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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의 남자' 서열 3위 자오러지 방북…"정상회담 논의 가능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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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오러지 중국 전인대 상무위원장. AFP, 연합뉴스

자오러지 중국 전인대 상무위원장. AFP, 연합뉴스

중국 권력 서열 3위이자 '시진핑의 남자'로 불리는 자오러지(趙樂際)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이 오는 11일부터 13일까지 평양을 공식 방문한다. 방북의 공식적 이유는 북·중 수교 75주년을 기념하는 친선의 해 개막식 참석인데,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간 정상회담 관련 논의가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마오닝(毛寧)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9일 정례 브리핑에서 "북한 노동당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초청으로 자오러지 정치국 상무위원 겸 전인대 위원장이 당정 대표단을 인솔해 북한을 공식 우호 방문한다"며 "중·북 친선의 해 개막식 활동에 참석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도 이날 "노동당 중앙위원회와 조선인민민주주의 공화국 정부의 초청에 따라 자오러지 위원장을 단장으로 하는 중화인민공화국 당 및 정부대표단이 우리 나라를 공식 친선 방문하게 된다"고 전했다.

2009년 북·중 수교 60주년을 계기로 했던 '친선의 해' 당시 김영일 당시 북한 총리와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가 각각 베이징과 평양에서 열린 개·폐막식에 참석했던 것과 비교하면 한 등급 낮아진 것으로 평가된다. 다만 자오 위원장의 방북은 지난 2019년 6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방북 이후 첫 상무위원급 방문이라 의미가 가볍지 않다. 중국 서열 3위의 전인대 위원장 중에선 지난 2018년 9월 9일 북한 건국 70주년 기념행사 참석을 위해 리잔수(栗戰書) 당시 전인대 위원장이 평양을 방문했다.

 북한이 중국과의 수교 75주년인 올해 '조중친선의 해'를 기념하는 마크를 제작했다. 마크엔 북한 공화국기와 중국의 오성홍기, 수교 75주년을 상징하는 '75'와 '조중친선의 해'라는 문구가 담겼다. 뉴스1

북한이 중국과의 수교 75주년인 올해 '조중친선의 해'를 기념하는 마크를 제작했다. 마크엔 북한 공화국기와 중국의 오성홍기, 수교 75주년을 상징하는 '75'와 '조중친선의 해'라는 문구가 담겼다. 뉴스1

마오 대변인은 이날 "고위급 대표단이 북한을 방문하는 것은 두 나라의 깊은 친선과 중국이 북·중 관계를 중요시한다는 표현"이라며 "양국의 공동 노력 아래 이번 방문이 원만하게 성공할 것이며 두 나라 관계의 한 단계 깊은 발전을 추동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중국 외교부는 이와 함께 '중·북 친선의 해' 기념 엠블럼을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발표했다. 둥근 원형 휘장은 두 나라 국기를 다리 모양으로 둘러싸 전통 우호와 민심이 서로 통함을 상징했다는 설명이다. 중앙에는 붉은색 75 숫자와 ‘조(북)중친선의 해’와 ‘중조우호년(中朝友好年)’을 각기 한글과 중국어로 기재했다. 휘장 하단에는 베이징과 평양의 대표적인 랜드마크인 천단(天壇)의 기년전(祈年殿)과 개선문을 그려 넣었다.

전문가들은 이번 자오 위원장의 방북에 앞서 김성남 북한 노동당 정치국 후보위원 겸 국제부장이 지난달 21~23일 베이징을 방문해 중국 공산당(중공)의 최고 정책 결정기구인 중앙정치국 위원 4명을 만나 각각 회담했다는 점에 주목했다. 김성남 부장을 통해 정상회담을 포함한 각종 외교현안과 관련한 김정은의 메시지를 받은 중국 측이 자오 위원장을 통해 후속 논의 진행에 화답한 것일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노동신문은 지난달 23일 중국을 방문한 노동당 대표단 단장인 김성남 국제부장이 지난달 21일 류젠차오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 대외연락부장과 회담을 진행했다고 보도했다. 노동신문, 뉴스1

노동신문은 지난달 23일 중국을 방문한 노동당 대표단 단장인 김성남 국제부장이 지난달 21일 류젠차오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 대외연락부장과 회담을 진행했다고 보도했다. 노동신문, 뉴스1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중 양국이 친선 방문이라고 밝혔지만 '조·중 우호의 해' 개막식은 일종의 이벤트성 행사"라면서 "중국 서열 3위에 해당하는 고위급 인사가 방북한다는 것은 결국 정상회담을 포함한 각종 외교 현안에 대한 논의가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자오 위원장이 시 주석의 인사·반부패 사업을 담당했던 '고향 측근'이라는 점도 이런 분석을 뒷받침하는 대목이다. 그는 후진타오(胡錦濤)와 장쩌민(江澤民) 전 주석의 세력을 밀어내고 시 주석의 친위 세력을 등용해 '시진핑 천하'를 설계했다고 한다. 시 주석 아버지의 고향에 기념관까지 건립해 시 주석의 마음을 사로잡았다는 것이다.

앞서 김성남 부장은 지난달 베이징에서 중국 권력 서열 4위인 왕후닝(王滬寧) 정치국 상무위원 겸 전국정협 주석과 서열 5위인 차이치(蔡奇) 상무위원 겸 중앙서기처 서기와 각각 회담을 가졌다. 왕후닝은 '은둔의 책사' '살아있는 제갈량' 등으로 불리며 시 주석을 직접 보좌하고 있고, 차이치는 시 주석의 비서실장 격이라 중국 측이 각별한 예우로 김성남을 맞이한 것으로 해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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