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전화조사 의뢰, 전통 언론은 100% 인터넷 언론은 1%

중앙선데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883호 04면

이준웅의 총선 레이더 ⑫ 여론조사와 품질

여론조사 결과들이 쏟아지는 가운데, 이른바 ‘자체조사’라는 게 눈에 띈다. 어떤 의뢰인도 없이 조사대행사가 자비를 들여서 조사해서 발표한다는 뜻이다. 여론조사심의위 자료를 검토해 보면, 지난 11월 이후 수행한 전국기준 여론조사 211건 가운데 69건, 즉 약 33%가 ‘자체조사’에 해당한다. 2022년 대통령 선거에서 72개 전국조사 가운데 자체조사는 7건에 머물렀다는 사실과 비교해 봐도 확연히 증가한 결과다.

도대체 왜 조사대행사가 자체적으로 조사비용을 떠안고 조사한단 말인가.

그래픽=남미가 기자 nam.miga@joongang.co.kr

그래픽=남미가 기자 nam.miga@joongang.co.kr

언론이 여론조사에 투자하는 이유는 무엇보다도 조사결과 그 자체가 독점적인 뉴스가치를 지니기 때문이다. 언론사는 조사대행사에 비용을 지불하는 대신 결과에 대한 저작권을 행사할 수 있고, 따라서 독자적으로 그리고 독점적으로 뉴스를 생산할 수 있다. 특히 선거기간 동안 정당과 정치인의 캠페인에 이끌려가는 보도에서 벗어나기 위해 노력하는 언론은 여론조사를 인용해서 해석함으로써 주도적으로 정국을 조망하고 판세를 점칠 수 있게 된다.

관련기사

언론사는 또한 여론조사를 이용해서 뉴스 이용자의 관심을 이끌어낼 수 있다. 경쟁하는 정당과 후보자들 가운데 과연 누가 이기고 있는지 평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론조사 결과를 준거로 삼아 선거 과정에 내재하는 경쟁요인들을 재료로 유권자들이 흥미를 느끼는 방식으로 뉴스를 제작할 수 있다.

문제는 비용이다. 전화면접조사의 경우 전국 1000명 표본을 기준으로 대략 1500만원가량 드는데, 이는 목표 응답률 개념을 적용할 수 없는 신속조사 기법을 사용하기에 가능한 저렴한 액수다. 대략 2~3일 내에 조사결과를 내기 위해 미리 표집한 전화번호를 대체해 가면서 목표 응답자 수를 채워나가는 방식이기에 응답률을 보장받을 수 없다는 뜻이다. 이른바 ARS 조사 등 기타 방법론을 사용하면 비용은 1/3로 낮아진다. 그러나 언론사로서는 아무리 저렴하더라도 품질을 보장할 수 없으면 뉴스 재료로 삼을 수 없기에, 조사비용에 따른 편익을 세심하게 따지기 마련이다. 언론사가 의뢰한 여론조사라 할지라도 품질이 천차만별인 이유다.

그림1은 의뢰자에 따른 조사방법의 차이를 제시한다. 의뢰자가 언론사일 경우에 전화면접조사 방법은 24%였고, ARS를 포함한 기타 방법을 사용한 경우는 76%였지만, 의뢰자가 없는 자체조사에서 전화면접조사 방법은 64%에 달했다. 얼핏 조사회사 자체조사의 경우가 언론사 의뢰조사에 비해 더 많은 비용을 들인 것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그림2처럼 언론사를 전통 언론사와 인터넷 언론사를 포함한 여타 기관으로 구분하면, 사정이 완전히 달리 보인다. 전통 언론사는 100% 전화조사를 의뢰했지만, 인터넷 언론사 등은 ARS 등 기타방법을 적용한 의뢰가 99%에 달했음을 알 수 있다. 만약 조사기관 자체조사가 어떤 식으로든 언론사의 여론조사를 대체하려는 의도였다면 그것은 주류 언론사가 의뢰한 조사결과의 품질을 대체하려는 것은 아니라고 해석할 수 있다.

선거 캠페인 기간에 언론은 누구라 할 것 없이 유권자의 주목을 노려 뉴스를 제작한다. 그러나 시민의 정치적 판단을 돕기 위해서 노력하는 언론이라면 조사의 품질에 염려하기 마련이며, 이는 비용이 드는 일이다. 따라서 애초에 조사품질은 상관할 바 없다는 듯 저렴하게 조사결과를 얻어서 남발하는 경우라면, 그게 누구고 어떤 명분이건 간에 저의가 의심스럽다고 할 수 있다.

이준웅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