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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혁 ‘김활란 막말’ 파장…이대 “학교 명예훼손, 사퇴하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총선을 일주일 앞두고 ‘막말’ 논란이 선거판을 강타하고 있다. 김준혁 더불어민주당 경기 수원정 후보가 그 중심에 있다. 한신대 교수인 그는 2022년 8월 유튜브 ‘김용민TV’에서 “전쟁에 임해 나라에 보답한다며 종군위안부를 보내는 데 아주 큰 역할을 한 사람이 김활란”이라며 “미군정 시기 이화여대 학생들을 미 장교에게 성상납시키고 그랬다”고 주장했다. 이 말은 지난 1일 언론에 재조명됐다.

박경민 기자

박경민 기자

이화여대는 2일 입장문을 내고 “검증되지 않은 자료와 억측으로 본교와 구성원의 명예를 훼손하는 행위에는 엄중히 법적 대응할 방침”이라며 “김 후보가 즉각 사과하고 후보직에서 물러날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대전시 서구 지원유세에서 “말도 안 되는 쓰레기 같은 말을 쏟아내는 김준혁 후보 아시나”라며 “조국혁신당과 민주당에서 이대 출신임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정치인에게 묻고 싶다. 그거(김 후보의 발언) 괜찮으냐”고 말했다. 녹색정의당도 “일본군 위안부나 여성 신체를 언급한 것은 전형적인 성적 대상화”라고 했다.

하지만 김 후보는 이날 자신의 블로그에 “성(性)과 관련된 자극적인 부분만 편집해 저와 민주당 전체를 매도하고 있다”며 “(김활란 전 총장이) ‘낙랑클럽’이라는 고급 사교모임을 운영하며 성접대를 주도했다는 기록이 있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중앙일보 확인 결과 김 후보가 근거로 든 이임하 성공회대 교수의 논문(‘한국전쟁과 여성성의 동원’)에는 “김활란이나 모윤숙에 의해 동원된 젊은 여성들이 파티에서 직접적인 성적 유흥을 제공하지는 않았을지라도…”라고 표현된 게 전부다. 김 후보의 “박정희도 일제강점기에 정신대, 종군위안부들 상대로 섹스를 했었을 테고”(2019년 2월 ‘김용민TV’)라거나 “윤석열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이 은밀한 합의로 국지전을 일으킬 수 있다”(지난해 1월)는 발언도 논란이 됐었다.

이날 오후 늦게 민주당 선대위가 “해당 학교와 구성원들에게 사과할 것을 김 후보에게 권고했다”고 공지한 뒤 김 후보의 태도는 급변했다.

이어 낸 입장문에 그는 “김활란 이화여대 초대 총장 및 관련 발언에 있어 정제되지 못한 표현으로 이대 재학생, 교직원, 동문의 자긍심에 상처를 입힌 점에 깊은 사과를 드린다”고 밝힌 뒤 위안부 피해자와 유족 등에 대한 사과도 덧붙였다.

막말 경위에 대해선 “(역사를) 좀 더 쉽고 직설적이며 흥미를 이끄는 표현을 다수 사용하면서 결과적으로 여러 차례에 걸쳐 부적절한 비유와 혐오 표현이 사용됐다”고 해명했다.

민주당의 정봉주 전 의원은 2017년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DMZ(비무장지대)에서 발목지뢰 밟는 사람들한테 목발 하나씩 주는 거야”라고 한 말 때문에 공천이 취소됐다. 국민의힘에서도 장예찬(부산 수영) 후보는 2014년 ‘난교를 즐겨도 직무에 전문성과 책임성을 보이면 프로로서 존경받을 수 있는 사회가 건강한 사회’라는 등의 글로, 도태우(대구 중남) 후보는 “5·18이 북한과 무관하면 검증에 당당해야 한다”(2019년 유튜브)는 말로 문제가 됐다. 둘은 공천장을 반납하고 무소속 출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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