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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월가 증권사 끝없는 감원회오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미국 금융시장의 중심지 「월가」가 곤경에 처해있다.
지난 87년 「블랙 먼데이」(검은 월요일)의 주가 대 폭락이래 계속된 증권회사들의 영업부진이 호전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 가운데 종업원의 대량감원 등 사업축소 바람이 일고 있는 것이다.
최근 전 미 증권업협회(SIA)조사에 따르면 미국의 증권거래소 회원으로 등록된 증권회사의 종업원 수는 지난해 25만2천명을 고비로 격감하기 시작해 올해 말이면 약 20만6천명으로 줄어들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증권사직원 5명당 1명이 해고되는 셈이다.
SIA의 한 간부는 『증권사가 수수료를 받음으로써 주요 수입원이 돼온 기업의 흡수·합병(M&A)이 줄어드는 추세에 있는 데다 주식·채권시장도 약세에 있고 증권사간의 과당경쟁으로 인해 수입이 늘어나지 않는 실정』이라고 말한다.
이 때문에 상경대MBA(경영학 석사)과정에 있는 학생들 사이에는 월가를 보는 시각도 점차 바뀌어져 가고있다.
월가의 호황시절 MBA들의 최대의 꿈은 이곳 월가에 진출, 「금융거래의 최고」가 되는 것.
그러나 최근 와튼 스클 MBA 과정의 한 학생은 『지난해 증권회사에 취직한 졸업생들 중 입사 후 얼마 되지 않아 일시해고(레이오프) 당한 사람들의 얘기가 알려지면서 월가 지망생들이 격감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블랙 먼데이로 치명타를 입은 월가에 이 같은 또 하나의 충격파를 안겨준 계기가 된 것은 올해 초 유명증권사인 드럭셀사의 도산.
드럭셀사는 이른바 「정크본드」(고 수익률·고 위험도를 함께 지닌 사채)를 사용한 기업의 M&A붐을 촉발시킨 장본인이다.
드럭셀사의 「성공비법」이 알려지면서 M&A의 수수료 수입은 월가 증권사들 수입의 대부분을 차지하게 되었다.
M&A 중개 수수료 비중을 알 수 있는 가장 최근의 사례는 일본 마쓰시타(송하)회사의 미MCA사 매수 건.
총액 61억 달러에 달하는 이 매수 건에서 중개자인 마이클 오비스씨와 앨런 증권사에는 모두 1천만달러의 중개수수료가 돌아간 것으로 알려지고 있을 정도로 M&A수수료는 엄청난 액수다.
하지만 드럭셀사의 도산을 계기로 M&A붐은 시들기 시작했으며 따라서 월가 증권사들의 수입도 악화된 것이다.
미 IDD정보 서비스사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올1∼9월간에 발표된 미국기업 M&A 건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6·6%, 액수대비로는 47·2%나 줄어든 것으로 나타나 있다.
뿐만 아니라 정크본드 발행 액은 역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무려90%가 줄어든13억 달러에 불과할 정도로 월가 증권사의 사업위축은 현저한 상태다.
구체적으로는 M&A의 한 분야인 LBO(레버리지 바이 아웃)가 올해 총 77억 달러로 지난해보다 73%나 줄어든 데서도 이를 알 수 있다.
LBO는 A사가 B사를 매수할 때 A사를 신설, 그 출자금과 B사 자산을 담보로 조달한 차입금 및 기채 대금 등을 갖고 B사의 주식을 매입하는 방식이다.
드럭셀사의 대표적 경제분석가였다가 지금은 마리아 라미레스 캐피틀 컨설턴트사 사장으로 전업한 마리아 라미레스씨(여)는 『월가의 간부들은 지금까지 지나치게 자신들의 이익만을 생각해 왔다. 좀더 고객이익을 고려해 안정된 수익을 올리는 방향으로 개혁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마리아씨는 또 『세계가 엄청나게 변화하는 시대에 월가도 따라서 변화해갈 것으로 믿고 있다』며 월가가 당면한 어려움을 이겨내고 새롭게 발전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피력하기도 한다. <박영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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