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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귀난치환자의 호소 "시기 놓치면 돌이킬 수 없어…'빅5' 남아달라"

중앙일보

입력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뉴스1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뉴스1

정부의 2000명 의대 증원 방침에 반발한 전공의들이 집단사직한 데 이어 의대 교수들도 근무시간을 줄이기로 한 가운데 희귀난치 환자들이 서울아산병원, 세브란스병원, 삼성서울병원, 서울대병원, 서울성모병원 등 이른바 '빅5' 병원장들에게 "진료교수들을 붙잡아달라"고 호소했다.

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는 5일 보도자료를 통해 '샤르코-마리-투스'라는 희귀질환으로 투병 중인 김재학 회장이 쓴 편지를 공개했다. 샤르코-마리-투스는 운동·감각신경이 유전자 돌연변이로 인해 손상되는 질환으로 이 병에 걸리면 팔다리 근육의 힘이 약해진다.

김 회장은 "80만 희귀·난치성질환 환자들과 200만 가족들의 어려운 상황을 한 자 한 자 꼭꼭 눌러 손 글씨에 담아서 진심으로 전하고 싶지만 수십 년의 투병으로 손이 불편해 이렇게 호소하게 돼 송구하다"고 말했다.

그는 "질환의 특성상 동일질환의 환자 수가 적기 때문에 1·2차 의료기관에서는 가벼운 증상치료나 처치조차 받을 수 없어 대부분의 환자는 희귀질환 진료 경험이 많은 '빅5' 병원으로 몰릴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은 의대 교수들의 근무 단축 소식에 희귀난치 환자들의 걱정이 크다고 전했다. 그는 "교수님들이 외래진료와 수술 일정을 조정한다는 기사를 접했다"며 "병원장들이 각 병원 의사 선생님들을 붙잡고 (남아있을 수 있게) 설득해달라"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우리 희귀질환 환자들은 치료 시기를 놓치는 순간 인생에 돌이킬 수 없는 장애가 생기거나 생명을 잃게 되기도 한다"며 "하루에도 수없이 쏟아지는 불안한 뉴스 속에서 환자 곁을 지키겠다는 교수님들의 공식적인 약속만이 환자와 가족의 불안을 줄이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김 회장의 호소문은 지난달 31일 국무조정실을 통해 '빅5' 병원장들에게 전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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