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동탄역 주변 1년 새 5.7억 뜀박질…"집값 더 오를 일만" 매물 회수도 [수서~동탄 개통, GTX노선 부동산 시장 점검해보니]

중앙선데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884호 08면

SPECIAL REPORT

서울 수서역을 출발한 동탄행 GTX 열차가 시범운행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수서역을 출발한 동탄행 GTX 열차가 시범운행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앞으로 집값이 오를 일만 남았죠. 지금 가격보다 내려갈 일은 없을 거예요.”(동탄역 인근 S부동산중개업소 정모 공인중개사)

지난달 30일 수도권광역급행철도 A노선(GTX-A) 수서~동탄 구간이 개통하면서 인근 부동산시장엔 모처럼 활기가 돌고 있다. 광역버스로 약 80분 걸리던 수서~동탄 출퇴근 시간이 20분대로 확 준 덕분이다. 전반적인 부동산 경기 침체 속에서 GTX-A 동탄역 주변 아파트값은 상승세다. 동탄역롯데캐슬 102㎡(이하 전용면적)는 올해 2월 22억원에 신고가를 갈아치웠다.

1년 전보다 5억7000만원가량 오른 가격이다. 최근에는 23억원에 매물이 나온다. 인근 B부동산중개업소 안모 공인중개사는 “GTX 개통을 계기로 매수 문의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며 “호가를 수정하거나 내놓은 매물을 다시 거둬들이기도 한다”고 전했다. 6월 개통 예정인 구성역(용인시) 인근도 들썩인다. 용인시 마북동 블루밍구성더센트럴 아파트 84㎡는 지난해 말 7억원에 계약됐는데, 지난달에는 7억6900만원에 계약됐다.

관련기사

GTX 시대가 개막하면서 부동산시장에 기대감이 확산하고 있다. GTX는 수도권 외곽과 서울 도심을 연결하는 고속 전철이다. 평균 속도가 시속 100㎞ 정도로 일반 전철보다 두 배 이상 빠르다. 이 때문에 GTX가 개통하면 인천·고양·의정부·평택 등 수도권 외곽에서 30분 정도면 서울 강남·광화문까지 갈 수 있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GTX는 KTX가 전국을 ‘반일 생활권’으로 만들었던 것처럼 수도권 외곽과 도심을 30분 이내로 묶는 교통 혁명”이라며 “출퇴근 시간이 확 단축되는 만큼 부동산시장에 미치는 파급력도 일반 전철이나 도로보다 클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픽=이현민 기자 dcdcdc@joongang.co.kr

그래픽=이현민 기자 dcdcdc@joongang.co.kr

실제 2020년 부동산 경기가 좋을 때는 ‘GTX를 따라 돈이 흐른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GTX 주변 아파트값이 폭등한 바 있다. 그러다 보니 최근 개통을 계기로 GTX-A 주변뿐 아니라 연내 공사가 시작될 것으로 보이는 B·C노선, 최근 정부가 개발 계획을 발표한 D·E·F노선 주변에도 아파트 등 주택을 위주로 한 매수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GTX-B 출발지인 인천에서는 부평역·인천시청역 등지를 중심으로 매수 문의가 늘고 있다는 게 현지 부동산중개업소들의 설명이다.

인천시청역 주변의 간석극동 아파트 84㎡는 지난해 2월 3억2500만원 선이었으나 지난달 16일 5억4500만원에 계약됐다. 인근 두산부동산 송수호 공인중개사는 “GTX-B 대상지로 발표됐을 당시 매물이 나오면 10분 만에 계약이 됐던 아파트”라며 “오늘(2일)도 창원에서 매수 문의가 들어왔고, 월 1~2건씩은 꾸준히 계약이 이뤄지고 있다”고 전했다. 개발이 추진 중인 GTX-A·C 연장선이 들어서는 평택 또한 GTX 정차역이 될 SRT(수서발 고속열차) 지제역을 중심으로 아파트값이 상승세다. 힐스테이트지제역 84㎡는 1년 전(4억5700만)보다 2억3000만원가량 올라 6억원 후반대에서 매물이 나온다.

GTX 수혜 지역에서는 아파트 청약 경쟁률도 높게 나타나고 있다. 부동산 리서치업체인 리얼투데이가 한국부동산원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수도권에서 청약 접수를 받은 아파트 물량 중 가장 높은 경쟁률을 기록한 곳은 모두 GTX-A 수혜가 예정된 곳이었다. 지난해 11월 화성시에서 분양한 동탄레이크파크 자연앤 e편한세상의 경우 1순위 청약 경쟁률이 평균 376.99대 1이었다. 지난해 8월 평택시에서 분양한 평택 고덕국제신도시 호반써밋 3차 역시 1순위 경쟁률이 82.33대 1이었다.

아파트 매수 문의가 늘고 있는 동탄역 인근 부동산중개업소의 매물 현황판. 오유진 기자

아파트 매수 문의가 늘고 있는 동탄역 인근 부동산중개업소의 매물 현황판. 오유진 기자

전문가들은 그러나 단순히 GTX 개발 계획만 쫓는 투자는 신중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2021년 GTX-C 계획 발표 이후 집값이 폭등했던 안양시 인덕원 주변은 고금리 속에 부동산 경기가 고꾸라지면서 고점 대비 30% 가까이 하락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GTX 개발이 부동산시장에 호재인 건 맞지만 오래된 이슈인 만큼 이미 집값에 선반영돼 있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수석위원도 “집값 상승기에는 GTX가 상당한 호재가 되겠지만 시장이 위축된 지금 같은 시기에는 상승 여력이 크지 않다”며 실수요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제 개발 계획이 발표된 노선은 실제 개통까지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린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한 부동산개발회사 관계자는 “GTX의 경우 천문학적인 사업비가 드는데, 지금과 같은 경기 상황에서는 사업비 마련이 쉽지 않을 것”이라며 “정부 입장에서는 조속히 개통하겠다고 하지만 실제 개통까지는 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부 노선의 경우 사업이 무산될 가능성도 없지 않은 만큼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상업용 부동산시장에서는 GTX에 대한 우려와 기대가 교차하고 있다. 서울 접근성이 좋아지는 동시에 이로 인해 오피스·상업시설 수요를 서울에 뺏길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른바 ‘빨대효과’에 대한 우려다. 과거 KTX가 개통된 이후 지방 중소도시와 대도시의 생활권이 합쳐지면서 일부 지방 중소도시의 쇠퇴가 가속화한 바 있다. GTX가 개통하면 수도권 중소도시는 잠만 자는 ‘베드타운’이 될 것이라는 우려다. 임재만 세종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자족 여건이 갖춰지지 않은 수도권 중소도시에서는 빨대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면서 “GTX 개통 이후 간선·지선 등 내부 교통여건이 얼마나 잘 조성되느냐가 거주환경 개선에 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