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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흔살에도 걸크러시…"잘 늙고 싶어?" 페미니스트 그녀의 비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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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리아 스타이넘(왼쪽)과 동료 인권 운동가 머라일 에버스 윌리암스. 지난해 6월 사진이다. AP=연합뉴스

글로리아 스타이넘(왼쪽)과 동료 인권 운동가 머라일 에버스 윌리암스. 지난해 6월 사진이다. AP=연합뉴스

늙음은 누구도 피할 수 없다. 잘 늙어간다는 것을 무엇일까. 기원전부터 계속돼 온 질문이다. 이탈리아 로마 정치인 마르쿠스 툴리오 키케로(B.C. 106~43)가 『나이듦에 관하여』라는 책을 2000년도 전에 쓰고, 지금까지도 읽히는 까닭이다. 노화를 피하거나 늦추는 법에 골몰하는 2024년에 경종을 울리는 동시대인도 있다. 글로리아 스타이넘. 페미니스트 1세대로, 『남자가 월경을 한다면』등의 책을 쓴 인물이다.

남자에게 결혼 여부와 무관하게 붙이는 미스터(Mr.)와 달리, 기혼은 미시즈(Mrs.) 미혼은 미스(Miss)라고 구별해 부르던 것도, 스타이넘 덕분에 철폐됐다. 스타이넘이 만들고 확산시킨 미즈(Ms.)는 오늘날 상식으로 통한다. 그런 그가, 지난달 27일(현지시간)으로 만 구순(九旬)을 맞았다. 그의 생일은 그는 영미권에선 남성 패션지부터 시사주간지까지 뜨거운 화제였다. 화보 속 그는 자신의 시그니처 스타일, 볼륨을 한껏 살린 단발머리에 긴 바지 차림으로 살짝 미소 짓고 있다. 에스콰이어는 화보 기사 제목을 "글로리아 스타이넘은 여전히 투쟁 중이다"라고 달았다.

글로리아 스타이넘. 아흔살에 남성 잡지 에스콰이어에 화보 촬영을 했다. 출처 Esquire

글로리아 스타이넘. 아흔살에 남성 잡지 에스콰이어에 화보 촬영을 했다. 출처 Esquire

남성 패션지 에스콰이어는 그의 화보와 함께 인터뷰 기사를 게재했고, 보그지 역시 인터뷰 기사를 실었으며, 콧대높은 시사주간지 뉴요커는 뉴스레터로 "글로리아 스타이넘이 90세가 됐다"며 그와의 장장 30여페이지에 달하는 장문 인터뷰 기사를 소개했다. CNN의 간판 앵커, 크리스티안 아만푸어 역시 "스타이넘의 90세를 맞이했다"는 특별 프로그램을 내보냈다. 기사의 형식들은 달라도, 멋지게 나이들어가는 여성의 롤모델로 스타이넘을 제시하고 있는 건 공통점이다.

글로리아 스타이넘이 90세 축하 생일 케이크를 들고 기뻐하는 사진. 출처 Vogue

글로리아 스타이넘이 90세 축하 생일 케이크를 들고 기뻐하는 사진. 출처 Vogue

스타이넘은 나이 드는 것을 감추지 않는다. 그는 마흔이 됐을 때도 "마흔처럼 보이는 게 이상하지 않은 시대를 위해서 우리 여성들은 투쟁해왔다"는 말을 남겼다. 아흔 역시 마찬가지다. 그가 털어놓은 잘 나이 먹는 비결은 이랬다. "희망을 잃지 않는 것." 그는 "희망은 삶에서 필요를 넘어 필수"라며 "나이를 들어갈수록 희망의 소중함과 중요함을 깨달아야 한다"고 말했다. 희망은 거저 주어지는 게 아니라, 노력해야 지킬 수 있다는 요지의 말도 덧붙이면서다.

2015년 방한해 DMZ 횡단을 할 때의 글로리아 스타이넘(오른쪽에서 세 번째). 사진 공동취재단

2015년 방한해 DMZ 횡단을 할 때의 글로리아 스타이넘(오른쪽에서 세 번째). 사진 공동취재단

나이가 들어가면서 한 가지 바뀐 건 있다고 한다. 그가 창간한 잡지 미즈(Ms.)와 인터뷰에서 스타이넘은 이렇게 말했다. "예전엔 (페미니즘이라는) 횃불을 내가 스스로 들고 전진하는 데 집중했다면, 이젠 다르다. 내가 들고 있는 횃불에서 타오르는 불을 내 주변에 있는 많은 동료들에게 나눠주는 것에 이젠 더 집중한다. 그리하여 우리의 횃불은 영원히 타오를 수 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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