰었다”며 “이럴 줄 알았으면 지난달 1달러당 1310원대에 주문을 해야 했는데, 버티다가 손실만 커졌다”고 토로한다.

원화값이 달러당 1400원 선 턱밑까지 요동치면서 환율에 민감한 기업과 유학생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달러 대비 원화 가치가 하락하면 유학생의 생활비는 물론, 수입 대금 결제를 앞둔 기업의 비용 부담이 커질 수 있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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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화값은 전날보다 10.5원 내린(환율 급등) 1394.5원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에는 2022년 11월 7일 이후 17개월 만에 처음으로 1400원 선도 뚫었다.

급락하는 원화값은 해외에서 각종 부품을 수입하는 기업엔 직격탄이다. 같은 양을 수입하더라도 원화 가치 하락으로 더 많은 대금을 달러로 지불해야 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국제유가 급등으로 수입 물가가 들썩이는 가운데 원화값이 급락하면 상승 폭을 더 키울 수 있다.

16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수입물가는 한 달 전보다 0.4% 상승했다. 석 달 연속 오름세다. 국제유가(두바이)가 지난달 배럴당 84.18달러로 한 달 사이 4.1% 뛴 영향이다. 유가가 오르면서 석유제품과 석탄 등의 가격이 줄줄이 오르면서 수입물가를 끌어올린다. 문제는 이달 들어 국제유가뿐 아니라 달러값도 뛰면서 수입물가가 더 오를 수 있다는 게 한은의 분석이다.

수퍼달러(강달러)에 원화값이 하락하면 유학생 자녀를 둔 가정의 부담도 커진다. 딸을 미국으로 유학 보낸 직장인 이모(51)씨는 “작년 말엔 방값 포함해서 생활비로 매달 200만원을 달러로 바꿔서 송금했는데 최근에 환율과 미국 물가가 함께 뛰면서 250만원으로 늘었다”며 “원화값이 더 빠질까 봐 하루에도 몇 번씩 환율을 검색하고 있다”고 했다.

한편 치솟는 달러 몸값에도 달러예금 잔액은 줄고 있다. 16일 국민·신한·우리·하나은행 등 4대 시중은행에 따르면 달러예금 잔액은 478억4600만 달러(약 66조원)로 지난해 말(564억3700만 달러)보다 85억9100만 달러 감소했다. 은행권 관계자는 “최근 상당수 투자자는 달러 강세에 차익 시현에 나서고 있다”며 “특히 (달러예금이 많은) 수출기업이 달러값이 오를 때 적극적으로 파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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