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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타냐후 나가라”…이스라엘 반정부 시위, 10만명 모였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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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네타냐후

네타냐후

이스라엘에서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의 퇴진과 조기 총선을 요구하는 반정부 시위가 열렸다.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와의 전쟁이 발발한 뒤 최대 규모다. 네타냐후가 이끄는 전시 내각이 인질·휴전 협상, 초정통파 유대교의 군 입대 문제 등을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자 쌓였던 불만이 터졌다.

외신에 따르면 이날 예루살렘에 있는 크네세트(의회) 건물 인근에는 시민들이 모여 네타냐후 정부가 주도하는 우파 연정의 퇴진을 촉구했다. 주최 측은 시위 참가자를 10만 명으로 집계했고, 현지 방송은 “전쟁 발발 이후 최대 규모”라고 전했다.

시위대는 의회 주변에 텐트를 치고 3일까지 나흘 연속 시위를 하기로 했다. 이들은 지난해 하마스의 기습 공격 이후 6개월 동안 네타냐후 전시 내각이 하마스 섬멸, 인질 전원 구출 등에 성공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퇴진 요구를 일축했다. 그는 기자회견에서 “지금 총선을 치르면 하마스와의 인질 협상이 최대 8개월 동안 마비될 것”이라면서 “이런 상황을 가장 환영하는 건 하마스”라고 강조했다.

이번 시위의 도화선은 초정통파 유대인 ‘하레디’의 징집 면제를 유지·확대하는 법안 때문이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하레디에 대한 군 면제를 영구화하고 면제 대상을 확대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지난달 31일 예루살렘의 이스라엘 의회 앞에 10만 명의 반정부 시위대가 모였다. 이들은 베냐민 네타냐후 전시 내각이 지난 6개월간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에 억류된 인질을 데려오지도, 하마스를 말살하지도 못 했다며 즉각적인 내각 총사퇴와 조기 총선을 요구했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달 31일 예루살렘의 이스라엘 의회 앞에 10만 명의 반정부 시위대가 모였다. 이들은 베냐민 네타냐후 전시 내각이 지난 6개월간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에 억류된 인질을 데려오지도, 하마스를 말살하지도 못 했다며 즉각적인 내각 총사퇴와 조기 총선을 요구했다. [로이터=연합뉴스]

이번 전쟁으로 지금까지 약 600명의 이스라엘군 병사가 사망했는데, 하레디 측은 군 복무 부담을 지지 않으려고 해 이스라엘 국민의 분노가 커졌다. 전시 내각에 참여해온 중도파 야당 국민통합당의 베니 간츠 대표는 이 법안이 의회를 통과하면 동료들과 함께 전시 내각에서 탈퇴하겠다고 밝혔다.

반면에 초정통파 유대교 정당 의원들은 징집 면제를 연장하지 않으면 내각을 떠나겠다며 네타냐후 총리를 압박했다. NYT는 “이 문제가 초정통파 유대교 정당과 우익 연합을 이룬 네타냐후 내각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짚었다.

하레디는 유대교 경전 ‘토라’를 공부하며 엄격한 신앙생활을 하는 종파다. 하얀 셔츠, 검은 정장에 챙모자 등 구약성서에 적힌 복장·생활방식을 그대로 따른다. 이들은 유대인 대학살로 말살된 유대인 문화와 학문을 되살리기 위해 다수가 따로 직업을 가지지 않고 정부 보조금을 받아 생활하면서 이스라엘 건국(1948년) 때부터 병역을 면제받았다. 이스라엘 전체 인구의 12%가량으로 추산된다.

네타냐후 총리는 지난달 31일 “병역 분담 평등을 이루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한편, 하레디에겐 징집을 강요해선 안 된다”면서 “우리가 이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고 믿는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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