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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지금 ‘당권 싸움’ 할 때인가…여당의 영혼 먼저 바꿔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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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 겸 당대표 권한대행이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4선 이상 국회의원 당선인 간담회에서 모두발언 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 겸 당대표 권한대행이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4선 이상 국회의원 당선인 간담회에서 모두발언 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비대위 가닥 속 당권-전당대회 놓고 또 갈등 조짐

‘처절한 반성’ 끝장토론하고 낙선자 얘기 더 경청을

총선에서 참패한 국민의힘이 어제 윤재옥 대표 권한대행과 4선 이상 중진 당선인의 간담회를 연 데 이어 오늘은 당선인 총회로 수습책 모색에 나섰다. 윤 대행은 “국민 회초리 달게 받아야” “뼈저리게 반성하고 재탄생하는 모습 보이자”며 민의를 연거푸 강조했다. 그러나 여당 상황을 보면, 과연 그럴 의지와 진정성이 있는지 의구심을 떨치기 어렵다.

국민의힘은 민심이 등 돌린 데 대한 원인 파악과 뉘우침 대신 당권 다툼에 몰두하는 듯한 모습부터 노출했다.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 사퇴 직후 한쪽에선 비대위부터 다시 꾸리자며 기선 제압에 나서고, 다른 쪽에선 새 대표를 뽑는 전당대회로 직행하자고 맞섰다. 일단 ‘선 비대위, 후 전당대회’로 가닥이 잡혔지만, 시기 등을 놓고 여전히 의견들이 분분하다. 이는 당내 친윤-비윤계 간 역학 구도에 직접 영향을 줄 수 있는 사안이다. 난국 수습을 위해서라곤 하지만, 본질적으론 당권을 노린 경쟁이 그 배경임을 부인하기 어렵다. 그러나 지금 여당에 중요한 건 누가 대표가 되느냐가 아니다. 다수 국민은 누가 당권을 쥘지 별 관심도 없을 것이다. 그보다는 국민의힘이 오랜 무소신·무능에서 벗어나 존재의 의미가 있는 여당으로 환골탈태하는 모습을 보여 달라는 게 민심의 요구였다. 당권 경쟁은 그다음이어도 늦지 않다.

지금 여당은 교황 선출 방식인 콘클라베 흉내라도 내서 몇 날 며칠이고 끝장토론을 통해 민심을 회복할 변화의 대안을 도출하는 게 급선무다. 영남·서울 강남권에 치중된 당선인을 불러 모으기보다는 차라리 낙선인 총회를 열어 수도권을 비롯한 전국의 쓰디 썼던 민심부터 제대로 청취해야 한다. 그런 반성의 과정 없이 서로 자기 입맛에 맞는 대표부터 세우겠다고 티격태격한다면 이 당엔 희망이 결코 없다. 보수의 험지인 서울 도봉갑에서 승리한 37세의 김재섭 당선인이 대표 후보로 거론되는 현실이 이 당에의 기억이 빚어 낸 민심일 것이다. 김 당선인은 이대로 전당대회를 치르자는 건 “쓰레기에 이불 덮는 꼴”이라며 “처절한 반성이 먼저”라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여당 패배 원인의 8∼9할이 대통령실에 있다고 하지만, 수직적 당정 관계를 쇄신하지 못하고 거수기 노릇만 해 온 국민의힘 책임은 매우 크다. 정부에 대한 합리적 비판과 견제 기능을 상실하고 야당과 소통에는 눈과 귀를 닫았다. 지난 전당대회에선 친윤계 초선의원들이 용산의 눈치를 보며 집단 연판장으로 나경원 당선인의 출마를 주저앉히기도 했다. 그러는 사이 국민의힘은 확장력을 잃고 ‘영남 자민련’ 수준으로 쪼그라들고 말았다. 혁신과 자생력이 없으니 선거 때마다 검증되지 않은 외부 인사에 의존하는 기생의 구조가 굳어졌다. 이참에 당의 영혼을 통째로 바꾼다는 결기 없이 이 보수 정당의 장래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