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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대생보다 의대생 더 뽑는다…"올해 입시는 로또" 불안한 고3

중앙일보

입력

서울교대 캠퍼스에서 한 학생이 이동하고 있는 모습. 우상조 기자

서울교대 캠퍼스에서 한 학생이 이동하고 있는 모습. 우상조 기자

10년 넘게 유지됐던 의대·교대 모집 정원이 2025학년도 대입부터 동시에 바뀔 것으로 예상된다. 교대 정원은 줄고 의대는 늘면서 처음으로 예비 의사를 예비 초등교사보다 더 많이 뽑게 된다.

교대 정원 13년 만에 12%↓…의대 증원하면 ‘역전’

정근영 디자이너

정근영 디자이너

8일 교육부에 따르면, 2025학년도부터 전국 10개 교육대학과 한국교원대·이화여대·제주대 초등교육과의 입학정원이 현 정원(3847명)의 12%(460명) 정도 감원될 전망이다. 교육부는 교대 정원을 2006년 6224명에서 매년 300~500명씩 줄이다가 2012년 3848명에서 2016년 1명 줄인 3847명을 유지해왔다. 이번 감원으로 사실상 13년 만에 교대 정원이 줄어드는 셈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이번 주 중에 구체적인 교대 정원 감원 계획을 발표할 방침”이라고 했다.

의대의 경우, 2006년부터 동결됐던 모집 정원을 내년도 대입에서 2000명 증원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교대와 의대 정원이 계획대로 조정되면 2006년 이후 의대 정원이 교대를 역전하는 첫해가 된다. 2025학년도 의대 정원이 5058명으로 늘어나는 반면, 교대는 3387명으로 줄어들기 때문이다.

학령인구 줄어 초등교사 안 뽑아 “졸업해도 교사 되기 어려워”

교대 정원을 줄이는 가장 큰 이유는 저출산이다. 학령인구가 빠르게 줄면서 초등교원 신규 임용 규모는 해마다 축소됐다. 2016년 6073명이던 초등교원 신규 임용 규모는 올해 3157명으로 절반가량 줄었다. 이에 초등교원 양성기관인 교대 정원 역시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꾸준히 제기됐다. 결국 교육부는 지난해 4월 중장기 교원수급계획을 발표하며 2027년까지 신규 임용 규모를 2600~2900명 수준으로 줄이겠다고 했다.

교대생들은 대부분 감원에 찬성하는 입장이다. ‘교대생 적체’로 인해 교대를 졸업해도 교사가 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올해 초등교사 임용 합격률은 47.8%로 절반 아래로 떨어졌으며, 임용 경쟁률이 10대 1에 달하는 지역도 있다. 지난달 15일 전국교육대학생연합(교대련)이 발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교대생 2941명 중 85.9%가 “교대 정원 감축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11개 교대 총학생회·비상대책위원회로 구성된 전국교육대학생연합(교대련)이 지난달 15일 서울 서초구 서울교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교대 정원 감축 및 교대 재정지원 계획 마련 등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11개 교대 총학생회·비상대책위원회로 구성된 전국교육대학생연합(교대련)이 지난달 15일 서울 서초구 서울교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교대 정원 감축 및 교대 재정지원 계획 마련 등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고령화로 의대 증원 불가피”…간호학과 15년간 6000명 늘어

정근영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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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의대는 급격한 고령화 탓에 더 뽑을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고령 인구의 증가로 의료 수요가 늘면 그만큼 의사 수가 부족해진다는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일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의사 수가 인구 1000명당 3.7명인데 우리나라는 겨우 인구 1000명당 2.1명”이라며 “우리나라 인구로 환산하면 OECD 평균에 비해 무려 8만명의 의사가 부족하고 의과대학생 수는 OECD 평균의 절반 수준”이라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5일 부산대병원을 방문해 의료진을 격려하고 있다. 대통령실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5일 부산대병원을 방문해 의료진을 격려하고 있다. 대통령실제공

고령화와 의료 서비스 산업 확대 등의 영향으로 보건, 간호학 등 의약계열 관련 정원은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한국교육개발원 고등교육통계에 따르면,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입학정원이 가장 많이 증가한 학과는 간호학과로 4141명에서 1만 502명으로 6361명이 늘었다. 복지부는 지난 2월 “2035년까지 간호사 5만 6000명이 부족하다”며 올해도 1000명을 증원한다고 발표했다. 재활학과(2120명→3980명)·치의학과(517명→1675명) 정원도 같은 기간 1000명 이상 늘었다.

“대입전형, 4년 예고제 아니라 5개월 예고제”

보통 대입은 4년 예고제에 따라 교육부가 4년 전 대입 전형의 큰 틀을 공개하고, 대학들은 1년 10개월 전 전형 계획을 공개해야 한다. 수험생이 미리 대입을 준비하고 대입 제도 변화로 인한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교육부장관이 인정하는 부득이한 사유’가 있는 경우 법령에 따라 직전 5월까지도 전형 계획을 수정할 수 있다. 아직 확정되지도 않은 의대·교대 정원을 내년도 신입생을 선발할 때부터 바로 적용할 수 있는 이유다.

여기에 교육부가 2025학년도부터 무전공 입학(전공자율선택제)을 확대하겠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대입 불확실성은 더 커지고 있다. 무전공 입학 정원을 확대하려면 다른 학과·학부의 정원을 줄이는 등 전방위적 학사 개편이 이뤄져야 하기 때문이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일반 수험생들에겐 의대 증원보다 무전공 선발 방식이나 규모가 최대 이슈가 될 것”이라며 “학과별로 모집정원이 다 바뀌고 합격선도 예측할 수 없게 된다”고 했다.

당장 내년 대입을 준비하는 수험생과 학부모들은 갑작스러운 정원 조정이 입시에 미칠 영향을 우려한다. 학부모들 사이에선 “대입 4년 예고제가 아니라 5개월 예고제로 바꿔야 하는 거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올해 입시는 ‘로또’…불안정성 크다”

수험생 및 학부모들이 지난해 12월 10일 서울 종로구 성균관대 600주년 기념관에서 열린 종로학원 '2024 정시지원 변화 및 합격선 예측, 합격전략' 설명회에서 정시배치참고표 및 자료집을 살펴보고 있다. 뉴스1

수험생 및 학부모들이 지난해 12월 10일 서울 종로구 성균관대 600주년 기념관에서 열린 종로학원 '2024 정시지원 변화 및 합격선 예측, 합격전략' 설명회에서 정시배치참고표 및 자료집을 살펴보고 있다. 뉴스1

학교도 혼란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정원 조정으로 인해 합격선 등이 어떻게 변화할지 예측하는 게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서울의 한 사립고 교장은 “학생들이 변화하는 대입 판도가 기회가 될지 위험이 될지 알 수 없기 때문에 붕 떠 있는 불안한 상태에서 공부하고 있다”며 “좋은 쪽으로 잘 될 수도 있지만 그만큼 불안정성이 크기 때문에 올해 입시는 학생들 입장에서 마치 ‘로또’와 같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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