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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랑GO] 이만오천원 기념주화로 물건 살 수 있을까? '돈'에 얽힌 재미있는 이야기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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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심심해~”를 외치며 꽁무니를 따라다닌다고요? 일기쓰기 숙제하는데 ‘마트에 다녀왔다’만 쓴다고요? 무한고민하는 대한민국 부모님들을 위해 ‘소년중앙’이 준비했습니다. 이번 주말 아이랑 뭘할까, 고민은 ‘아이랑GO’에 맡겨주세요. 이번에는 화폐의 가치와 역사를 알 수 있는 화폐박물관으로 초대합니다.

소중 학생기자단이 서울 중구 한국은행 화폐박물관을 찾아 우리나라 화폐의 역사를 알아봤다.

소중 학생기자단이 서울 중구 한국은행 화폐박물관을 찾아 우리나라 화폐의 역사를 알아봤다.

화폐박물관에 가다
의 역사부터 일생까지, 한 눈에 알아봐요  

사물의 가치를 나타내며, 상품의 교환을 매개하고, 재산 축적의 수단으로 사용하는 물건인 돈. 한자로 화폐(貨幣)다.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화폐, 즉 지폐·동전 등은 한국은행에서 발행한다. 한국은행에서는 2023년 기준 지폐(은행권) 4종류(천원권·오천원권·만원권·오만원권)와 동전(주화) 6종류(일원화·오원화·십원화·오십원화·백원화·오백원화)의 화폐를 발행한다. 한국은행 창립 50주년을 기념해 2001년 개관한 한국은행 화폐박물관에서는 우리나라 화폐의 역사와 제조·순환과정은 물론, 세계 각국의 진귀한 화폐도 만날 수 있다.

화폐의 시초는 물품 화폐다. 신석기 시대 우리 조상은 농경법을 익히고 정착 생활을 하면서 다양한 물품을 서로 맞교환하는 방식으로 필요한 물품을 마련했다. 이러한 물물교환이 점차 늘어나면서 매번 그 물건을 다 가지고 다니기 어려워지자 운반이 편리하며 오래 보관할 수 있는 물품을 교환수단으로 사용하게 됐다. 물품화폐의 대표적인 예로 조개껍질·곡물·농기구·소금 등이 있다.

고려시대 발행된 금속화폐인 건원중보. 한국은행 화폐박물관

고려시대 발행된 금속화폐인 건원중보. 한국은행 화폐박물관

이후 기원전 957년 고조선에서 ‘자모전’이라는 철전이 사용됐다는 기록이 전해지지만, 실물은 남아있지 않다. 실물로 확인이 가능한 우리나라 최초의 금속화폐는 고려시대에 발행된 건원중보다. 중국 당나라 숙종 시기 발행된 건원중보를 본뜬 것으로, 이와 구별하기 위해 뒷면에 고려를 뜻하는 동국(東國)을 표기한 게 특징이다. 건원중보 외에 고려시대에는 은병과 은 덩어리를 쪼갠 쇄은 등도 제작됐다. 하지만 이러한 화폐들은 주로 무역을 많이 하는 상인이나 상류층이 사용했고, 일반 백성은 여전히 곡물·옷감 등의 물품화폐를 더 많이 이용했다.

계층에 상관없이 사회 전반적으로 화폐가 사용된 건 조선 후기다. 상업의 발달로 화폐의 역할이 중요해지자 조선 정부는 숙종 4년(1678) 상평통보를 만들어 전국적으로 유통했다. 이후 상평통보는 조선의 대표적 화폐로서 200여 년간 널리 사용됐다. 상평통보는 전국에 있는 48개 기관의 주전소에서 주조됐다. 상평통보·건원중보는 우리가 옛날에 사용하던 돈이라고 했을 때 떠올리는 ‘엽전’에 해당한다.

오늘날 동전과 흡사한 형태의 주화는 고종 19년(1882년) 발행한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 은화인 대동은전이다. 1876년 개항과 함께 외국과 통상이 늘면서 근대적 화폐의 필요성이 높아져 만들었다. 대동은전은 일전·이전·삼전 세 종류로 발행됐는데, 건원중보·상평통보와 달리 중앙에 구멍이 없다. 대동은전은 처음부터 워낙 적은 양이 제작됐고, 일부 부유층의 사재기와 원료인 마제은의 가격 상승으로 발행 9개월 만에 제조가 중단됐다.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 은화인 대동은전. 한국은행 화폐박물관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 은화인 대동은전. 한국은행 화폐박물관

대한제국은 1906년엔 최초의 금화도 발행하는 등 계속 근대적 화폐 발행·통용을 시도했지만, 1910년 일본에 주권을 침탈당하면서 화폐 주권마저 잃었다. 일제가 1911년 3월 우리나라 경제 수탈과 일본 산업자본의 대륙 침투를 위한 금융조직 강화를 목적으로 조선은행을 세웠기 때문이다.

1945년 일제의 식민통치에서 벗어난 우리나라는 1950년 대한민국의 중앙은행 한국은행을 설립했다. 13일 만에 한국전쟁(6·25)이 발발하며 전쟁통에서도 한국은행은 현금 부족 사태를 막기 위해 일본의 대장성 인쇄국에서 천원권·백원권을 제작해 같은 해 7월 22일 피난지 대구에서 최초의 한국은행권을 발행했다. 이어 1959년에는 3종(백환·오십환·십환)의 주화가 미국 필라델피아 조폐창에서 제조돼 한국은행을 통해 발행됐다. 한국은행이 발행한 최초의 주화다.

우리나라 화폐를 발행하는 한국조폐공사는 한국전쟁 중인 1951년 설립됐다. 화폐를 제조·관리하려면 나라의 주권 확보뿐만 아니라 용지·잉크·인쇄장치 등을 비롯해 위조 방지를 위한 여러 첨단기술도 필요하다. 세계적으로 자국의 은행권을 자국 인쇄시설로 만드는 국가는 40여 개국뿐이다. 게다가 우리나라처럼 은행권 인쇄는 물론 은행권 용지를 자체 해결하는 국가는 20여 개국에 불과하다.

1972년 첫 발행된 오천원권. 전면 도안으로 활용된 율곡 이이의 모습이 굉장히 서구적이다.

1972년 첫 발행된 오천원권. 전면 도안으로 활용된 율곡 이이의 모습이 굉장히 서구적이다.

화폐박물관 1층에는 화폐와 관련된 여러 재미있는 뒷이야기를 소개하는 ‘화폐박물관이 선정한 우리 화폐 20선’ 코너가 있다. 1972년 첫 발행된 오천원권 주인공은 조선시대 유학자인 율곡 이이다. 당시 선진 기술을 보유했던 영국 은행권 제조 회사에 오천원권 제작을 의뢰했다. 그런데 공개된 지폐 속 율곡 이이의 초상이 갸름한 얼굴, 커다란 두 눈, 뾰족한 콧대 등 너무나도 서구적이라 논란에 휩싸였다. 결국 1977년 다시 발행된 오천원권 속 이이의 모습은 일랑 이종상 화백이 그린 표준영정에 근거해 제작됐다. 이렇게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대한민국의 화폐 제조 기술은 다른 나라에 수출할 정도로 발전했다.

서구적인 외모의 율곡 이이 도안을 넣은 오천원권이 나온 건 당시 화폐에 들어갈 율곡 이이의 공식적인 초상화가 전해지지 않았기에 발생한 사건이기도 하다. 화폐를 비롯해 동상·그림 등에 담긴 역사적 인물의 모습이 사회적 물의를 빚는 일이 늘면서 이를 방지하고자 1973년 문화관광부(당시 문화공보부)가 고증을 거쳐 표준적인 그림사진을 제작하도록 표준영정을 규정했다.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세종대왕·율곡 이이·퇴계 이황·신사임당 등 화폐 도안으로 사용되는 선현들의 초상은 모두 표준영정을 근거로 한다.

그렇다면 우리가 2023년 현재 사용하는 지폐 4종류인 천원권·오천원권·만원권·오만원권이란 단위는 언제부터 사용했을까. 1972년 율곡 이이의 초상을 전면에 사용한 오천원권이 그 분기점이다. 당시엔 천원권이 가장 큰 단위였는데, 한국은행은 국내경제가 급속히 발전하고 경제 규모가 확대되면서 고액권이 필요하다고 판단, 1972년 오천원권에 이어 1973년 세종대왕의 초상을 전면에 사용한 만원권도 발행했다. 또 2009년에는 신사임당의 초상을 전면에 사용한 오만원권이 등장했다.

2024년 대한민국에서 통용되는 지폐는 총 4종류다. 지폐마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위인의 초상과 문화재를 도안으로 사용한다.

2024년 대한민국에서 통용되는 지폐는 총 4종류다. 지폐마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위인의 초상과 문화재를 도안으로 사용한다.

화폐 전면 도안으로 문화재가 아닌 인물을 사용하는 이유는 문화재 등 사물에 비해 인물이 위조 여부를 판별하기 쉽기 때문이다. 신사임당·세종대왕·율곡 이이·퇴계 이황 등 인물의 초상은 눈에 익기 때문에 원본과 조금만 달라져도 어색하다는 걸 알 수 있다. 하지만 문화재를 도안으로 쓰면 달라진 부분을 한눈에 알아보기 어렵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역사적 인물을 화폐 도안으로 많이 사용하는 이유다.

지폐 4종류와 동전 6종류만 우리나라 화폐로 유통되는 건 아니다. 의미 있는 사건·인물을 기념하기 위해 제작하는 기념화폐도 있다. 대한민국 최초의 기념주화는 우리나라의 역사와 위상을 세계에 알리고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 1971년 제조된 ‘대한민국 반만년 역사’이다. 금화 6종(이만오천화·이만원화·만원화·오천원화·이천오백원화·천원화)과 은화 6종(천원화·오백원화·이백오십원화·이백원화·백원화·오십원화)이 발행됐다. 기념화폐도 엄연히 한국은행에서 만든 화폐이기 때문에 물건을 구매할 때 사용할 수 있다. 그런데 기념화폐는 많이 발행하지 않아 희소성이 있어 수집용으로 소비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화폐박물관 1층 화폐의 일생 전시실에서는 화폐도 사람처럼 일생의 주기가 있음을 살펴볼 수 있다. 발행된 화폐의 수명은 사용자가 어떻게 관리하고 사용하는지에 따라 달라진다. 한국은행은 ‘한국은행법’에 정한 절차에 따라 화폐의 규격·색상 등을 정하고, 해마다 필요한 화폐량을 예측해 한국조폐공사에 제조를 의뢰한다. 화폐 제조량은 화폐의 발행·환수·폐기 규모를 감안해 결정한다. 제조된 화폐는 은행 등 금융기관의 요청을 받으면 시중으로 공급된다. 이렇게 발행된 화폐는 시중을 돌며 각종 거래에 사용되다가 예금·세금납부 등으로 금융기관에 돌아온다. 그중 일부는 금융기관에서 한국은행에 맡기면서 한국은행에 돌아오는데, 이를 화폐의 환수라 한다.

환수된 화폐 중 다시 사용할 수 있는 화폐를 사용권, 훼손·오염 정도가 심해 더 이상 사용할 수 없는 화폐를 손상권이라 부른다. 2022년 한 해 찢어지거나 더러워져서 폐기한 화폐는 4억1300만 장이며, 금액으로 환산하면 2조6414억원에 달한다. 지폐를 기준으로 손상권은 잘게 쪼개진 지설물이 되는데, 지설물을 덩어리로 뭉치면 지설물봉이라 한다. 지설물은 건물 바닥재나 차량용 방진 패드의 원료로 재활용하며, 주화의 경우 녹여서 폐기해 금속원자재로 재활용한다.

화폐는 발행부터 환수까지 일정한 과정을 거쳐 시중에 유통된다.

화폐는 발행부터 환수까지 일정한 과정을 거쳐 시중에 유통된다.

손상된 지폐를 한국은행에 가져오면 새 화폐로 교환할 수 있다. 앞뒤 양면이 있고 원래 크기의 3/4 이상 남아있는 지폐는 해당 금액의 전부를, 앞뒤 양면이 있지만 원래 크기의 3/4 미만에서 2/5 이상 남아있는 지폐는 해당 금액의 절반을 교환할 수 있다. 하지만 남아있는 면적이 원래 크기의 2/5 미만이거나, 지폐의 재료·색깔 확인이 어려워 진위여부를 구별하기 힘든 경우는 교환이 불가능하다.

폐기된 화폐를 보충하고 경제규모 확대에 따른 신규 수요에 맞춰 새로운 화폐를 만드는 데에는 연간 약 1100억원(2018~2022년 평균)의 비용이 든다. 화폐를 깨끗이 사용하는 습관을 가진다면 이러한 화폐 제조비용을 대폭 줄일 수 있다. 화폐박물관을 찾은 소중 학생기자단은 화폐가 나라의 주권을 보여주는 상징이자 엄청난 발행 비용이 드는 사회적 자산이니만큼 앞으로는 화폐를 더욱 귀중히 여기는 마음으로 사용해야겠다고 다짐했다.

한국은행 화폐박물관

주소: 서울특별시 중구 남대문로 39

관람시간: 화요일~일요일 오전 10시~오후 5시
휴관일: 월요일, 설 연휴, 추석 연휴, 근로자의 날, 선거일, 매년 12월 29일~다음해 1월 2일
관람료: 무료
문의: 02-759-48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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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말 뭘 할까 고민은 아이랑GO에 맡겨주세요. 아이와 가볼 만한 곳, 집에서 해볼 만한 것, 마음밭을 키워주는 읽어볼 만한 좋은 책까지 ‘소년중앙’이 전해드립니다. 아이랑GO를 구독하시면 아이를 위한, 아이와 함께 즐길 거리를 풍성하게 받아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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