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는 회장님들 ‘자소서'…모범답안은 팀 쿡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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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쓰면 이득이라는데, 어떻게 해야 잘 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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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최고경영자(CEO)의 메시지는 그 자체로 경영입니다. 사회적관계망(SNS)에 드러난 CEO의 언어적·비언어적 행위는 기업에 대한 평판, 브랜드 가치, 때로는 실적에까지 영향을 미칩니다. 회사 대표나 임원의 SNS 활동이 회사 주가나 수익에 미치는 영향은 얼마나 될까요. “SNS는 시간 낭비”라는 알렉스 퍼거슨 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감독의 일침이 기업 CEO들에겐 예외일까요. 정답은 없는 것같습니다. 상황에 적합하면 약이 될 수 있고, 타이밍이 안 맞으면 독이 될 수 있습니다. 과유불급이자 양날의 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어떤 경우에 기업 경영에 도움이 될지 짚어봤습니다.

소셜 미디어에서 글로벌 기업 CEO의 영향력은 팝스타나 할리우드 배우 못지 않다. 팀 쿡 애플 CEO를 비롯해 사티아 나델라(마이크로소프트), 순다 피차이(구글), 마크 저커버그(메타) 등 미국 메그니피센트7 같은 기술 대기업 수장들은 자신의 SNS 영향력을 기업이 추구하는 가치, 혹은 새로운 기술과 서비스를 알리는 데 쓴다. 이들의 SNS 계정을 팔로우하는 소비자들은 기업의 새 소식을 빠르게 접할 뿐만 아니라, CEO의 OOTD(Outfit of the Day, 오늘의 옷차림)나 점심 메뉴, 취미 같은 정보에 꾸준히 노출되다 보면 기업과 브랜드에 대한 친밀감·호감을 갖기 쉽다.

마크 저커버그의 페이스북, 정용진 회장의 인스타그램, 이재용 회장의 인스타그램 팬페이지(왼쪽부터 순서대로)

마크 저커버그의 페이스북, 정용진 회장의 인스타그램, 이재용 회장의 인스타그램 팬페이지(왼쪽부터 순서대로)

많은 CEO가 이 기회를 모르지 않는다. 미국의 마케팅업체 인플루엔셜이그제큐티브에 따르면 2022년 미국 경제전문지 포춘 선정 500대 기업 CEO 중 70%는 하나 이상의 SNS 계정을 갖고 있다. SNS를 쓰는 CEO 352명 중 97%가 링크트인을 쓰고 있었고 X(31%), 인스타그램(14%)이 뒤를 이었다(복수응답).

한국은 어떨까. 중앙일보가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 기업 100곳을 조사한 결과 2024년 3월 말 기준 이들 기업의 총수나 창업자, CEO가 SNS 계정을 운영하는 경우는 24곳 정도였다. 하지만 최태원 SK그룹 회장이나 최근 인스타 게시물을 정리한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 경계현 삼성전자 DS(반도체)부문장(사장) 등 일부를 제외하고 상당수는 계정이 오랫동안 방치된 상태가 많았다.

한국 기업 CEO들이 SNS에 소극적인 이유는 ‘CEO 리스크’(또는 오너 리스크)를 우려한 측면도 있다. 남들이 안 하는 건 굳이 하지 말자는 조심스럽고 다소 방어적인 홍보 전략이다. 창업자 후손 등 오너 일가가 아닌 전문경영인이라면, SNS로 대중의 시선을 끄는 것 자체가 실익이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위기관리 컨설팅업체 스트래티지샐러드의 정용민 대표는 “전문경영인이 SNS에 시간을 쏟는다면 일에 전념하지 않는 것처럼 보일뿐더러 정치나 이직에 뜻이 있는 것으로 오해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최태원 회장의 인스타그램, 팀 쿡의 X(트위터), 일론 머스크의 X( 트위터)(왼쪽부터 순서대로)

최태원 회장의 인스타그램, 팀 쿡의 X(트위터), 일론 머스크의 X( 트위터)(왼쪽부터 순서대로)

CEO의 성향에 따라 온라인 활동 무대는 제각각이다. 진지하고 공적인 내용, 경영 철학과 목표 등에 대한 담론을 즐기는 경우 링크트인이나 페이스북이 주로 쓰인다. 반면에 취미나 일상 등 사진을 곁들인 가벼운 글은 인스타그램(인스타)에 주로 올린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 경영대학원의 클라우디아 말호트라 교수는 기업인의 SNS를 크게 넷으로 분류했다.

말호트라 교수에 따르면 X를 쓰는 기업인 중 팔로워가 많고 게시물이 많이 확산(리트윗)되는 경우는 자사 제품 정보와 신제품 출시 소식, 업계 동향과 분석 등 사업 관련 정보를 올리는 ‘비즈니스 전문가형’이 많다. 그는 “사회문제에 대한 CEO의 통찰력은 많은 사람의 이목을 끌 수는 있지만 자신의 사업 분야에 대한 글만큼 빛나지는 않는다”며 팀 쿡 애플 CEO와 제프리 이멜트 전 GE CEO의 X 활용을 비즈니스 전문가형 SNS의 모범 사례로 꼽았다. 몇 가지 사례를 더 분석해 보자.

올 초 마이크로소프트(MS)에 세계 시총 1위를 내준 애플. 지난 2월 팀 쿡 CEO는 창업자 스티브 잡스의 생일을 맞아 잡스의 사진을 자신의 X에 올렸다. “이 우주에 우리가 존재하는 이유는 작은 흔적(변화)이라도 남기기 위해서야”라는 그의 말도 함께 담았다. ‘AI 경쟁에서 뒤처지고 있다’는 주주들의 비난에 ‘혁신의 아이콘’ 잡스에 대한 추억을 끄집어낸 것. 곤두박질하는 주가와 8년 만의 신작 ‘비전 프로’에 대한 혹평을 극복하기 위한 나름의 필살기였다. 중국 매출 부진을 의식한 팀 쿡은 지난달 21일 웨이보(중국 SNS)에 상하이 애플스토어 인증샷을 올리기도 했다.

박경민 기자

박경민 기자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 수장의 목소리를 가장 빨리 확인할 수 있는 곳은 링크트인이다. 경계현 삼성전자 사장은 지난달 29일 자신의 계정에 “고대역폭 메모리(HBM)의 리더십이 우리에게 오고 있다”며 미국 출장 소회를 밝혔다. 삼성이 범용인공지능(AGI) 전용 반도체 개발에 나선다는 소식도 지난달 19일 그의 SNS를 통해 소개됐다. 우주 관련 책을 읽고 나서도 “삼성반도체는 생성 AI 앱의 속도와 효율을 향상시킬 수 있다”며 제품 홍보를 잊지 않았다.

기업의 미래 가치에 주목하는 투자자들은 CEO의 경영 계획과 신사업 전략에 관심이 많다. 주주총회나 실적 발표에 나오는 정제된 정보들만으론 부족하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 기업의 주총은 소액주주들에게 친절하지도 않다 보니 SNS를 통해 ‘바로 지금’ CEO의 머릿속을 읽고 기업의 방향성을 파악하고자 하는 면도 있다.

독일 국제경영대학원의 옌스 카이 페레 교수는 2021년 11월 이후 6개월간 나스닥100 상위 5개 기업 CEO의 SNS 활동과 주가의 연관성을 분석했다. 팀 쿡(애플), 일론 머스크(테슬라), 순다 피차이(구글), 사티아 나델라(MS), 제프 베이조스(아마존)의 X 게시물이 대상이었다. 그 결과 애플의 주가는 팀 쿡의 SNS와 밀접하게 호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에 머스크의 게시물은 그 자체만으로는 파급력이 상당했지만 주가에 호재로 작용한 경우는 극히 드물었다. 유재웅 한국위기커뮤니케이션연구소 대표는 “CEO의 SNS 활동은 본인의 의도가 어떻든 온전히 사적인 활동으로 보기 어렵다. 자신의 판단에 전적으로 의지하다 보면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말했다.

CEO가 운영하는 SNS의 팔로워 수가 늘어날수록 이를 바라보는 임직원과 주주들 마음은 복잡해진다. SNS 전문가들에게 물어보니 ‘회장님(사장님)의 SNS’, 이것만 기억하면 평타는 친다고 한다. 바꿔 말하면, 아래의 원칙에 크게 어긋나면서 SNS를 즐기는 CEO들은 주주나 직원, 소비자들에게 장기적으로 사랑받기는 어려울 수 있다.

SNS에 자극적인 게시물이 범람할수록 믿을 만한 게시물의 가치는 더 높아진다. 과장된 내용, 잘못된 정보는 기업의 평판을 깎아 먹는 지름길이다. SNS 활동도 소비자와의 약속이다. 정기적으로 꾸준히, 일관된 관점의 메시지를 전하는 게 바람직하다. 화제의 글에 무조건 ‘좋아요’를 누르는 것도 신중해야 한다.

CEO의 SNS는 회사의 공식 계정이 아니다. 인간적인 매력을 담아 자신만의 고유한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중은 CEO의 언어를 공적 언어로 받아들인다는 점이 핵심이다. 특히 정치적 견해나 대중과의 괴리감을 유발할 수 있는 소비 행태는 굳이 드러낼 필요가 없다. 고객뿐 아니라 직원들도 SNS를 한다. 직원의 SNS에는 절대 먼저 친구 신청을 하거나 팔로우하지 말자. 일과 사생활을 분리하고 싶은 직원들의 퇴사 충동을 자극할지도 모른다.

인류 최고의 발명품 중 하나는 ‘기업’입니다. 기업은 시장과 정부의 한계에 도전하고 기술을 혁신하며 인류 역사와 함께 진화해 왔습니다. ‘기업’을 움직이는 진정한 힘이 무엇인지, 더중플이 더 깊게 캐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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