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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든 소 경제 위독 상태”/고르비 경제참모 샤탈린 불지 회견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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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국민들 일은 않고 「보약」만 찾는게 문제/고르비 권한강화 독재와 혼동은 곤란
고르바초프 소련 대통령의 핵심 경제브레인으로 시장경제 전환을 위한 5백일계획을 작성한 장본인이기도 한 스타니슬라프 샤탈린 박사는 『오늘날 소련 경제가 앓고 있는 병세는 시간을 다투는 위급한 문제로 치료에 쓸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말하고,『가장 큰 병인은 소련 사람들이 당장 먹기좋은 보약만을 찾는데 있다』고 지적했다. 샤탈린 박사는 또 『고르바초프 대통령의 권한강화를 개인 독재와 혼동해서는 안되다』고 강조하면서 『그의 권력강화는 오로지 법의 지배를 보장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음은 소련의 경제잡지인 『소련에서의 비즈니스』지 편집에도 관여하고 있는 그가 이 잡지 판촉을 위해 파리에 들러 이곳에서 발행되는 영자지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지와 가진 회견내용을 요약·정리한 것.
­현재 소련 경제는 어느 정도나 심각한가.
『병세가 매우 심각하다. 또 그 병세가 너무 오랫동안 지속돼와 이제 앞으로 남은 시간을 달(월)이 아니라 일로 따지는게 나을 정도다.』
­문제가 있다는 걸 진작 알고 있었으면서 어떻게 이 지경까지 오게 됐는가.
『충분한 대답을 하기 위해서는 3∼4일 가지고도 모자랄 것이다. 한마디로 대답하자면 소련 사회는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는 결정만을 받아들인다는 점이다. 어느 사회에나 보다 급진적이고 먼 앞을 내다보는 요소가 있긴하지만 실제 결정을 내리는 것은 사회를 구성하는 보통사람들이다.』
­소련의 경제문제는 오로지 70년간의 공산주의 탓인가,아니면 러시아인들 특유의 성격에도 기인하는가.
『가장 어려운 문제는 과연 국민들이 개혁을 받아들일거냐는 점이다. 왜냐하면 역사적으로 우리 러시아인들은 잘못된 평등주의에 매우 강한 집착을 보여 왔기 때문이다. 이러한 고정관념을 타파하지 못할 경우 우리는 풀 수 없는 덫에 걸려들고 말 것이다.』
­어째서 그런가.
『국민들은 일하지 않고 있다. 아무것도 안하면서 꼬박꼬박 월급은 받고 있다. 엄격한 의미에서 이것을 범죄라고 할 수는 없지만 공률에 관계되는 문제다. 민주주의는 책임감에 기초를 둬야한다. 책임감 없는 민주주의는 우중에 의한 독재에 불과할 뿐이다.』
­대통령의 권한강화가 논의되고 있는 요인 가운데는 바로 이런 것도 포함되는가.
『그렇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일들 가운데 많은 부분이 우리의 경제·사회생활에 파괴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따라서 대통령에게 질서와 규율을 바로 잡고,범죄자들을 처벌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이를 일종의 개인독재와 혼동해서는 안된다. 고르바초프는 독재자 타입이 아니다. 그의 권력강화는 오로지 법의 지배를 보장하기 위한 것일 뿐이다.
솔직히 말해 개인적으로 나는 그가 의무를 제대로 다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지나치게 관용스럽다는 점을 유감으로 여기고 있다.』
­그러나 셰바르드나제 외무장관은 독재 가능성을 경고하면서 사임하지 않았는가.
『개인적으로 셰바르드나제를 매우 존경한다. 그는 심각한 경고를 주었고,그것이 보수주의자들에 대한 것만은 아니다. 시민사회 자체가 위험에 처해 있는 것이다.』
­고르바초프 대통령은 질서회복을 위한 보다 강력한 조치들을 약속하고 있는데 중앙과 여러지역간의 마찰에서 내란이 벌어질 위험은 없다고 보는가.
『연방안으로 들어오는 공화국들은 중앙정부에 일정한 권한을 넘겨주는게 오히려 유리하다고 판단하고 그렇게 할 것이다. 그러나 연방조약에 서명하길 거부하는 공화국들이 있다해서 그들에 대해 전쟁을 선포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건 어리석은 것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원할 경우 공화국들이 연방에서 탈퇴할 수 있는 메커니즘을 우리는 이미 생각해 놓고 있다.
고르바초프 대통령은 연방국가에 대한 찬반을 묻는 국민투표를 이미 제안한 바 있다. 연방에서 벗어나 자치국가로 남아 있기로 일부 공화국들이 결정할 경우 그들에 대해 연방잔류를 강요할 수는 없는 노릇이며 더구나 이를 위해 무력을 사용한다는건 생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소련은 연방유지를 위해 제국적 또는 독재적 수단을 결코 사용하지 않을 것이다. 그런 가능성은 1백% 배제해도 좋다.』<파리=배명복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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