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모 단골 자선냄비 지휘 김석태 구세군 사령관(일요인터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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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고사리손 5백원 정말 흐뭇”/“여럿이 온정 나누는 데 참뜻/하루벌이 몽땅 낸 지게꾼도”/한국구세군 교인 10만… 사회활동 넓혀갈 것
거리에 구세군 자선냄비가 걸리고 딸랑딸랑하는 온정을 부르는 종소리가 들리면 사람들은 한 해가 다 가는 것을 문득 느끼게 된다. 그리고 가깝고도 멀었던 이웃을 생각하게 된다. 그들을 위해 무언가를 하지 못했음을 느끼면서 뜨거운 것이 가슴에서 솟아오른다. 언제부터인가 우리의 세모 풍경 중의 하나로 자리잡은 구세군 자선냄비 모금행사를 총지휘하는 구세군 김석태 사령관을 만났다.
­올해도 어김없이 자선냄비가 거리에 등장했군요. 몇 곳에나 나가 있습니까.
▲전에는 서울·부산 등 대도시에만 자선냄비를 걸었는데 몇 해 전부터 전국으로 확산시키고 있습니다. 올해는 64개 도시에 자선냄비를 걸고 우리 교인 1만5천여 명이 나가 모금하고 있습니다.
­모금액수는 그리 많을 것 같지 않군요.
▲지난해 3억5천만원이 모였고 올해 목표는 5억원입니다.
­모금된 돈은 주로 어떻게 쓰입니까.
▲네 가지로 크게 나누어 쓰입니다. 극빈자들에게 쌀·밀가루·라면 등을 나누어 줍니다.
또 고아원·양로원 등 47개 시설에 물품을 전달하고 장애자들을 위해 휠체어를 마련하는 개인구제도 합니다. 수해지역에 대한 긴급구호도 하지요.
­올해도 흐뭇한 이야기가 많겠군요.
▲자선냄비가 부글부글 끓고 있지요.
우리 일을 도우시는 분들은 왼손이 하는 일을 오른손이 모르는,이름을 내놓지 않는 분들입니다. 우리는 순수한 마음의 사회사업가 수십만 명을 해마다 얻고 있지요. 우리 민족은 남을 도울 줄 아는 좋은 민족입니다. 신문에서 너무 나쁜 것만 강조하지 말았으면 좋겠어요.
­자선냄비 모금 중 기억에 남는 일이 있겠지요.
▲60년대말이라고 생각됩니다. 종로4가에서 한 지게꾼이 돈을 넣고 가더군요. 뒤따라 갔지요. 그 사람은 『일 년에 한 번은 남을 돕고 싶어서 그날 번 돈을 자선냄비에 넣어왔다고 말하더군요. 또 한번은 자선냄비 옆에 스님이 와서 목탁을 치며 이웃돕기 모금을 한 일이 있었습니다.
밤이 깊어지자 그 스님이 그날 모은 돈을 자선냄비에 모두 넣었습니다. 스님은 『우리는 이웃을 돕기 위한 여러 가지 행사를 우리 종교가 지키는 성스러운 때에 한다. 지금은 기독교의 성스러운 때이니 오늘 모은 돈을 기독교인들이 잘 쓰도록 주겠다』고 했어요. 무언가 찜찜하게 느껴지던 것이 확 가시면서 그렇게 고맙고 즐거울 수 없더군요.
­어린이도 넣고 다정한 연인들도 희사하고 해서 모두들 흐뭇하게 하는 것이 자선냄비라 생각됩니다.
▲어머니와 함께 길을 가던 어린이가 고사리같은 손으로 자선냄비에 돈을 넣는 것을 보면 정말 흐뭇합니다.
『엄마,자선냄비가 무어야』라고 물으면 어머니는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 거야』라고 말하겠지요.
그것이 어머니의 참교육이 아니겠습니까. 모금해서 구제사업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남을 돕는 정신을 확산시키는 일이 더 큰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봐요.
어느 한 사람이 5억원을 내놓아도 모금목표가 달성되겠지만 우리는 5백원씩이 모여 5억원이 되기를 원합니다. 그럴 때 자선냄비는 참수확을 거두게 되는 것입니다.
­구세군은 군대입니까.
▲군대지요.
­어떤 군댑니까.
▲악령에 선전포고하는 군대지요.
­어떤 악령입니까.
▲자기 욕심만 채우려 하고 남을 억누르는 악령에 대해서입니다. 그같은 악령은 우리 주위에서도 흔히 발견되고 있지요.
­사회개혁에 대한 투철한 정신을 가진 종교라고 할 수 있겠군요.
▲구세군의 태동은 그같은 정신에서 시작됐습니다. 1865년 영국의 런던은 초기 산업화가 가져다 주는 극심한 빈부격차가 생겨나고 사회 전체가 도덕성을 잃고 있었습니다. 「최암흑의 영국」이라는 상태였지요.
구세군을 만든 윌리엄 푸드라는 사람이 그때 나섰습니다. 그는 술주정뱅이·도박꾼들이 득실거리는 동런던의 빈민굴에 들어가 교회를 세우고 이를 「인간개조공장」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있는 자의 교회,가난한 자를 돕지 않는 사람들에 대해 공격을 시작했습니다.
교회조직도 군대식으로 만들었지요.
사람들은 그를 「영혼을 구원하는 대장」이라고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그의 부인 캐서린 푸드도 함께 나서서 가진 사람들에게 「가난한 사람들을 도우는 것이 당신들이 사는 길이다」고 역설하였지요.
이렇게 시작되었기 때문에 우리는 예배와 사회봉사의 삶을 일치시키려 합니다.
「내 마음은 하느님께로 내 손은 사람에게」라고 말하고 있지요.
­한국의 구세군은 아직도 그같이 사회개혁에 적극적이지는 못한 것 같군요.
▲지금 구세군은 교인이 10만이고 전국에 2백6개소의 영을 가지고 있습니다. 교세신장에 따라 우리 활동폭도 넓어져갈 것입니다.
외국에서는 구세군이 사회사업단체로 오해받을 정도로 사회사업이 활발합니다.
소방서마다 우리 구세군 사람들이 연결되어 있어 불이 났다 하면 현장에 언제나 구세군 사람들이 나가 있습니다. 우리 자랑 같습니다만 구세군 제복은 곧 봉사를 의미하기 때문에 구세군복을 입은 사람은 「굿 맨」으로 통하지요.
지금 우리가 하고 있는 일 가운데 의미있는 것으로 윤락방지를 위한 전국 주요도시 역에서의 상담 등을 들고 싶군요.
­「영국의 출로」를 위해 구세군이 만들어졌다면 지금 한국의 출로를 위해 우리 구세군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알고 싶군요.
▲무엇보다 빈부격차를 해소하는 일에 사회 전체가 바른 인식을 갖도록 종교로서 노력해야겠습니다.
우리가 통일을 앞두고 있는데 통일의 순간에 역사의 심판은 남북 어느 사회가 보다 균형있고 함께 잘살아가고 있는가에 따른다고 봅니다. 우리가 경제적으로 앞서 있다고는 하나 서로 도와가며 사는 데 부족함이 많습니다.
­언제 구세군 사령관이 되셨습니까.
▲86년입니다. 57년에 사관이 되었고 구세군의 규정에 따라 집사람도 사관으로 일합니다. 내년 3월1일 65세로 은퇴합니다.
김석태 사령관의 얼굴은 참으로 온화하다. 평생 남을 돕는 일을 해온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얼굴이다. 그가 구세군복을 입은 사람을 「굿 맨」이라고 한다는 말에 썩 어울린다고 느껴졌다.<임재걸 기자>PN JAD
PD 19901223
PG 03
PQ 02
CP HS
CK 04
CS B04
BL 1053
GO 분수대
TI 미국 젖소와 소련 젖소(분수대)
TX 미국 국민학교 교과서를 보면 미국의 젖소는 소련의 젖소보다 우유를 더 많이 생산하는 것으로 돼 있다. 미국의 젖소가 소련의 젖소보다 「더 자유롭게」 풀을 뜯어먹기 때문이다.
소련의 역사교과서 중 미국 현대사편을 보면 미국의 백인종들은 흑인과 유색인종을 착취하여 큰 이익을 보고 있으며 인종차별주의자들의 범죄행위는 아무런 죄가 되지 않는다고 기술되었다.
미국 교과서에는 소련사회의 좋은 점은 접어두고 빈곤과 폐쇄적인 전체주의만을 강조하고 있고,소련 교과서에는 미국의 개방된 자유와 부는 외면한 채 여러 도시들을 거대한 빈민촌으로 묘사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두 나라의 교과서는 상대방 체제의 약점과 그늘진 면만 과장 또는 왜곡할 뿐 장점과 밝은 면은 의식적으로 외면한 것이 지금까지의 관례도 돼 있다.
그 견원지간의 미국과 소련이 신데당트시대를 맞아 과거 냉전체제 아래서 왜곡일변도로 기술했던 두 나라 교과서의 수정작업을 한창 벌이고 있다.
학생들이 배우는 교과서는 물론 백과사전이나 연감,인명록 등에서 다른 나라의 역사적 사실이나 사건,또는 인물에 대해 왜곡기술하는 데는 세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는 미국과 소련의 예처럼 상대방을 헐뜯기 위해 의도적으로 왜곡하는 것이고,둘째는 한때 크게 말썽을 빚었던 일본의 경우처럼 자기네의 약점이나 과오를 은폐하기 위한 수단으로 왜곡하는 것이고,셋째는 상대방에 대한 무지와 무관심 때문에 특별한 의도가 없이 왜곡하는 것이다.
최근 삼성물산은 민간기업으로는 이색적으로 광범위한 해외지점망을 통해 세계 각국의 역사교과서 중 우리 역사의 왜곡부분을 수집,분석하는 작업을 벌여 관심을 모으고 있다.
삼성물산이 1차로 발표한 자료를 보면 세계 25개국 1백53종의 초·중·고 교과서 가운데 우리 역사를 잘못 기술한 교과서는 20개국 52종에서 3백여 군데나 되었다.
일본이나 중국·소련 그리고 동구권의 교과서는 그렇다 치고 우리와 비교적 가까운 거리에 있는 홍콩·싱가포르·인도네시아 등 아시아권 나라의 교과서에서조차 우리의 역사가 왜곡기술되었다면 문제는 심각하다.
세계 11위권의 무역국에다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치른 나라의 체면이 이래서 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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