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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시조가 있는 아침

(222) 꽃 지는 봄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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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유자효 시인

유자효 시인

꽃 지는 봄날
조영일(1944∼)

슬픔은 사람에게만 있는 게 아니다
뜰에 지는 꽃을 보면 쓸쓸하게
바람에 흔들리면서 까맣게 볕에 탄다
아프지 않는 상처 어디에 있겠는가
꽃 지고 난 세상 가볍지 않는 울림
잎 피고 꽃 지는 봄날 몸에 새겨 진다
-한국현대시조대사전

“4월은 가장 잔인한 달”

봄날 뜰에 지는 꽃을 보면서 슬픔은 사람에게만 있는 게 아니며 꽃에도 상처가 있음을 발견한다. 생명이 소생하는 봄에 우리가 배우는 것. 그것은 봄에도 꽃은 지고 다시 잎이 피는 우주의 변화 속에 그 아픔을 몸에 새기며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조영일(趙榮一) 시인은 봄의 시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봄을 소재로 한 시조를 많이 쓰고 있다. 연작 시조 ‘봄날’의 다섯번 째 작품을 본다.

바람아, 목숨 있는 것 흔들어 가라앉히고/꽃불이듯이 타는 몸짓 어이하리야/그냥은 둘 수가 없는 숨막힘 어이하리야./호젓이 뵈는 목숨 어지러움 저 멀리/뜨겁게 목이 메는 손잡고 따라 나서면/세상은 온통 빛 부신 살을 깎고 있어라.

제22대 국회의원 총선거가 끝났다. 승자건 패자건 겸허하게 자신을 되돌아 볼 때다. 4월은 역시 잔인한 계절.

유자효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