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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방!중견기업] 텔코웨어 - 잘 터져야 잘 나갑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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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금한태 사장이 텔코웨어 기술진이 개발한 이동통신 서비스용 가입자 위치정보 확인장비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신인섭 기자]

이동통신사업의 생명은 '끊김 없는' 통화다. 걸핏하면 통화가 끊기는 통신회사를 누가 이용하겠는가. 통화가 끊기지 않을 확률을 99.999%로 유지하는 기술, 이른바 '파이브(five) 나인(nine)'은 그래서 업계의 철칙이다. 이동전화 음성.데이터 핵심망을 개발하는 텔코웨어는 '파이브 나인'을 인정받은 회사다.

이 회사가 개발.생산하는 소프트웨어와 장비는 이동전화 가입자가 어디에 있는지 확인, 통화가 되도록 연결하는 핵심 기술. 텔코웨어는 이런 핵심 기술을 국내 최대 이동통신업체인 SK텔레콤 등에 공급한다. 금한태(45) 사장은 금진호 전 상공부장관의 아들이다. 공무원이 많은 집안에서 사업을 한다니까 반대가 심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는 '도전의 욕망'을 참지 못했다.

◆"파이브 나인을 이루자"=동부그룹 미국 지사장 시절이었던 1999년 로스엔젤레스에서 그의 고민이 시작됐다. 당시는 한국에서 이동통신 가입자가 폭발적으로 늘 때였다.

"제가 엔지니어는 아니었지만 이동통신 핵심망 기술을 갖추면 승산이 있다고 생각이 들더군요."

당시 핵심망 소프트웨어는 미국의 AT&T.루슨트 테크놀로지나, 국내의 삼성전자.LG전자 등이 개발해 공급했다. 이런 기술을 공급받아 통신서비스를 제공하는 통신업체들은 당시 골치가 아팠다. 다양한 통신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틈틈이 기술을 업그레이드(성능향상)해야 하는데 외국기업이나 대기업은 순발력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전형적인 중소.중견기업 업종으로 판단했지요. 그래서 도전을 시작한 겁니다."

운도 따랐다. 자체 개발을 시도했던 SK텔레콤이 외환위기로 사업을 접었다. 개발팀은 공중에 떴다. 그는 삼고초려를 마다하지 않고 개발 인력을 스카우트했다. 집을 팔아 반지하 사무실을 마련하고 8명의 인력과 개발에 들어갔다. 2000년 설립 첫 해에 전 직원들은 1년 중 4일만 쉬고 개발과 시장 개척에 매달렸다. 시험 납품한 SK텔레콤에서도 만족한 답변을 얻었다. 대기업들보다 싼 가격에 소프트웨어와 장비를 공급할 수 있었다. 성공이었다.

위기도 여러차례 있었다. 2002년 월드컵 때는 한국 팀이 골을 넣자 통화량이 폭주하면서 네트워크가 멈추기도 했다. 텔코웨어가 납품한 시스템 한 대로 감당하는 가입자는 50만~70만 명. 시스템 한 대가 죽으면 최대 70만 명이 통화를 못하게 된다.

"속이 바짝 바짝 탔지요. 저희 장비 문제로 장애가 생기면 손실액을 모두 떠안아야 했거든요."

전 직원이 24시간 철야근무를 하며 문제를 해결했다. 그는 "그때 고생으로 속이 다 시커멓게 탔다"며 웃었다.

◆이젠 세계로=다른 마음고생도 있었다. SK그룹 최태원 회장은 그의 사돈이다. 노태우 전 대통령의 딸이자 최 회장의 아내인 노소영씨와는 이종사촌 간이다.

"집 안에서 밀어준다"는 질시의 목소리가 주변에서 나왔다. 하지만 그는 "텔코웨어의 기술이 부족하다면 2000만 가입자를 둔 SK텔레콤이 어떻게 믿고 핵심 기술을 맡기겠느냐"고 되묻는다. 이동통신사업자는 안정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실력이 인정된 한 두 개의 핵심업체하고만 거래를 한다. KTF나 LG텔레콤은 물론이고 일본의 NTT도코모나 미국의 스프린트PCS도 1~2개의 업체에서만 핵심망 소프트웨어를 공급받는다.

창업 첫 해부터 흑자를 냈지만 2004년 상장할 때까지 단 한 번도 배당을 받은 적이 없다. 사장이 돈 번다는 소리를 듣기 싫어서다. 대신 이익을 전부 회사에 쏟아부었다. 텔코웨이가 노리는 시장은 현재의 이동통신보다 데이터 통신 속도가 빠르고 통화 품질이 좋은 차세대 통신망이다. 이미 차세대 광대역 서비스인 HSDPA(High Speed Downlink Packet Access)와 와이브로용 핵심 네트워크 소프트웨어를 개발해 납품하고 있다. 그는 "방송과 통신이 융합한 새로운 기술을 개발, 해외 진출도 꾀하겠다"고 말했다.

글=김종윤 기자<yoonn@joongang.co.kr>
사진=신인섭 기자 <shinis@joongang.co.kr>

우리 회사를 말한다

금한태 텔코웨어 사장

금한태 텔코웨어 사장은 "그동안 국내에서 축적한 기술과 핵심망 운영 능력을 해외 시장 개척에 쓸 작정"이라고 말했다.

-SK텔레콤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2005년 전체 매출의 63.1%가 SK텔레콤 납품을 통해서다. 사업이 지나치게 한 곳에 몰리면 위험할 수도 있다.

"그렇지 않다. 핵심망 소프트웨어와 장비를 납품하는 사업은 속성상 안정적인 수입원이 있는 게 장점이다. 그렇다고 안주하지 않는다. 다른 여러 시장도 뚫고 있고 성과도 있다. KT에 영상이나 대용량 데이터 등 멀티미디어 통신을 가능하게 하는 IMS 장비를 납품했고, LG텔레콤에 번호이동 관련 장비를 납품하는 등 시장을 넓히고 있다."

-3분기 실적이 좋지 않았다.

"3분기에 매출액 138억 원, 영업이익 31억원을 기록해 전분기 대비 각각 21%, 9.1% 감소했다. 하드웨어 매출이 줄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년부터는 이동통신사업자들이 차세대 광대역 통신망인 HSDPA 관련 투자를 늘리게 된다. 내년에 고기능 제품을 납품해 매출이나 이익이 더 늘 것이다."

-해외시장 진출을 꾀하고는 있지만 아직 실적이 뚜렷하지 않다.

"중견기업으로 해외시장에서 AT&T와 같은 글로벌 대기업과 경쟁하려니 쉽지 않다. 하지만 이제 시작이다. 일본의 소프트뱅크와 중국 차이나유니콤 등에 장비를 일부 수출했다. 현재 베트남 시장 진출에 주력하고 있다."

박한우 애널리스트

이 회사를 말한다

텔코웨어는 이동통신관련 전문 소프트웨어회사로 음성 핵심망과 무선데이터 응용소프트웨어를 공급하고 있다.

이 회사의 기술과 제품은 대부분 이동통신회사로 공급돼 일반에겐 생소하다. 하지만 동종 업계에서는 기술력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이 회사 제품은 주로 국내 이동통신 1위 업체인 SK텔레콤에 공급된다. 때문에 안정적인 매출을 기대할 수 있다. 가입자 증가에 따른 추가 공급 때나, 백업 및 노후 제품 교체 등을 할 때마다 매출이 일어나게 된다. 유지보수 관련 매출도 있다. 그러나 SK텔레콤의 투자 여부에 따라 기복이 있다.

최근 SK텔레콤이 차세대 이동통신망인 HSDPA에 대한 투자를 결정하면서 기존 CDMA망에 대한 투자를 줄였다. 이에 따라 텔코웨어의 올해 매출은 정체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CDMA관련 제품의 매출이 감소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2007년에는 HSDPA관련 번호이동성, 인증, 로밍 관련 제품과 와이브로(Wibro) 관련된 기지국제어기 등을 공급할 것으로 예상된다. 텔코웨어의 해외진출이 성공할지도 관심거리다. 이미 베트남 이동통신회사에 핵심망 제품을 공급하고 있고 미국 시장 진출도 시도 중이다. SK텔레콤의 합작회사인 힐리오에 유무선융합관련 솔루션 공급을 추진하고 있다. 이 응용소프트웨어를 이용한 서비스가 성공할 경우 미국 현지 업체에도 공급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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