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에 수사관여 말라 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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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일 오전 국회 법사위에 출석한 강금실 법무부장관이 특검법이 표결처리된 후 난감한 표정을 짓고 있다. [안성식 기자]

4일의 국회 법사위는 내년도 법무부 예산안 등을 심의할 예정이었으나 대선자금 및 노무현 대통령의 측근 비리 의혹 규명을 위한 3개 특검법안 상정 문제를 놓고 의원들 간에 논란을 벌였다. 결국 한나라당 의원들의 주도로 표결이 이뤄졌고 3개 특검법안이 상정됐다.

한나라당 간사인 김용균 의원은 "국민적 관심사가 되고 있는 대선자금 문제와 대통령 측근들에 의한 권력형 비리의 진상을 파헤쳐 새로운 정치혁명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며 의사일정 변경을 통한 특검법안 상정을 요구했다.

이에 열린우리당 간사인 천정배 의원이 "한나라당이 SK돈 1백억원을 받아 쓴 것을 호도하려 특검을 추진한다"며 "검찰이 수사 잘하는데 왜 특검이 필요하냐"며 반대했다.

이에 한나라당 최병국 의원은 "한나라당이 받은 SK 돈은 검찰이 총력을 기울여 수사하는 반면 盧대통령 측근과 정대철.이상수 의원의 대선자금 발언은 수사를 안 하고 있다"며 특검법안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그러자 千의원은 주먹으로 책상을 내리친 뒤 곧바로 회의장 밖으로 퇴장했다. 결국 김기춘 위원장이 표결을 실시, 한나라당 의원 5명과 민주당 함승희 의원의 찬성으로 법안 상정이 가결됐다.

?"대통령 수사사건 언급 바람직하지 않아"=이날 법사위에는 강금실 법무부 장관이 출석해 수사의 형평성 문제로 논란을 벌였다.

민주당 조순형 의원은 "대통령이 수사방향까지 언급하는 게 말이 되느냐"며 "대통령이 검찰총장이냐"고 따졌다. 한나라당 최연희 의원은 "여권의 의혹은 밝히지 않은 채 한나라당 대선자금만 파헤치는 검찰의 행태를 국민이 과연 납득하겠느냐"고 다그쳤다.

강금실 법무장관은 "검찰은 예외 없이 수사하고 있고, 대통령 발언을 구체적인 수사지휘로 받아들이지도 않고 있다"고 답했다. 康장관은 또 '수사 중인 사건에 대한 대통령의 언급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직접 건의할 의향은 없느냐'는 질문에 "청와대 민정수석실을 통해 서면으로 한번 건의한 적이 있다"고 밝혔다.

康장관의 이 같은 발언이 알려지자 청와대는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문재인 민정수석은 사실 여부를 확인하는 질문에 "康장관이 보냈다면 보낸 거죠"라며 시기.내용 등 구체적인 것에 대한 물음에는 "康장관에게 물어보라"며 입을 닫았다.

강갑생.박신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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