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그룹 '힘겨운 11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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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현정은 회장의 현대그룹에 '11월은 잔인한 달'인가.

24일 그의 부친인 현영원 현대상선 회장이 별세한 날 금강산 관광 부진으로 관계사인 현대아산이 비상경영 방침을 발표했다. 그런가 하면 "사운을 걸고 나서겠다"는 현대건설 인수에도 이른바 '옛 주인 문제'라는 걸림돌이 불거졌다.

현대그룹이 가장 답답해 하는 건 현대건설 인수와 관련된 채권은행들의 입장 표명이다. 현대건설 주채권 은행인 산업은행의 김창록 총재와 김종배 부총재는 최근 기자 간담회 등에서 "현대건설을 부실하게 만든 옛 주인(현대 일가)이 회사를 되찾아가는 건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이에 대해 현대그룹 고위 관계자는 "차라리 '절대 안된다'고 하면 그간 유상증자 등으로 마련한 인수 자금을 다른 데 투자할 텐데 지금은 그냥 돈을 묵히는 어정쩡한 상황"이라고 털어놨다.

현대상선은 6월 3000만주를 주당 1만4000원에 유상 증자해 4200억원의 '실탄'을 마련했다. 또 3000억원을 추가 조성한다는 목표로 상환우선주 2000만주를 발행하는 것도 추진 중이다. 2000만주는 현 주주들에게 지분 비율대로 우선 배정한다. 4월 현대상선 지분을 매집해 적대적 인수.합병(M&A) 논란을 빚은 현대중공업도 27일 상환우선주 청약을 했다.

27일엔 소액주주 42명이 등기이사들에게 경영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내용증명 서한을 보냈다. 현정은 회장이 지분 68%를 가진 정보기술회사(IT) 현대유엔아이(UNI)가 지난해 7월 설립된 뒤 현대상선의 전산비 지출이 부쩍 늘어 현대UNI를 밀어준 게 아니냐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현대상선 측은 "우리 전산 직원들이 UNI로 옮기면서 종전에 인건비.관리비로 잡히던 부분을 전산비로 처리하게 됐다"고 해명했다.

권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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