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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총학, 마지막날 투표율도 20%…연대·이대처럼 비대위?

중앙일보

입력

서울대가 투표율 저조로 총학생회를 꾸리지 못할 위기에 처했다. 서울대는 13일부터 시작한 총학생회 투표율이 마지막 날인 17일 오후 2시 현재 20% 수준이라고 전했다. 서울대 학생회칙에 따르면 개표를 위해서는 투표율이 최소 50%는 넘어야 한다. 이대로라면 개표 기준을 못 채워 총학생회 선거가 무산될 가능성이 크다.

서울대는 2019년 11월부터 2021년 11월까지 후보자가 중도사퇴 등의 이유로 총학생회가 선출되지 못했다. 약 2년간 총학생회가 없었다. 서울대는 지난해 3월과 11월 총학생회를 꾸릴 당시에도 투표 기간 연장 끝에 가까스로 투표율 50%를 넘겼다. 다만 당시에도 5일 간의 정식 투표 기간에 투표율이 40%에 근접해 올해보다는 투표율이 훨씬 높았다.

서울대학교 정문. 연합뉴스

서울대학교 정문. 연합뉴스

총학생회 공백은 서울대 만의 문제는 아니다. 연세대·이화여대·동국대 등도 2019~2020년 무렵 마지막 총학생회가 꾸려진 이후엔 총학생회를 뽑지 못해 비대위 체제가 이어지고 있다.

학생들 사이에선 코로나19를 거치며 총학생회 외의 소통창구가 늘어나 학생회의 효용이 감소했기 때문이란 지적이 나온다. 5~6년 전 서울 소재 대학에서 학생회 활동을 했던 A씨는 “코로나 이후 학내 커뮤니티가 급격하게 활성화된 이후 총학이 의제를 형성하는 동력이 떨어졌다”고 말했다. 코로나 시기에 총학생회 선거 운동원으로 참여했던 B씨도 “학교 구성원 여론을 파악하기 위해 매일 커뮤니티를 모니터했다. 총학이 의제를 만드는 게 아니라 커뮤니티의 여론을 되레 총학이 수렴하는 모양새였다”고 언급했다.

사회나 학교 내부 문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왔던 총학의 기조가 달라져 기능을 다하지 못해 무관심으로 이어진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서울대 총학생회는 지난 8월 ‘학내 문제에만 대응하겠다’는 기조로 정부의 R&D 예산 삭감에 반대하는 학생회 연대 성명에 이름을 올리지 않아 내부 비판을 받았다. 결국 총학생회장이 사과문을 발표하는 일도 벌어졌다.

지난 9월, 정부의 R&D 예산 삭감에 서울대 총학생회가 대응하지 않았다는 공과대·자연대 학생회 측의 지적에 총학생회장 이름으로 입장문을 냈다. 서울대 총학 인스타그램 캡처

지난 9월, 정부의 R&D 예산 삭감에 서울대 총학생회가 대응하지 않았다는 공과대·자연대 학생회 측의 지적에 총학생회장 이름으로 입장문을 냈다. 서울대 총학 인스타그램 캡처

광주교대 총장을 지낸 박남기 교육학과 교수는 “총학생회장은 대학 평의원회나 총장 선거에도 관여하는데, 총학이 공백일 경우 학교의 주요한 일정에 학생들의 의사가 반영될 가능성이 적어진다”고 우려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대학은 공부뿐만 아니라 사회적 관계나 리더십을 훈련하는 과정인데, 학생회의 오랜 부재로 이런 역량이 약화될 수 있다”며 “학생회가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해 온라인 공간을 활용하는 등 다양한 방법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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